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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Social

안구 정화용 _ #캣츠_냥스타그램의 세계, 마이클 마골리스 감독

그냥_ 2020. 2.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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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인스타그램 스타가 된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고양이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돈을 벌어 재끼는 걸 보니 여간 배가 아픈 게 아니군요.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일단 귀엽고 봐야 합니다.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분노에 휩싸여 이런 징그러운 몰골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손해배상을 요청해 봤지만, 돌아온 건 고양이 영화를 보고 웬 개소리냐는 핀잔과, 한번 더 미친 소리를 했다간 먹여주고 재워 준데 대한 비용 청구를 하겠다는 엄포뿐이었습니다. 엄마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마이클 마골리스' 감독,

『#캣츠_냥스타그램의 세계 :: #CATS_THE_MEWVIE』 입니다.

 

 

 

 

 

# 1.

 

기본적으로 고양이 예찬 다큐멘터리이자 눈뽕 영화입니다만,

나름 사회과학적이면서 경제학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동물학적 고양이보다는 사회학적 고양이를 통해 현대인의 속성을 되짚어가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CATS입니다만, 메시지의 핵심은 'CATS'보다도 '#'에 담겨있달까요. 감독은 십여 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무한대의 고양이'에서 '롤켓'을 지나 '유튜브 스타'를 거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나아가는 소위 '인터넷 문화 속 고양이 산업'의 확장을 다이내믹하게 전개 합니다. 역시나 흥미로운 것은 그 가운데 고양이로서의 속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죠.

 

자칭 집사들을 불러 모아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 하게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고양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친구를 가지고 있고 어떤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지보다는, 스타성과 상품성을 대변하는 팔로워 숫자와 그에 담긴 경제성만을 설파합니다. '날라'라는 고양이가 얼마나 대단한 방송에 출연하고 상을 받았는 지 이야기 하는 동안 정작 고양이는 한켠에 치워집니다. 특히 그런 경제성을 설파하는 동안 타칭 사업주의 표정에서 새어나오는 고양감은 섬뜩합니다.

 

# 2.

 

물론 오해는 금물입니다. 집사들이 고양이를 학대하고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잘해주면 잘해줬죠. 멋들어진 사진도 무진장 찍고, 값비싼 간식도 원 없이 먹고, 건강 관리도 지고지순으로 받습니다. 사람도 쉽게 가보기 힘든 온갖 호화스러운 호텔과 눈이 휘둥그레질 경관을 하루가 멀다 하고 즐깁니다. 어떤 고양이들은 분명 사람인 저보다도 훨씬 팔자가 좋아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미묘하게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일하지 않고 편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에 대한 속 좁은 질투심인가? 라고 잠깐 생각해봤습니다만 배가 아플 땐 아프더라도 이 모든 불편함의 정체가 그것만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불편함은 점점 배가됩니다. Pet Influencer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전문가를 자처하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상품성 있는 고양이와 그들의 상품성에서 사업성을 추출하는 방식에 대해 열변을 토합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아마추어리즘의 영역을 벗어나 고전적인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영화를 찍고 드라마를 찍고 커머셜을 찍고 굿즈를 생산하고 컨벤션을 개최하고 팬미팅을 합니다. 우연에 기댄 아마추어들의 시장이 계획을 앞세운 전문가들의 시장으로 교체되어가다 점점 침체기를 겪는다는 '피드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인터뷰를 듣노라면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은 어지러움마저 들죠.

 

 

 

 

 

 

# 3.

 

여기까지가 영화의 주요 줄거리입니다.

 

고양이를 테마로 한 소셜 콘텐츠는 핫하고,

잘만하면 얼마든지 큰돈이 된다.

 

좋아요. 이제 영화 밖의 생각을 해봅시다.

 

고양이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보입니다. 영화적으로 비유하자면 일종의 맥거핀이랄까요.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나 병아리, 아예 가구나 돌멩이, 심지어 이미지나 어젠다, 구호여도 이 흐름의 본질과 속성과 인과를 설명하는 데 큰 이물감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커뮤니티와 콘텐츠와 그 콘텐츠 이면에 숨은 커넥션이기 때문이죠.

 

보호자들은 스스로 반려인임을 주장하지만 타인이 보기에 이 고양이들은 비즈니스에 훨씬 가까워 보입니다. 생물학적 반려묘를 키우고 있다기보다는 유명세를 키우고 있는 것에 훨씬 가까워 보입니다. 순간순간 자신이 먼저 말을 내고도 좀 찝찝할 때면 자신과 자신의 고양이는 유명해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며 방어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의심에 확신을 더합니다.

 

# 4.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래서 그런 식의 접근이 나쁜 건가 싶기도 합니다. 대상이 동물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관념이 되었든 간에 사람이 아닌 무언가를 매개로 생산성을 발견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결속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일어났던 일이니까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로 상징된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의 토테미즘도 결이 다르지 않죠.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왜 그런 것들이 고양이에게 자리를 빼앗긴 걸까요? 쉽고 직관적이고 감정적이며 일시적이고 휘발적이며 소비적인 것으로 현대인의 관심사가 더 크게 기울어가는 걸까요?

 

고양이는 보호본능과 귀여움과 상상력과 유쾌함과 호기심과 일상성의 교집합에 위치합니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바에 따른다면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더욱 주목받는 건 너무도 알고 싶지만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그럼 다시 역으로 질문이 생깁니다. 귀여움과 보호본능을 자극하지 못하는 고양이는 뭐가 되는 걸까. 장애묘든 뚱냥이든 최소한의 귀여운 면모가 있는 고양이는 주목을 받지만 그러지 못하는 녀석들, 즉 인플루언서로서의 사업성과 경제성이 없는 고양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잠시만.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거야? 자신이 촬영한 고양이를 성심성의껏 '보정'하는 집사들과 그들의 '보정'에 배신감을 피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순된 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죠.

 

영화는 종반부에 관객의 이 같은 의문을 이어받아 동물 복지와 반려문화 구조와 같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메시지를 급격히 선회합니다. 더 높고 더 화려한 곳으로 카메라를 끌고 가다 커뮤니티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서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활시위를 한쪽으로 최대한 깊게 당기다가 반대방향으로 쏘아내는 느낌이랄까요. 흥미롭습니다.

 

# 5.

 

사실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그럼에도 이 영화는 고양이 눈뽕 영화가 맞습니다. 전반적인 애묘 문화에 대한 과시적인 홍보물이었다가, 결말에 가서야 이젠 그만큼 좋으면 고양이 복지에도 관심을 좀 가져보시지?라는 사회운동의 메시지로 갈무리하고 있는 영화죠. 하지만 문제는 하필 영화를 본 제가 그렇게씩이나 고양이에 환장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덕분에 한 발짝 떨어져 사회적인 문제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었고, 때문에 이런 해괴망측한 리뷰가 나오게 된 거겠죠. 결국 콘텐츠란 누가 어떤 식으로 보는가에 따라 매 순간 개별적으로 완성되는 불완전한 것이라는 새삼 확인한 셈이랄까요.

 

영화로서만 본다면 전반적으로 파편적이고 이미지 과잉에 산만한 느낌이 강합니다. 아이템들에서부터 충분히 자극적이고 강렬한데 연출까지 널뛰기를 하다 보니 너무 과한 느낌이 든달까요. 물론, 그래도 소위 '재능 있는' 고양이들의 '상품성 높은' 모습이 런타임을 가득 메우고 있는 덕에 눈호강을 하기는 하는 작품이긴 하지만 말이죠. '마이클 마골리스' 감독, <#캣츠>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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