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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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개봉 74

로스트 같은 거 _ 어둠 속으로, 제이슨 조지 제작

# 0. 태양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겨 해가 뜨면 전자레인지 안에 있는 것 마냥 맛있게 구워지게 되는 재난이 발생함에 따라, 살아 남기 위해 비행기 타고 지구 자전 역방향으로 겁나 빨리 빤스런을 하면서, 육지에선 파밍하고 비행기 내에선 투닥거리거나 썸을 타는 드라마입니다. 'Netflix Original 벨기에 TV 시리즈', 『어둠 속으로 :: Into the Night』입니다. # 1. 범지구적 스케일의 재난과 불안정성 높은 환경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속출합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 모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갈등과 협력을 강요받게 되죠.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에 대해 이해와 용서를 조금씩 넓혀가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성장하거나 혹은 책임지게 됩니다. 이 일관된 구조가 ..

Series/Thriller 2020.05.08

절친 인싸들을 사냥하는 짱 센 킬러 _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 0. ... 가 전부인 영화입니다. 가오가 몸을 지배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말초적 간지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엽기적일 정도로 서사의 볼륨은 좁습니다.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제목에서 말씀드린 대로 졸라 짱 센 먼치킨 킬러가 힙한 슬럼가 인싸들을 사냥한다가 정말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 외 모든 요소들은 빈곤한 서사를 지탱하기 위한 억지와, 몇몇 주요 인물들을 멋있어 보이게끔 하기 위한 치장에 불과합니다. '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 :: Time to Hunt』입니다. # 1. 주인공 '준석'이 교도소를 다녀온 건, 이 인물에게 온갖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줄 '교도소에서 알게 된 형님들'이라는 도라에몽을 쥐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헌신적인 짱친 형님들이..

Film/Thriller 2020.04.27

공장제 드라마 _ 와인을 딸 시간, 프렌티스 페니 감독

# 0. 신박한 은유와 리드미컬한 라임의 말장난으로 점철된 수다스러운 흑인 힙합 문화를 가져다 온건한 가족주의라는 주제 의식에 때려 박아 만든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공산품 드라마 영화입니다. 물론 이때의 '흑인스러움'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주류 사회가 선별적으로 취사선택한 흑인 문화의 솔직함과 유쾌함만을 의미합니다. '프렌티스 페니' 감독, 『와인을 딸 시간 :: Uncorked』입니다. # 1. 영화가 어떻게 굴러갈지를 이해하는 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인물과 배경 세팅이 끝나는 10여분이면 이후 전개가 어떻게 될지 손바닥에 올려놓은 듯 훤하게 드러나거든요. 소믈리에를 꿈꾸는 아들과, 막 암이 나았지만 차마 가발을 버리지는 못하는 엄마와, 할아버지로부터 이어받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은 가업..

Film/Drama 2020.04.13

엄복동을 이겼다 -2-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이전글 : 엄복동을 이겼다 -1-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영화가 자살했다 아주 사소한 장면 하나를 애피타이저 삼아 씹는 걸로 글을 이어갈까요. 어딘지 모를 풀 숲 한가운데 있던 범죄자의 냄새를 쫓는 장면. "잘했어."(주태주), "잘했지."(알리), "제법인데?"(주태주), "제법이지."(알리)로 이어지는 대사는 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서수남', '하청일' 콤비의 만담을 반세기의 시간을 건나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그 외에 온갖 단역들이 『서프라이즈』에서도 컷 당할 수준의 오버 연기를 남발하고, 셰퍼드와 대화하기 위해서 흑염소 역시 종에 맞지 않는 개소리를 지껄이지만, 다행히도 이 모든 것들은 판다 옷을 입고 돌려차기 하는 '배정남'만큼 절망적이지는 않습니다. 앞선 글에..

Film/Comedy 2020.04.10

엄복동을 이겼다 -1-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한국 영화에 새로운 역사가 쓰였습니다. UBD라는 천년의 유산을 남긴 『자전차왕 엄복동』(이하 엄복동)이 『라스트 갓파더』의 시대착오적 코미디와 퓨전해 한층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이 영화는 무려 '엄복동'을 이깁니다. 심지어 위대한 『리얼』의 아성에까지 도전해 볼 법합니다. '김태윤' 감독, 『미스터 주 _ 사라진 VIP :: MR. ZOO 』입니다. 환상적 스타트 오프닝을 주목해 보는 건 이어 보게 될 영화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명작들은 시작부터 자신이 얼마나 잘 다듬어진 대단한 영화인지를 가감 없이 자랑합니다. '봉준호' 감독 작 『마더』의 압도적인 오프닝 시퀀스는 좋은 예라 할법하죠. 반면, 폭망작들 역시 오프닝에서 자신이 얼마나 망작인지를 가감 ..

Film/Comedy 2020.04.09

무능한 사람의 선량함 _ 시타라, 샤르민 오바이드-치노이 감독

# 0.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팔려가듯 시집 가게 되는 파키스탄의 어린 소녀들. 자기 실현의 기회를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사그라들고 마는 소녀들의 가능성과 폭압적 풍습에 대한 사회고발적인 메시지를 동화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대조적으로 풀어낸 작품. 뭐 그런거라는 건데요. '샤르민 오바이드-치노이' 감독, 『시타라 - 렛 걸스 드림 :: Sitara - Let Girls Dream』입니다. # 1. 메시지고 나발이고 할말은 해야겠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무신경합니다. 어린 아이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만 같이 뻔하고 또 뻔뻔한 영화입니다. 감독이 영화를 찍은 이유는 책이나 기사 등의 여타 매체에 비해 관객이 더 많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이유는 표현하기에 ..

Film/Animation 2020.04.07

이유있는 자신감 ⅱ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이유있는 자신감 ⅰ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 0. 전 시즌의 리뷰 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화 별로 짧게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이 넓고 평탄하게 설정과 인물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시즌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 morgosound.tistory.com # 7. 4화 _ 조범팔 『기생충』도 그렇고 온갖 장르를 버무리는 게 요즘 트렌드인 걸까요. 『킹덤』 역시 오컬트, 좀비, 액션, 드라마를 지나 이번엔 타임어택 레이스에 살짝 발을 걸칩니다. '조학주'의 뒤를 쫓는 '창'의 물리적 추격전과, '중전'의 음모와 어영청의 수사 사이의 서사적 추격전을 동시에 내달립니다. 전편의 글을 '빌런의 중량감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했었는데요. 작..

Series/Horror 2020.03.20

이유있는 자신감 ⅰ _ 드라마 킹덤 시즌2, 김성훈 / 박인제 감독

# 0. 전 시즌의 리뷰 와는 달리 이번 시즌은 화 별로 짧게 짧게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이 넓고 평탄하게 설정과 인물을 나열하고 소개하는 시즌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 시즌은 인과를 바탕으로 서사를 쭉 뽑는 시즌이기 때문이죠. 아, 물론 하나의 글로 정리하자니 귀찮기 때문인 것도 맞습니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박인제' 감독, 『킹덤 시즌 2 :: Kingdom season 2』 입니다. # 1. 1화 _ 풀 액셀 전 시즌의 호평과 인기에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은 걸까요. 한국적인 것이 발목 잡는 게 아니라 신선함으로 먹히는구나라는 걸 확인한 제작진이 조금 더 과감해진 듯한 인상입니다. 액션물, 좀비물, 정치극 등의 보편적 장르를 코어로 삼았던 전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은 ..

Series/Horror 2020.03.18

줄리아 폭스 ⅱ_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줄리아 폭스 -1-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 0. 매운 닭발을 스스로 사 먹어 놓고 매워서 별로라고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람쥐통에 제 발로 올라 놓고 멀미가 심해 쓰레기라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morgosound.tistory.com # 10. 복잡 미묘한 감각적 연출과 별개로 메시지 자체는 명쾌합니다.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믿어라. 남의 가능성에 자기 인생을 걸었다간 패가망신한다. 가 그것이죠. '하워드'가 베팅하는 대상은 언제나 타인의 가능성입니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를 돌려 막기 식 부채의 불안정성으로 대처합니다. 세공조차 되지 않은 블랙 오팔에 위기 극복을 전적으로 기대고 있구요. 전문 평가사가 매긴 십만여 달러보다는 정체모를 감정사의 백만 불 ..

Film/Thriller 2020.03.10

줄리아 폭스 ⅰ _ 언컷 젬스, 샤프디 형제 감독

# 0. 매운 닭발을 스스로 사 먹어 놓고 매워서 별로라고 별점 테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람쥐통에 제 발로 올라 놓고 멀미가 심해 쓰레기라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에스프레소를 자기 돈으로 사 마시며 쓰다고 물을 타 달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지 않는 한, 우리는 흔히 그런 사람들을 '진상 손님'이라 말합니다. 닭발이 매울 수는 있습니다. 다람쥐통을 타고 멀미를 할 수도 있고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시고 깜짝 놀랄 수도 있죠. 다시는 닭발에, 다람쥐통에, 에스프레소에 돈을 쓰지 않겠다 생각할 수도 있고 그건 전혀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그런 이유들로 닭발과 다람쥐 통과 에스프레소를 '잘못된 것'이라 욕하는 건 썩 권장할만한 태도는 아닐 겁니다. 이 영화를 보고..

Film/Thriller 2020.03.06

켠김에 끝까지 _ 지구의 밤, 알렉스 민턴 감독

# 0. 영화를 본다는 건 생각보다 더 피곤한 일입니다. 특히나 저같이 미취학 아동과의 팔씨름도 장담할 수 없는 극심한 운동 부족이자 미운 7살 부럽지 않은 중증 ADHD 환자에게는 더더욱 말이죠. 아무리 하루가 멀다 하고 볼만큼 영화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가끔 쉬어가는 느낌으로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보는 시리즈물이 하나씩 있으면 썩 유용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용도로 작품을 고를 때는 평소 영화를 볼 때와는 조금은 다른 기준이 필요하죠. '알렉스 민턴' 감독, 『지구의 밤 :: Night On Earth』 입니다. # 1. 너무 길면 곤란합니다. 옴니버스 식으로 각 에피소드들이 따로 놀아주면 더욱 좋죠. 감독이 누구인지보단 돈 많은 제작사 이름값이 더 신뢰할만하구요. 깊은 이야기나 주제의..

원기옥 _ 지옥행 특급택시, D.C 해밀턴 감독

# 0. 그런 영화들이 있습니다. 다 덮어놓고 반전 한방 딱!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는 영화들 말이죠. 주머니 사정을 가늠케 하는 지극히 단출한 세트와, 이를 가리면서도 최대한의 가성비를 뽑기 위한 다양한 광원과 화각의 화면 연출. 그리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만 같은 많아야 세명 안쪽의 주인공 라인업과, 이들의 개인기를 사골처럼 쥐어짜 표정연기와 대사를 쏟아내는 걸로 간신히 버티는 수다스러운 서사 진행. 2/3 지점에서 터지는 한방 반전과, 그 반전을 최대한 거창한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후반부의 호들갑까지. 이렇게만 말하면 혹평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말씀드린 2/3 지점에서의 반전만 확실하다면 창의적인 아이템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수작이 ..

Film/SF & Fantasy 2020.02.25

구연동화 _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 데이비드 린치 감독

# 0. 무서운 영화입니다. 장르적으로 무서운 건 아니구요. 감독이 '데이비드 린치'이기 때문이죠.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이자 제54회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그 감독 맞습니다. 살얼음을 내딛는 듯하군요. 까딱 헛소리를 잘못했다간 마니아들에게 영알못이라고 까일 테구요. 별 내용도 없이 좋다고 나댓다간 허세충으로 내몰릴 겁니다. 아! 그래서 감독 이름이 린치인 걸까요? '데이비드 린치' 감독, 『잭은 무슨 짓을 했는가 :: What did jack do?』 입니다. # 1.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닭가슴살 부드러운 여자 친구를 둔 말하는 원숭이가 일흔 넘은 감독에게 취조 당하는 영화죠. 능청스럽게 원숭이 앞에 앉아 온갖 개드립을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십여 분간 주절대다 원..

Film/Comedy 2020.02.17

안구 정화용 _ #캣츠_냥스타그램의 세계, 마이클 마골리스 감독

# 0. 인스타그램 스타가 된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고양이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돈을 벌어 재끼는 걸 보니 여간 배가 아픈 게 아니군요.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일단 귀엽고 봐야 합니다.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분노에 휩싸여 이런 징그러운 몰골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손해배상을 요청해 봤지만, 돌아온 건 고양이 영화를 보고 웬 개소리냐는 핀잔과, 한번 더 미친 소리를 했다간 먹여주고 재워 준데 대한 비용 청구를 하겠다는 엄포뿐이었습니다. 엄마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마이클 마골리스' 감독, 『#캣츠_냥스타그램의 세계 :: #CATS_THE_MEWVIE』 입니다. # 1. 기본적으로 고양이 예찬 다큐멘터리이자 눈뽕 영화입니다만, 나름 사회과학적이면서 경제학적인 영화이기..

Documentary/Social 202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