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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없다 _ 화이트 라이, 요나 루이스 / 캘빈 토마스 감독

그냥_ 2021. 4.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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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거짓말에 관한 영화입니다. 심리 드라마라는 거죠.

 

 

 

 

 

 

 

 

'요나 루이스', '캘빈 토마스' 감독,

『화이트 라이 :: White Lie』입니다.

 

 

 

 

 

# 1.

 

점점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드는 주인공 '케이티'의 심리상태를 추적합니다.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주인공의 헐벗은 모습과 특정 장면에서의 인물 배치, 음영의 활용 정도를 제외하면 '극'으로서 조작된 문학적 메타포는 절제되어 있습니다. 살갗이 틀 정도로 건조하고 냉정하게 주인공의 발 뒤를 물듯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언제가 될진 알 수 없지만 머지않아 터질 거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는 시한폭탄. 그 폭탄을 두 손에 꼭 쥔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주인공의 불안과 인지부조화를 직선적으로 쫓아가는 작품이죠.

 

 

 

 

 

 

# 2.

 

심리 드라마의 평가는 대체로 주인공과 관객의 거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그 거리감에 따른 관객 경험의 격차가 매우 큰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케이티'의 심리상태에 최대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가슴을 움켜쥐는 듯한 흥미로움은 배가될 테구요. 남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관찰자로서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그저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바보가 무수히 많은 멍청한 거짓말을 일삼는 답답하고 짜증 나는 영화가 될 겁니다. 거짓말의 굴레를 탈출하려 발버둥 치는 자의 여정을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로 이해하신다면 애로사항이 꽃필 수 있다는 뜻이죠. 가급적 의자를 바짝 당겨서, '케이티'의 얼굴이 코에 닿을 듯 가까이서 보시라 권하겠습니다.

 

 

 

 

 

 

# 3.

 

영화의 제목이 단순한 라이 Lie가 아니라 <화이트 라이 White Lie>라는 점은, 이 영화가 일반적인 범죄 사기극과 차별됨을 설명합니다. '케이티'의 거짓말은 분명 심각하고 과격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그렇게까지 악독하지는 않거든요. 그녀의 첫 번째 거짓말이, 엄마 잃은 소녀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저지른 발버둥이었듯. 이후 거짓말의 연쇄는 대부분 그녀가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도피하거나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한, 어떻게 보면 나약하지만 순수한 의도 위에서 행해집니다.

 

# 4.

 

실제 '케이티'는 거짓말을 통해 거나하게 팔자를 펴 보겠노라는 식의 목적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큰 액수의 기부금을 받긴 했지만, 되려 자신의 거짓말을 조력 혹은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착취를 당할 뿐이었죠. 거짓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점차 많은 것들을 잃어만 갑니다.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남은 것들이라도 지켜보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덧대지만 결과적으로 더욱더 많은 것들을 잃고 마는.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게 되죠.

 

 

 

 

 

 

# 5.

 

이와 같은 전개는 역설적으로, '케이티'의 상황적 불리함과는 무관하게 '당위'라는 도덕적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아프지 않음에도 아프다고 거짓말하는 아픈 사람. 영화의 메시지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감독은 그녀가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몰락하는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선의의 거짓말 존재 그 자체를 끊임없이 '부정'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자학적 파멸을 향해 무자비한 가속도로 나아가는 결말을 통해 '화이트 라이'란 본질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선언합니다.

 

 

 

 

 

 

# 6.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이 느꼈을 불편함과 불안함과 인과응보식의 도덕성 평가 이면에, 내심 '거짓말이 먹혀들었으면', 보다 솔직하게는 '그냥 좀 모른 척 넘어가 줬으면' 싶은 생각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데요. 관객들 나름의 합리화로 거짓말을 해야 했던 비겁한 순간들에 대한 잔상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거짓말쟁이일수록 더 재미있게 볼법한 영화>라는 거죠. 아! 그래서 재미있었던 건가?!

 

 

 

 

 

 

# 7.

 

부차적인 얘기를 조금 해 볼까요. 이야기꾼에게 있어 '거짓말'은 이성적이라 주장하는 인간의 표리부동과 인지부조화를 관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언제나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만, 동시에 연기를 즐기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거짓말'은 참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왜냐면,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연기한다는 행위 자체가 부분적으로 거짓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영화 내에서 '케이티' 역의 배우 '케이시 롤'은 자신이 '희귀 흑색종'이라는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상대들과 대화하는 씬과, 거짓말을 하는 동안 자신을 믿는 사람들과 만나는 씬을 무수히 교차하게 되는데요. 씬마다의 주인공 배우의 섬세한 표현 차이를 음미해 보는 것도, 메시지 외에 이 작품이 줄 수 있는 흥미로운 감상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 8.

 

... 흥미로운 메시지, 간결한 서사, 인상적인 표현, 파격적인 편집, 섬세한 연기를 두루 갖춘 영화입니다. 다만, 거짓말의 연쇄라는 단순한 전개로 인한 지루함과, 영화에 안착하기까지 관객 스스로의 노력이 요구되는 불친절한 영화라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겠네요. '요나 루이스', '캘빈 토마스' 감독, <화이트 라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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