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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부끄부끄 _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그냥_ 2025. 2.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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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부끄부끄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 The Orphanage』입니다.

 

 

 

 

 

# 1.

 

물론 제작자의 명성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노련한 관객들은 수상할 정도로 스타 제작자의 이름값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강한 경계심을 내비칠 정도다. 그럼에도 몇몇의 작품들은 왜 저 양반이 이 영화를 선택한 건지 알겠다 싶기도 한데, 스페인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데뷔작은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고아원(Orphanage)에서 펼쳐지는 잔혹 동화를 특유의 서정성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 아들을 찾아 헤매는 간절한 어머니의 이야기로, 나름 호러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휘발적인 몇몇의 효과에 의존하는 대신 진중하게 스며들듯 분위기를 조성,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에 집중한다. 끈질긴 인내심으로 누적된 분위기의 위력을 마지막 주인공의 감정선에 오롯이 쏟아붓는 앤딩은 제작자 기예르모 델 토로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해도 놀랍지 않을 완성도다. 기예르모 델 토로를 비롯한 다크 판타지 분야 거장들의 공통점은 괴물에 대한 애정, 보다 정확히는 오해받는 연민의 존재라 정의한다는 것이다. 그를 매료시킨 후안 감독의 시나리오 속 유령이 주인공과 대립하는 대신 감정적으로 강하게 연결된 끝에 화해하며 마무리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2.

 

고아원의 과거 전말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서브플롯으로, 사라진 아들을 향한 모성을 동력으로 굴리고 있지만 결국 이러나저러나 유령과의 숨바꼭질이다. 쳐다보면 움직이지 않고 뒤돌아서면 움직이는 꼬마 유령과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진실을 탐구하는 서사랄까. 이 지점에서 (다소 생뚱맞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묘한 반가움 같은 것도 느껴진다. 가면을 뒤집어쓴 시몬과 친구들의 놀이에서 마치 슈퍼마리오의 빌런 부끄부끄와의 숨바꼭질을 보는 것만 같은 안전함과 따뜻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통 호러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깝게 이해되는 것은 작품의 작동을 서스펜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각주:1] 주인공 로라보다 한 발짝씩 앞선 정보를 얻게 되는 관객은 뒤에서 분투하는 로라에게 조바심을 느끼길 반복한다. 유령이 실제 하는 것인지 불안이 만들어낸 환각인지와 관련된 서스펜스, 유령이 나타나는 순간 고아원의 유령인지 아들의 유령인지와 관련된 서스펜스, 그 유령이 아들을 해친 건지 도운 건지와 관련된 서스펜스가 순차적으로 작동하며 퍼즐 끝에 진실에 도달하는 식이다. 과정에서의 균형은 인상적이다. 적절한 경계에 서서 과하게 오컬트로 떠밀지도, 과하게 사이코드라마로 끌어당기지도 않으면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어가는 건 감독의 역량을 가늠케 한다. 영매와 경찰의 대립, 아들과 남편의 대비는 영리한 균형추와 같은 것으로 이 역시 크게 부자연스럽지 않게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 있다.

 

 

 

 

 

 

# 3.

 

적절한 서스펜스로 관객을 요리하던 영화는 가슴 시린 앤딩으로 귀결된다. 유례없이 감성적인 유령 이야기의 탄생이다. 고풍스럽고 비밀스러운 저택에서 펼쳐진 고딕 미스터리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로라를 중심으로 한 감정적 중심을 잃지 않은 덕이다. 버려지고 떠밀리고 학대당한 끝에 불에 타 잊혀진 아이들. 비극 속에 남겨진 영혼의 간절함이 30년의 시간까지 초월하는 판타지를 창조함에도 고마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화해를 함께 노래한다는 것이다.

 

여담으로 과격한 영상 연출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는 음향 디자인은 짚어 칭찬할만하다. 텅 빈 저택에 메아리치는 소름 끼치는 소음부터, 유령의 존재를 암시하는 강렬한 사운드이펙트까지 말이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중반부 영매가 줄지은 침대 위에 울부짖는 아이들이 있는 진실의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고개 돌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목소리와 거친 노이즈가 뒤엉킨 섬뜩한 사운드는 충분한 박력이 있는 것으로, 다소 지루할 수도 있었을 작품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징검다리로서 크게 기여한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Netflix, Tving, WatchaPlay, CoupangPlay, Appletv,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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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삼스레 히치콕과 포커 테이블 아래 폭탄에 대해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지루하니 생략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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