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Don’t ask me... I’m just the bass player.
몰리 오브라이언 감독,
『온리 걸 인 더 오케스트라 :: The Only Girl in the Orchestra』
입니다.
# 1.
내가 오린을 사랑하는 건 오케스트라에서 빛을 내뿜기 때문이다. 오린은 음악에 전적으로 몰입하며 그쪽을 바라볼 때마다 오린도 항상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경이로운 집중력이다. 비결이 뭘까? 우리가 연주하는 모든 곡의 베이스 파트 음을 전부 외웠나? 그건 기적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이다. -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
전설적인 음악가에게 기적이란 찬사를 받은 사람은 오린 오브라이언. 1966년 뉴욕 필하모닉 정규 단원으로 고용된 첫 여성 더블베이시스트다. 여든이 훌쩍 넘은 그녀의 모습을 담아 낸 다큐멘터리 감독은 몰리 오브라이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의 조카다. 자유롭고 진취적인 고모는 카메라를 든 조카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감독은 지근거리에서 소년의 눈빛을 가진 고령의 베이시스트를 애정으로 담아낸다.
작품의 감정선은 독특하다. 어려운 시대를 해쳐 나온 사람의 자부심이나 문제의식도 아니다. 자신의 커리어를 마무리한 사람의 회한이나 후련함도 아니다. 오히려 지긋지긋함이다. 자신에게서 긍부정을 막론한 함의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향한 지긋지긋함에 걸려있고, 그것이 영화를 이전에 경험한 바 없이 경쾌하고 신선하게 한다. Don’t ask me... I’m just the bass player. 익숙한 캐비닛에 걸린 문구처럼 그녀는 오케스트라의 온리 걸이 아닌 그저 베이시스트다.
# 2.
조카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고모를 동경한다 고백하지만 오린에겐 황당하고, 심지어 무례한 이야기다. 고모는 모든 것은 우연일 뿐이라는 말과 함께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 답한다. 넌 날 큰사람처럼 만들려 하는 데 난 그게 불편해. 명징한 영화의 핵심은 감독의 욕심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온리 걸이 아닌 오케스트라다.
당시의 시대상을 반추하게 하는 어떤 면에선 민망하고 어떤 면에선 무례한 기사 스크랩에 대한 코멘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분량은 음악과 음악인으로서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돋보이길 즐겼던 서부극 스타 아버지와 여배우 어머니에 대해 회고하기도 하지만, 그조차 조용히 음악에 집중하길 원했던 삶의 다양한 굴곡 중 하나일 뿐이다. 그녀는 담담하게 동시에 단호하게 음악의 가치와 연주자의 덕목을 말한다. 혼자 연주하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던 베이시스트는 동료들과 협주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이 즐겁다. 그 즐거움이 능숙한 유머와 에너지로 환원되는 순간들은 숨길 수 없는 주인공의 인간적 매력이다.
은퇴보다 은퇴를 축하하는 주변의 사람들, 그들을 고맙게 여기는 마음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이 가진 '조화로움'에 대한 따뜻한 시선 아래로 육중한 베이스가 흐르는 경험은 짧은 단편임에도 충분히 특별하다. 50년 전에도 50년은 넘었을 피아노를 해체하고 손대지 말라는 글귀의 악기 보관함을 비워낸다. 뉴욕 필하모닉의 첫 여성 베이시스트는 더 이상 뉴욕 필하모닉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영원한 베이시스트다. 반려 악기를 동료에게 선물하고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감상한 그녀는 음악을 이어나갈 사람들에게 평생 사랑해 온 베이시스트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더블베이스는 모두를 받치는 바닥이다. 단단하지 않으면 무너지겠지만 그럼에도 보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조연주자의 역할을 마다하지 마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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