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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SF & Fantasy

혁신은 없었다 _ 팟 제너레이션, 소피 바르트 감독

그냥_ 2023. 12.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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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파스텔 빛 미래에 대한 사소하지 않은 고민들이 잎사귀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소피 바르트 감독,

『팟 제너레이션 :: The Pod Generation』입니다.

 

 

 

 

 

# 1.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낳았다.

 

# 2.

 

...가 영화 속 상황의 전부입니다. 그저 엄마의 자궁 대신 '팟'이라는 이름의 인공자궁에서 아이가 키워질 뿐이죠. 기술적인 문제 혹은 우려는 의도적으로 배제됩니다. 안전상의 걱정 없이 자궁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 가상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가정한 상황에서의 윤리적 문제에 천착한 작품이라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어디까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일 텐데요. 영화 속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과의 거리를 기준으로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가장 낮은 층은 '집에서의 비서'입니다. 날씨, 일정, 식단, 재고, 출입 따위를 관리하는 지금도 상용되고 있는 가정용 AI의 발전된 버전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죠. 대부분의 상황에서 AI는 정보를 취합 전달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 정확한 밀도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적응하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인공지능 엘레나와 주인공의 관계는 분명 일방향적이고 한결 편안해 보이죠. 두 번째 층위는 '직장에서의 비서'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업무를 보조하는 듯 보이지만, 가정용 비서와 달리 몇몇의 상황에서 회사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관계가 역전되기도 합니다. 은근히 행복한 심리 상태를 강요한다거나, 목소리에서 감정을 캐묻는다거나, 심지어 업무 효율을 점검하는 장면 등에서는 명확한 불쾌감이 전달되죠. 이 같은 간섭적인 관계는 껌뻑 거리며 쳐다보는 눈으로 시각화됩니다. 시선은 언제나 권력을 상징하는 법이니까요.

 

 

 

 

 

 

# 3.

 

세 번째 층위는 '인공지능 상담사'입니다. 단순히 복무하거나 견제하는 것을 넘어 인간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드러내고 상담하는 대상으로서의 인공지능이죠. 상담 전후의 감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살아가는 방식에 투사된다는 것은, 부드럽고 논리적인 어투에 가려져 있을 뿐 지시관계가 역전된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같은 역학 관계의 역전은 직장용 비서보다 훨씬 거대한 눈알과 지긋이 내려다보는 구도를 통해 상징됩니다. 남편의 거북해하는 반응은 분명 설득력을 가지죠.

 

마지막 네 번째 층위는 팟 정확히는 '팟이라는 시스템'입니다. 인공자궁 속 태아는 시스템에 의해 보호되고 제어되고 평가되고, 심지어 개량됩니다. 성별을 포함해 원하는 기질을 조절할 수 있다거나, 조산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 서늘하죠. 팟의 위계에서는 비단 아이뿐 아니라 부모까지 종속적인 관계로 추락합니다. 부모는 팟이 허락하는 방식 허락하는 크기 허락하는 시간 안에서만 아기와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이 같은 일방적인 관계는 결말부 계약에 근거해 이른 출산이 강요된다거나, 심지어 원격으로 작동이 중단되는 상황 따위의 갈등으로 극화됩니다. 팟에서 자라고 태어난 아이는 꿈을 꾸지 않는다는 설정 역시, 단순한 시스템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수직적 관계에 놓여 버린 인류의 비극적인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겠죠.

 

 

 

 

 

 

# 4.

 

이 같은 분류 체계 위에서 감독은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그저 성실하게 편익과 고민과 갈등과 위화감을 채집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열과 성을 다해 여성 해방을 이야기하는 동료의 모습이라거나, 영화 전반에 걸친 파스텔 톤의 세계는 과학 기술 발전이 주는 이로움이 실존하는 것임을 증명합니다. 당장 엄마 레이철의 물리적인 편안함이라거나, 아빠 엘비와 태아의 유대감 등은 분명한 것이니까요. 반면, 배양기에서 키워지는 식물은 고양이를 먹이면서 사람은 3D 프린트로 만들어낸 음식을 먹는 장면의 위화감이라거나, 식물에서 난 과실에 당황스러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양보할 수 없는 근원적 가치를 타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면에서 그것대로 흥미롭기도 하죠.

 

식물과 호스로 연결된 마스크를 쓰고 필요에 따라 신선한 공기만 취사적으로 얻는 장면은 특히 서늘한 데요. 결국 팟에서 키워지는 인간이라는 것 역시 필요에 따라 격리되어 인큐베이팅된다는 면에서 식물과 같은 처지라는 뉘앙스를 내비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격리된 식물의 처지가 인간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라면, 다음 세대의 인간은 인공자궁에서 키워지는 것을 넘어 '프린팅' 될지도 모른다 상상하면 끔찍하죠.

 

아이를 인공자궁에 넣으면서 성별은 자연의 선택에 맡긴다 말하는 순간의 이율배반적인 감정 역시 흥미로운 고민거리라 할 법합니다. 인공자궁의 모습이 마치 펭귄 같다 말하는 장면도 썩 흥미로운데요. 난생도 버젓이 있는 마당에 이를 '자연스럽지' 않다 느낀다면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싶은, 보다 근원적인 고민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죠. 인공지능 상담사가 전하는 형식(상담사의 정체, 인공자궁)이 본질(상담의 내용, 가족의 가치)을 훼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또한 제법 묵직합니다.

 

 

 

 

 

 

# 5.

 

이처럼 하나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정한 성취로서 인정받아도 좋을 겁니다. 특히 두 부부를 각 진영의 투사로 만들어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 납득 가능한 자기모순 속에서 노력하는 개인으로 풀어냈다는 것은 드라마로서의 안정적인 퀄리티를 확보하게 합니다. 이 모든 문제들은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며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으며, 그 끝을 세 가족이 한데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통해 정의합니다. 감독이 창조해 낸 평화롭고 고요한 파스텔 톤을 가진 따뜻한 곡선의 디스토피아는 분명 고유한 영역을 점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죠.

 

결국은 자연의 숲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는다(?)는 결말인데요. 그것을 정상적인 팟의 작동이 아닌 공구를 동원해 파괴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라거나, 그 잔해를 투박한 택배 상자에 실어 돌려보낸다는 것은 단호한 거절이라고 밖엔 해석할 수 없게 하죠. 이는 수많은 화두를 던진 감독 나름의 대답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정확히는 팟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편리와 윤리의 경쟁 사이에 경제 논리가 개입하는 것만을 선별적으로 거절하는 결말이라는 면에서 다소 무책임하고 비겁해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운 것과 인공적이라는 것의 의미라거나, 형식과 본질의 경계에 대한 고찰 등은 관객에게 던져둘 뿐 어떠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면에서 소재의 동력을 충분히 활용한 작품이라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음에 분명하죠.

 

굳이 선해한다면 어차피 답이 없는 곳에서 용기 있게 화두를 이야기하고 논의하자 제안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것이 관객들을 얼마나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소소하게 인공 자궁의 영양 공급을 굳이 수동으로 해야 한다는 나태한 설정이라거나, 22세기를 앞둔 그 순간에조차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갤럭시 폴드(...)를 쓰고 있을 정도로 스마트폰에 혁신이 없었다는 점 역시 관객이 받아들여줄지는 모르겠군요. 소피 바르트 감독, <팟 제너레이션>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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