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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오스카가 또 _ 디 애프터, 미산 해리먼 감독

그냥_ 2024. 3.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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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미산 해리먼 감독,

『디 애프터 :: The After』입니다.

 

 

 

 

 

# 1.

 

나이지리아계 영국인 사회 운동가 겸 사진작가인 미산 해리먼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2015년 개봉된 영화 <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를 연기한 데이비드 오예로워가 주인공 다요 역으로 참여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18분짜리 단편 영화인데요. 올해 아카데미 단편영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기도 하니, 시상식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목을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수상은 웨스 앤더슨의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가 차지합니다.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었죠.

 

묻지 마 테러의 참상 이후를 그립니다. 전반적으로 평이하고 예측가능한 전개이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시의성이 관객을 안정적으로 몰입하게 합니다. 테러로 아내와 딸을 모두 잃은 다요의 직업은 라이드 셰어 드라이버인데요. 매일같이 태우고 다니는 승객들은 가족과의 단란했던 과거를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승객들의 대화에서 기억의 편린을 발견할 때마다, 탁 하고 스프링클러가 터지듯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쏟아집니다.

 

주인공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슬픔과 그리움과 외로움을 억누르다 마지막 소녀의 포옹에 터져 나오는 구성은 감정적 해방입니다. 영화는 '울지 말고 이겨내라'가 아니라 '울어도 된다' 말하는 방식의 위로라는 면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그 대상이 감정을 절제하고 강인할 것을 요구받는 남성이라는 면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 2.

 

불확실한 사회의 양면성은 감독이 발견한 테러의 본질입니다. 앞으로 다가와 칼을 휘두르는 괴한과 뒤에서 다가와 따뜻한 손길을 주는 소녀의 수미상관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투사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인은 가족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지만, 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기도 하며, 내 슬픔을 이해하고 끌어 안아 위로하는 소녀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영화의 관객과 차량의 승객으로 하여금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정체불명의 드라이버가 테러의 피해자일 수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주변 이웃들의 슬픔과 절망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다요가 세상에서 가장 번잡한 도시, 런던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만나고 있음에도 그가 느끼는 감정이란 사람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이니까요. 높고 화려한 건물의 문명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야만적인 폭력 역시도 강력한 대비입니다. 그런 모순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느슨한 책임감을 독려하면서도, 그 방식이 폭력적이고 교조적이지 않다는 것은 칭찬받을 수 있는 거겠죠.

 

 

 

 

 

 

# 3.

 

이처럼 다방면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나, 언제나 말씀드리듯 주제의 당위는 작품의 가치로 연결될 수 없습니다. 선량한 주제의식과 강력한 이미지만 준비되어 있을 뿐 이를 연결하는 과정은 게으르고 둔탁합니다. 환경과 상황의 구조적 나열에 과도하게 집착하느라 정작 캐릭터를 다듬는 과정을 등한시한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행복한 가족을 표현하기 위해 춤추는 오프닝은 편의적입니다. 칼 들고 테러하다 굳이 아이를 집어던지는 것도 어색합니다. 그걸 보자마자 갑자기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는 아내의 행동도 이상합니다. 마지막 승객 부부의 다툼도 소녀를 부모에게서 떼어내기 위함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소녀의 포옹 또한 전혀 설득되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감정변화 곡선을 그리는 것에도 불성실합니다. 메시지에 대한 설득은 다요의 연기에 전적으로 기대게 되는 데 그것에 실패하고 있습니다. 사고 후 1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감정적 피폐함이 전혀 묘사되지 않습니다. 승객들을 힐끗 거리는 것도 과도하게 양식적이라 어색합니다. 차라리 퀭한 눈으로 정면을 주시하면서 그가 은연중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디렉팅 하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앤딩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울부짖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벌떡 일어나더니 하늘 올려다본 후 떠나버리면 그 둔탁한 감정 변화를 관객은 따라가지 못합니다. 아니, 따라가지 않습니다.

 

영화로서의 창의성은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부족한 이야기는 손쉬운 장치들로 대신합니다. 감정을 고조시키는 조작적인 음악,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통화 녹음, 차 트렁크에 쪼그려 누은 자세의 반복 따위인데요. 우리 관객에겐 특히 익숙할 신파의 냄새죠. 결과적으로 적잖은 관객들로부터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의 단편인가? 라는 의문을 사고 말았는데요. 메시지, 특히 단편과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완성도보다 주장에 경도되어 평가하는 아카데미의 질 낮은 기준을 증명하는 또 다른 사례라 할 수 있겠군요. 미산 해리먼 감독, <디 애프터>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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