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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Romance

캐스팅이 80% _ 시시콜콜한 이야기, 조용익 감독

그냥_ 2020. 9.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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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장르물의 성패는 대부분 감독의 역량에 의해 좌우되곤 합니다만, 단 하나. 로맨스물 만큼은 감독보다 배우의 개인기에 의해 성패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그 좋은 예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네요.

 

 

 

 

 

 

 

 

'조용익' 감독,

『시시콜콜한 이야기 :: Trivial Matters』입니다.

 

 

 

 

 

# 1.

 

분명 이 영화는 어설픕니다. 평범한 젊은 남녀가 썸을 타는 동안의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다루는 영화인데 정작 두 주인공의 일상성과 균형이 모두 무너져 있거든요. 

 

# 2.

 

'엄태구'의 '도환'은 찐따입니다.

 

오래 전의 내가 겹쳐 보이는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과 민망함이 전달되어야 할 보편적 캐릭터 표현 대신 나와 아무 상관없는 '도환'만의 찌찔함이 묘사됩니다. 인물을 둘러싼 곁가지 설정들 대부분 명확한 계획하에 배치되어 있다기보다는 얼기설기 덧붙여진 느낌에 가깝습니다.

 

'평범한 누군가들의 잠시 동안 찌질했던 순간'과 '특별히 찌질한 누군가의 찌질함'은 분명 다릅니다. 전자를 다루는 영화는 얼굴이 발그레 해 질 것만 같은 민망함과 그럼에도 이를 곱절로 극복하게 하는 풋풋함의 영화가 될 테구요. 후자는 그저 답답하고 짜증 나기만 하는 영화가 되겠죠.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분명 전자보단 후자 쪽에 가깝습니다.

 

 

 

 

 

 

# 3.

 

'이수경'의 '은하'는 그 찐따에게 반한 순애녀입니다.

 

'도환'으로부터 매력적인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과 이성적 호기심을 키워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부재한 채 그저 소심한 남자가 얼타는 걸 한번 보자마자 열렬한 사랑에 빠진 특이 취향의 여성이죠.

 

기계적으로 대칭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썸'이라는 게 성립하려면 서로 한 발짝 한 발짝씩 조심스레 다가가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요. 영화 시작부터 '도환'을 극한의 히키코모리 기믹 찐따로 만들고 들어가다 보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가가는 과정의 짐을 모조리 '은하' 혼자 짊어지게 됩니다. '도환'이 내숭을 떠는 동안 '은하' 혼자 미친 듯이 구애하는 그림이 완성된 거죠. 첫 만남부터 전화번호를 따고 술에 취해 영상통화를 걸어 수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먼저 함께 영화를 보자 말하는 정도의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서, 그 이후엔 주야장천 영상통화나 반복했답니다! 라며 간을 보면 몰입이 될 리가 없다는 걸 간과합니다.

 

 

 

 

 

 

# 4.

 

제목은 『시시콜콜한 이야기』인데 그 '시시콜콜함'을 만들어낼 디테일한 서사나 감수성이 대단히 부실합니다. 전반적으로 시나리오가 조직되는 느낌 없이 바스러지는 감각입니다. '도환'의 감독 지망생이라는 설정은 허망하게 휘발하고 『8월의 크리스마스』  역시 허망하게 휘발합니다.

 

적당히 커리어의 기로에 선 남자가 중요한 회의나 면접을 박차고 나가는 느낌적인 느낌을 만들고 싶어 끼워 넣었겠지만 자기가 스스로 도와달라 말한 선배 물 먹이기는 딱히 감동적이지도 풋풋하지도 않습니다. 썸의 과정과 그동안의 감정 표현이 극단적으로 부실하다 보니 마지막 '도환'의 "심심풀이 땅콩이었던 거냐!"는 외침 역시 충분히 탄력을 받지 못하죠.

 

# 5.

 

그나마 연출의 역량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라 한다면 특유의 민트 색감의 배합 및 활용, 구도를 포착하는 눈썰미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만 거기까지일 뿐입니다. 단단한 시나리오의 기반 위에 표현이 풍성함을 얹는 게 아니다 보니 그저 느낌적인 느낌만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아 보이거든요.

 

 

 

 

 

 

# 6.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나름 풋풋합니다.

 

'도환'과 '은하'가 스크류바를 나눠먹는 모습은 제법 상큼하고 또 상쾌합니다. 배우의 개인기 덕이죠. '엄태구' 배우가 '도환'의 특별한 찐따스러움을 평범한 찌질함으로 꾸역꾸역 억지로 끌어내립니다. '이수경' 배우의 발랄함이 '은하'의 밑도 끝도 없는 적극성을 멱살 잡고 설득합니다. 

 

영화의 매력과 설득 대부분을 두 주연 배우가 때워내는 영화입니다. '엄태구'가 자극하는 보호본능과 '이수경'이 표현하는 건강함이 30분의 시간을 보상해 냅니다. 신기한 일이죠. 역시 로맨스는 캐스팅이 8할인 걸까요. '조용익' 감독, 『시시콜콜한 이야기』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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