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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100년전 코미디 _ 황금광 시대, 찰리 채플린 감독

그냥_ 2019. 9.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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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좋은 작품들은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많은 사람들이 만족을 표할수록 인지도는 높아집니다. 일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면 명작 혹은 걸작이라 불리게 되죠. 작품들이 명작이나 걸작으로 평가받는 근거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감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가치 역전이 일어나게 된다는 건데요. 사람들이 좋아해서 좋은 작품인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좋아해야만 하는 작품이 되는 것이죠. 그때부턴 작품에 대한 감상과 작품의 가치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감상평은 일종의 사상검증으로 전락하죠.

 

 

 

 

 

 

 

 

'찰리 채플린' 감독,

『황금광 시대 :: the Gold Rush』입니다.

 

 

 

 

 

# 1.

 

누구도 쉽게 <시민 케인>을 별로인 영화라 하지 못하고 <대부>를 재미없는 영화라 하지 못합니다. 물론 두 작품 모두 비평적 측면에서 좋은 영화들이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재미있다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형식논리적 측면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영화'란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감안할 때 이건 이상한 현상이죠. 특히나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람들 혹은 영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사상검증의 압력을 더욱 세게 받게 됩니다. 자칫 '명작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으로 매도당할까 싶은 불안함이 솔직한 감상을 가로막는 거죠. 때문에 저는 <시민 케인>은 과대평가되어있다 평하는 박찬욱 감독의 용기를 높이 삽니다. 그의 견해에 동의하느냐 않느냐와는 별개로 말이죠.

 

관객보다 위대한 작품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시민 케인>도 <대부>도 <카사블랑카>도 그 외 모든 영화사적 걸작들 모두 심드렁하게 영화를 보고 있을 단 한 명의 관객보다도 가치가 없죠. 영화의 비평적 가치나 상업적 성취가 제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것이 본질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존재론적 의의조차 극복하지는 못합니다.

 

왜 쓸데없이 복잡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느냐구요? 지금 리뷰하려는 작품이 세계 영화사의 마스코트 중 하나인 '찰리 채플린'의 걸작이기 때문이죠. 우린 주눅 들지 않고 이 위대한 영화인의 위대한 영화를 솔직하게 볼 수 있을까요?

 

 

 

 

 

 

# 2.

 

코미디는 장점과 한계가 명확한 장르입니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우월한, 압도적인 보편성과 폭발적인 파괴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장르입니다만 또 시대 변화나 익숙함에 대한 내성은 굉장히 약한 장르이기도 하죠. 잘 짜인 슬랩스틱을 보노라면 남녀노소 불문 박장대소하게 되지만 두어 번만 반복하면 쉽게 식상해져 버립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를 백 번 천 번 반복해도 감동적인 드라마와 대조적이죠. 그런 측면에서 코미디는 여러모로 공포물과 비슷합니다. 가장 극단적인 감정인 웃음과 공포를 다루는 두 장르가 본질적으로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군요.

 

이 영화 역시 채플린의 작품답게 슬랩스틱 코미디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시대상을 상당히 반영하는 감독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접점이 없는 우리들도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잘 만들어진 코미디의 힘이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채플린의 코미디가 무수히 많이 재생산된 지금의 기준에선 박장대소를 유발할 만큼 재미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영화의 코미디는 완성도는 인정하나 다소 식상해져 버렸다는 게 정확해 보입니다.

 

배꼽 잡는 코미디를 보겠다는 요량으로 영화를 본다면 실망스러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상함으로 인해 뜻밖의 장점도 있는데요. 오히려 코미디의 이면에 숨어 있던 서정성이 더 잘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 3.

 

한눈에 반한 여성 '조지아'를 대하는 작은 친구 '채플린'의 순수한 사랑과 솔직한 욕망이 주는 울림이 굉장합니다. 황금 금광으로 대변되는 물질적 풍요에 매몰된 인물들 사이에서 부유하는 채플린의 여정은, 지금 시대의 그것과 섬뜩할 만큼 닮아 있습니다. 땀 흘려 일해 차린 진심을 담은 소박한 새해 식탁과, 빵과 포크로 추는 재치 넘치는 춤은 화려한 새해 파티에 밀려 꿈속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주인공의 처절함이나 절박한 구애의 표현보다 '빵과 포크로 춤을 추는 꿈'을 보여주는 연출은 천재적이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 씬은 영화 속 서정성을 넘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물질적 풍요를 갈구하느라 되려 외롭고 고독했던 시대의 현실을 열감으로 전달하는 방식 역시 탁월합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코미디에 숨은 처절할 정도의 냉소는 역시 채플린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하죠.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듯 코미디는 일시적이더라도 메시지와 정서는 영원합니다.

 

 

 

 

 

 

# 4.

 

채플린식 슬랩스틱 코미디의 특징은 바보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의 수많은 아류들이 결코 채플린에 도달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죠. 그는 절대 스스로 바보스러움을 자처하지 않습니다. 되려 연기하고 있는 인물은 비극에 훨씬 가까이 서 있습니다. 비록 동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가 그를 희극적으로 받아들일지언정 말이죠.

 

따라서 코미디의 진수는 표정에 담겨있습니다. 눈보라에 휘날려 넘어지는 움직임보다, 개를 허리춤에 메고 춤을 추는 모습보다, 털로 채워진 베갯속을 휘날리며 환호하는 모습보다, 그 순간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와 내면에 집중해 보시길 권합니다. 흑백 화면과 무성영화라는 한계를 뚫고 100여 년의 시공간을 넘어 전달되는 진지하고 솔직한 눈빛 연기를 목격하실 겁니다. 영화를 보노라면 희극이야말로 그 어떤 장르보다도 연기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능 영화인 찰리 채플린의 무수히 많은 능력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능력을 꼽으라면 저는 코미디에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내는 연기력의 힘을 꼽겠습니다.

 

 

 

 

 

 

# 5.

 

흑백 무성 영화의 한계를 내레이션과 음악으로 메우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였음을 증명합니다. 기술적 한계라는 불모지에 핀 한송이 꽃이랄까요. 하지만 그것이 현대적인 컬러 영화와 유성 영화 이상의 존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사막 한가운데 핀 꽃이 제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드넓은 초원의 풍부함을 담아낼 수는 없는 법이죠.

 

찰리 채플린이라는 콘텐츠가 왜 매력적이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별개로 박장대소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으시다면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이 영화는 좋은 선택은 아닐 테죠. 우리가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때 그 재미있음을 '영화를 보고 나서 종합적으로 기분이 더 좋아졌다.'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이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깔깔대고 웃을 수 있다'라는 의미에서라면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는 아닐 겁니다.

 

코미디로 풀어낸 서정적인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언제고 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선명한 코미디를 원하신다면 이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지금의 영화들을 찾으세요. '찰리 채플린', 『황금광 시대』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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