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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빛 좋은 개살구 _ 밤이 되었습니다, 이형구 감독

그냥_ 2023. 6.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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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일주일 내내 영화를 한 편도 안 본 건 진짜 몇 년 만인 것 같은데요. 성역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존과 악마 사냥꾼 하던 가닥을 이어받아 회칼 도적을 키웠는데요. 증오의 딸 릴리트를 무찌른 후 레벨 70 언저리까지만 하더라도 참 꿀잼이었죠. 이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폐사 구간에 접어들던 차에, 몹팩 축소 패치에 정타를 처맞고 현타가 오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혐리자드께서 전 세계 블빠들의 성토를 죄다 씹고 계시니 별 수 있나요. 다시 영화로 돌아와야죠.

 

그래도 불 끈 방에서 어두침침한 화면만 보던 게 익숙해진 겸 호러를 찾았습니다. 시작은 가볍게 단편으로 골라도 나쁘지 않겠죠.

 

 

 

 

 

 

 

 

이형구 감독,

『밤이 되었습니다 :: Black out _ Mafia game입니다.

 

 

 

 

 

# 1.

 

어떤 영화가 좋은 단편 영화일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제 생각은 대충 이러합니다.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녹여낼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구태여 공격적인 방법이 아니라더라도 독립 영화다운 패기가 있으면 역시 좋을 테죠. 장르에 대한 해석 능력과, 장르적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 자신이 세팅한 환경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적일 테구요. 일련의 내용들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그릇으로서 창의적인 이야기도 필요할 겁니다. 이 같은 기반만 탄탄하다면 현실적인, 특히 경제적인 문제들로 인한 다소 둔탁한 세팅이라거나, 어색하고 미숙한 연출적 기교, 과격하고 때론 과시적인 표현 정도는 용인되어도 괜찮은 거겠죠.

 

영화 <밤이 되었습니다>는 안타깝게도 '좋은 단편 영화'의 기준을 뒤집어둔 것만 같은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표피적인 표현에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영화의 방향이라거나, 소재 선택에서의 패기, 호러라는 장르에 대한 해석 능력과, 마피아 게임이라는 환경에 대한 이해도, 창의적인 이야기 구성, 연출의 완급 따위에서 모두 크게 미흡합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없거든요. 왜 마피아 게임을 하는 건지 구구절절 늘어놓아라는 말은 아닙니다. 10분 안팎의 단편 영화에 그런 건 사치죠. 다만 마피아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으로서 사람들이 지목자를 색출하고 몰아붙이는 최소한의 정치적 과정이라는 것은 필수적일 텐데요. 그런 것이 전무하기에 반복적으로 영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이탈하게 됩니다. 사실 예견된 감은 있습니다. 캐릭터 소개를 이야기에 녹이는 것이 아니라 그래픽으로 처리하고 있거든요. 캐릭터를 모아놓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캐릭터 쇼인데, 인물들의 대화 속에 캐릭터를 풀어낼 자신이 없다는 것을 감독이 자백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 2.

 

이야기라는 최소한의 방향과 기반이 없으니 모든 것들이 제각각 따로 놀기 시작합니다. 당장 마피아 게임이라면 관객이 자신의 시점을 위탁할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필요할 텐데요. 그게 없다는 점은 황당합니다. 믿음직해 보이는 (설령 결말에서 통수를 친다 하더라도) 누군가에 올라타는 것도 아니구요. 조용히 원탁의 빈자리에 앉혀 참여시키는 것도 아닙니다. 배우 모두가 화면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씬 탓에 마피아 게임을 기획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는 하는 데요. 정작 관객은 이 마피아 게임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하기에 그조차 어정쩡하죠.

 

자리를 잡지 못한 관객은 마피아 게임에 들어가지 못하고 금세 이탈합니다. 게임에 대한 애정도, 인물에 대한 애정도 없기에 누가 지목되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 사람이 마피아인지 시민인지에 불안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지목된 사람의 정체에 따라 뭐가 달라지는지조차 모릅니다. 당연히 마지막에 누가 남든 상관없습니다. 이쯤 되면 장르에 대한 이해력에 근본적인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대신 전적으로 장치에 집착합니다. 차갑게 말하자면, 장치가 효과를 발생시키고 효과가 누적되면 장르도 작동하리라 생각하는 듯하달까요. 망원경에, 집음기에, 호르몬 냄새에, 심박 소리에, 생고기 주물럭에 난리도 아닙니다. 대충 오감을 대변하는 듯합니다만 의미는 구축되지 않습니다. 스위쉬 팬이라거나 아크샷, 화면분할, 그림자의 활용 따위가 과시적으로 전시됩니다. 나름의 반전으로 준비한 듯한 검의 양복의 남자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끝까지 파편적인 장치에만 집착합니다. 이야기의 공백과 난립하는 장치들의 문제를 배우진의 과장된 연기와 에너지로 밀어붙이는 게 전부라는 건데요. 그렇게 해도 굴러갈 만큼 영화라는 게 만만하지는 않죠.

 

이야기의 조력을 얻지 못하는 연출만큼 허무하고 연약한 것도 없을 겁니다. 장치에 집중하는 대신 평범한 일상복 입힌 배우들 앉혀 놓고 카메라 하나 가져다 탑뷰에 설치한 후 편집도 하지 말고 10분짜리 롱테이크로 뽑아내도 좋으니까, 인물과 이야기에 집중해 분위기를 틀어쥐었더라면 훨씬 그럴싸한 작품이 나왔을 겁니다. 단편 영화에 혹평을 하는 것에 유감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이형구 감독, <밤이 되었습니다>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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