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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nimation

안아줘요 _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데미안 오코너 감독

그냥_ 2019. 8. 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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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할아버지가 엄마 '안젤라'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할아버지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갔던 '안젤라'의,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시대를 넘어서는 근원적 가치에 대한 향수가 포근한 노년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됩니다.

 

 

 

 

 




'데미안 오코너' 감독,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 Angela's Christmas』 입니다.

 

 

 

 

 

# 1.

 

크리스마스 이브, 교회로 향하는 '안젤라'의 가족. 엄마도 눈치채지 못한 새 부쩍 커버린 아이들입니다. 큰 오빠 품에 안긴 막내는 안젤라의 옷을 받아 입고, 안젤라는 입이 삐쭉 나온 작은 오빠의 옷을 받아 입습니다. 작은 오빠는 다시 큰 오빠 옷을 받아 입고, 동생들에게 코트를 벗어준 듬직한 첫째는 엄마에게 코트를 양보하죠. 가족에게 자신의 것은 없습니다. 사랑으로 나누는 서로의 것만이 있을 뿐입니다.

 

말괄량이 아이들이 고요한 성당에서 소란을 피웁니다. 창피스러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예배당 빈자리에 자리합니다. 특별한 날을 맞아 준비한 목사님의 뜻깊은 이야기는 아이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소 상투적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전통적인 주제를 다룰 땐 편안한 구성이기도 합니다.

 

 

 

 

 

 

# 2.

 

발가 벗거진 아기 예수 인형을 따뜻하게 해 주고 팠던 어린 안젤라는 어린이의 시선과 어른의 시선 간의 간극을 묘사합니다. 어른들에게 아기 예수는 신앙심을 전달해 줄 오브제에 불과하지만, 안젤라의 눈엔 추운 예배당 한가운데 발가 벗겨진 아기일 뿐이죠. 물론 어른들에게도 아기 예수는 소중한 존재이긴 합니다만 진정 그와 교감하고 있던 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관객 스스로 하게 됩니다.

 

인형을 곱게 끌어안고 돌아가는 안젤라에게 익숙한 마을은 공포와 서스펜스가 가득한 모험의 공간이 됩니다. 경찰의 유쾌한 동전 마술도, 어른들의 개구진 농담도,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나뭇가지도 그 날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인형과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나누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소녀를 놀래 넘어트린 눈먼 악사만이 안젤라가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 아이인지 먼저 눈치챘다는 게 아이러니하죠.

 

 

 

 

 

 

# 3.

 

안젤라가 태어난 날. 고생한 아내와 딸을 따뜻하게 해주고 팠던 아빠가 경찰에 잡혔던 그날 밤.

 

엄마는 가족에게 필요했던 건 석탄이 아니라 체온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안젤라의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는 주제를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대목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만, 볼륨과 장르를 감안한다면 친절하다 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이는군요.

 

아빠가 석탄을 훔치다 경찰에 잡혀갔었다는 이야기를 암시적으로 연결해 경찰을 공포의 대상으로 활용한 후 다시금 반전으로 삼는 서사가 썩 좋습니다. 짧은 단편에서 캐릭터 하나를 이용해 마차로 떡밥도 던지고 동전 마술도 보여주고 아빠의 사연과 연관성도 부여했다가 마지막에 나름 소소한 반전을 선사한 후 전반부 복선까지 회수했다면 최선을 다한 거라 봐야겠죠.

 

다만 목사를 너무 속이 좁은 인간으로 그린 건 옥에 티군요. 꼬마 아이가 인형 하나 가져간 데다 잘못했다고 엄마 손에 이끌려 돌아온 아이 문제에 인상 찌푸리는 성직자가 세상에 얼마나 있겠나요. 영화가 그리는 따뜻한 세상에 한껏 동화되어 훈훈함을 즐기는 데 목사가 흥을 깨는 기분이 드는 건 부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굳이 이런 역할이 필요했다면 기적이 일어난 줄 착각했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이 놈~' 하고 살짝 구박하는 정도면 충분했을 텐데요.

 

 

 

 

 

 

# 4.

 

그럼에도 경찰도 신부도 아기 예수도 안젤라도 악사도 모두가 따뜻한 크리스마스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크리스마스엔 역시 누구 하나 빠짐없이 따뜻해야죠.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전 8월에서 9월을 넘어갈 때면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를 한편쯤은 찾아보곤 합니다. 한창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쌀랑해지는 시기, 춥지는 않지만 무언가 허전하고 쌀쌀하면서 동시에 어느덧 올해도 여름이 났구나. 조금만 지나면 겨울이 또 오겠구나 싶어 지는 이때 즈음 말이죠.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을 채워내는 촛불과 벽난로와 체온의 포근함이 그리워진달까요. 역시 크리스마스의 감성은 일 년에 하루만 느끼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데미안 오코너' 감독,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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