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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호다다닥 샥샥 _ 요짐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그냥_ 2023. 1.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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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명절엔 영화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요짐보 :: 用心棒』입니다.

 

 

 

 

 

# 1.

 

명절 특선 하면 고전 액션 영화들을 많이 봤던 기억입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라면 성룡의 영화들을 꼽을 수 있겠죠. 아무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 년에 두어 번은 성룡을 보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룡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점점 신작들이 특선으로 골라지는 듯한데요. 이젠 그 주기가 짧아지다 못해 불과 몇 개월 전에 개봉한 최신작이 풀리는 지경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당장 이번 설만 하더라도 지난여름 개봉했던 <외계+인 1부>와 <범죄도시 2>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었죠. 저는 정가 다 주고 영화관에서 봤는데요. 내심 서운하네요. 서운한 와중에 문득, 당장 손실을 줄이기 위해 타 플랫폼으로 빠르게 빠르게 푸는 것이 거위배를 가르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면 아무래도 영화를 보러 가는 대신 기다려 버리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질 테니까요.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오랜만에 명절을 맞아 옛날 갬성에 충전된 김에 아싸리 고전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인데요.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 <라쇼몽>입니다만, 이번엔 왠지 요 썰고 조 써는 호쾌한 액션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7인의 사무라이>를 보려 했습니다만... 서비스하는 곳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돌고 돌아 선택한 것이 바로 <요짐보>입니다. 물론 요짐보 역시 다른 영화의 대타로 등판하기엔 너무나도 훌륭한 작품이죠.

 

 

 

 

 

 

# 2.

 

윗머리 홀랑 밀어버린 촌마게丁髷 무사들 사이에서 주인공 특혜를 받아 머리를 밀지 않을 수 있었던 섹도시발 주인공이, 공짜밥 공짜술 얻어먹으며 두 양아치 집단 사이에서 이간질하다 들켜 최홍만한테 빨래질을 당하지만, 결국 불굴의 의지로 회복해 빌런들을 낭낭하게 썰어버린 후, 요염한 자태로 결박 플레이 중인 식당 아재 줄 잘라먹고 김성모식 강자의 포즈로 돌아서며 막을 내린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진짜냐구요? 진짠데요.

 

1961년 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작품입니다.

얼마나 더 시간이 흘러야 이 영화가 촌스러워 보일 수 있을까요.

 

장면 장면 인물의 심리와 입장 차를 명쾌하게 묘사하는 구도, 식당에서 밖을 내다보는 장면이라거나 광장을 오가는 장면 등에서 보이는 트래킹과 팬과 줌 따위의 미학적인 카메라 움직임, 작품 전체의 완급을 조율하는 기민한 편집 등 명성에 걸맞은 기가 막힌 연출들이 가득합니다. 동시에 그것이 과시적인 영화적 실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세상 냉철한 주인공 마냥 오롯이 장르적 재미를 위해 복무하는 쿨한 작품이기도 하죠. 파고들려면 한도 끝도 없을 작품일 테지만, 역으로 이름값에 주눅 들 것 없이 마음껏 즐기기에도 더없이 훌륭한 오락영화랄까요.

 

 

 

 

 

 

# 3.

 

손대면 톡 하고 끊어질 듯 팽팽한 대립구도를 능숙하게 농락하는 비범함 아래로 시종일관 능숙하던 주인공이 고초를 겪게 되는 유일한 계기가 선행 때문이라는 아이러니로 말미암아 완성되는 안티 히어로의 캐릭터성이 작품에 두터운 입체감을 부여합니다. 칼싸움으로 결정되는 세계관에 개입하는 총 한 자루의 상징, 오프닝 시퀀스의 대화를 두텁게 이어받는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 개 한 마리가 터덜터덜 물고 오는 손모가지의 박력과, 제한적인 공간 미술을 다채롭게 받아내는 연출적 아이디어, 내러티브와 조응하며 정밀하게 크레셴도 되는 서스펜스, 대가의 작품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깨알 코미디 또한 단단하게 작품을 떠받치고 있죠. 여기에 스파게티 웨스턴의 시초라 평가받는 <황야의 무법자>로부터 시작된, 사후적으로 이 영화로부터 영향받게 될 무수히 많은 영화들 속 오마주들과 그 보다 더 많은 서부극의 클리셰를 역으로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백미는 여유롭게 움직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호쾌하게 내지르는 주인공의 발성, 양팔을 소매에 숨기고 미끄러지듯 돌아다니다 부지불식간에 '호다다닥' 달려가 칼질을 '샥샥' 하는 액션입니다. 대배우 미후네 토시로가 연기한 주인공 쿠와바타케 산쥬로의 카리스마라는 것이죠. 계획을 수립할 땐 이지적이기도 하고, 불행한 가족에 연민을 비치는 순간엔 감성적이기도 하며, 탈출을 도모할 땐 분석적이기도 하고, 식당 주인의 위험에 분기탱천하는 순간엔 즉흥적이기도 하는 등의 두터운 캐릭터성은 마을을 황폐화시킨 두 세력뿐 아니라 스크린이라는 공간의 제약과 6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 너머 관객의 마음까지 손바닥 위에 올려놓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요짐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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