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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Social

순간들 _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앙드릭 뒤졸리에 감독

그냥_ 2021. 6. 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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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이 지역은 곧 철거돼요. 알잖아요. 여길 싹 허물 거예요. 중국 빈곤층을 보여 주려고 다큐멘터리를 찍나 본데 당신들 생각하곤 달라요. 중국은 이제 빈곤하지 않아요. 그건 가짜 이미지라고요. 당신네 기자들은 뭐든 과장하기 일쑤죠. 촬영해서 이럴 거잖아요. '중국은 가난하다!' 해방 직후 동네도 좋아지고 통나무를 때고 살죠. 중국을 폄하하지 말아요. 내 말 들어요.

 

당신이 찍는 건 진짜가 아니에요."

 

 

 

 

 

 

 

 

'앙드릭 뒤졸리에' 감독,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 Derniers jours à Shibati』입니다.

 

 

 

 

 

# 1.

 

시바티의 사람들

 

"있잖아. 자기 나라에선 낙오자일 거야. 직업이 없나 보지.", "말조심해. 알아들을 수도 있어.", "내 말 들어봐. 직업이 있는 사람 같으면 대체 여길 왜 왔겠어? 저기 왔네. 저 친구가 나이 든 여자를 좋아할지도 몰라.", "실없는 소리."

 

"사실, 여기가 마지막 이발소예요. 다른 가게는 안 보이더라고요. 다 없어졌어요. 여기도 그리 오래 영업하진 못할 거예요. 얼마나 있으면 여길 허물까요? 충칭에 있는 집들은 많이 철거했어요. 이 동네만 마지막으로 남았죠.", "공무원들은 부동산을 팔아서 부자가 되는데 서민들은 살기가 힘들어.", "무슨 말 하는지 알아요? 이봐요. 무슨 소린지 아냐고요."

 

"마오 주석 존경해요? 마오 주석이요. 그분 좋아해요? 싫어요? 마오쩌둥이요. 그분을 존경하나요? 그쪽 나라 프랑스는 어때요? 루스벨트인가요? 루스벨트 대통령. 2차 대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요. 레이건 대통령은요? 프랑스 대통령이 루스벨트 아닌가요?"

 

"예전 모습과 달라요. 전에는 사람들이 채소도 팔고 과일이랑 차, 옷도 팔면서 아주 활기찼잖아요.", "10년 전에?", "아니요! 6월 20일 전까진 그랬어요.", "6개월 전부터라고?", "네, 그게 강제 철거 첫날이었죠. 여길 어떻게 지켰는지 알아요? 나는 충칭 시민이고, 족보도 여기 있다고 했죠. 아들은 군대에 가 있고, 시 관리들 중에 친구가 있다고 했더니 아직 허물지 않은 거예요. 그렇게 지켰죠. 아니면 벌써 철거됐어요."

 

 

 

 

 

 

# 2.

 

'쑤에 리안' 부인

 

"떨어지지 않게 내려가요. 꽉 잡아요. 떨어질까 무섭네. 난 익숙해요. ... 사람들이 나한테 '백련'이라고 해요. 백련은 더러운 연못에서 자라지만 깨끗하죠. 봐요, 어제 발견한 꽃인데 아직도 싱싱해요. 꽃을 보면 행복하죠. ... 이런 일 하는 걸 폐기물 분류라고 해요."

 

"이제 내 꿈의 집을 보여 줄게요. 내가 꾸민 집이죠. 상상의 집이요. 진짜 집은 없으니까요. 상상을 하면 모두 다 갖게 되죠. 어떻게 이렇게 사느냐고 사람들이 가끔 물어요. 난 잘 사는데... 몸조심해요.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요."

 

"난 이곳을 사랑해요. 하지만 내 수집품을 둘 새 장소를 찾을 거예요. 그때까지는 아들 집으로 옮겨 가야죠. 아들 집은 작아요. 다원 산업 단지에 있죠. 벌써 짐이 꽉 차서 아들이 소리를 질러 대요. 다 버리라구요. 하지만 난 못 버리겠어요. 다 가지고 있고 싶어요.

 

"이름이 뭐예요? 여기 적어 줄래요? 글씨가 예뻐요. 참 좋은 분이네요. 나 같은 사람에게 관심을 갖다니 쓰레기나 줍는 늙은이인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내 일을 존중해 주고 진심으로 고마워요. 고마워요, 프랑스 친구 헨 뤼케", "천만에요, 감사합니다.", "우리의 우정이 영원하기를!"

 

"이 팔찌 봤어요? 아들이 준 선물이죠. 팔찌를 차면 아들 손을 잡은 것 같아요. 애정이 느껴지죠. 그래서 너무 행복해요. 아들이 준 선물이니까. ... 프랑스에 가 보진 못하겠지만 거기서 영화를 상영한다니 우리가 프랑스에 간 것 같겠네요. 그래서 정말 행복해요."

 

"신경 쓰지 말아요. 우린 친해질 운명이었나 봐요. 이분은 프랑스인이에요. 같이 여행하고 있어요. 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말아요. 난 좋으니까. 안녕하세요, 장 선생! 나 프랑스로 여행하고 있어요!"

 

 

 

 

 

 

# 3.

 

소년 '자우 홍'

 

"일월광 광장에 갈래요? 일월광 광장이요. 일월광 광장 보고 싶어요? 아주 아름다워요. ... 보이죠? 저기가 일월광 광장이에요. 엄마가 가지 말랬어요. 전 집에 가야 돼요. 엄마가 걱정할 거예요."... "또 만날까요?"

 

"... 전 집에 가서 줄넘기할래요."

 

"부모님이 이사하신대", "전 싫어요.", "그래도 가야 해.", "싫어요.", "왜 가기 싫은데?", "그냥 싫어요.", "새 집에서 살기 싫어?", "여기가 더 좋아요.", "정말?", (끄덕)

 

"제 꿈은 경찰이 되는 거예요. 나쁜 사람들을 잡으려고요. 우리 동네엔 도둑이 아주 많아요. 대부분 마약도 하고요. 하지만 무섭진 않아요. 그 동네에 사니까 무섭지 않죠."

 

 

 

 

 

 

# 4.

 

프랑스인 감독은 중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합니다. 동행의 도움을 받는 듯 하지만 스스로는 간단한 질문을 하는 것도 대답을 하는 것도 버거워하죠. 앞서 옮겨 놓은 다큐멘터리 속 대화는 대부분 감독이 의도를 가지고 질문한 것들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시바티 사람들이 스스로 나눈 대화를 수집한 것에 불과합니다. 감독은 수집된 언어들 가운데 의미 있는 것을 선별하는 정도로만 소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영화에 담긴 무수히 많은 문학적이고 은유적이며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수사들은 모두, 사실적이고 직설적이며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수사들입니다.

 

# 5.

 

중화사상과 결합한 국가주의로 합리화된 중국의 특수성과, 자본주의 경제논리와 거시적 관점으로 경도된 정책들의 보편적 폐해가 중첩된 공간. <시바티>라는 단편적 현상을 떠받치는 무수히 많은 원인들. 가상의 관념에 대한 허구적 믿음. 교육 격차와 그보다 극심한 문화 격차. 불신과 냉소와 배타. 불합리와 불평등. 정당화된 행정 폭력과 상상으로의 도피와 가지는 것에 대한 집착. 탈출이 불가능한 뿌리 깊은 계급.

 

파괴의 과정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원인들이 송곳처럼 뾰족하게 삐져나오는 순간들. 버려진 존재들이 사라져야 할 존재가 되는 순간들. 그 안에 뒤엉켜 버려져선 안될 것들이 함께 버려지는 순간들에 대한 건조한 기록. '앙드릭 뒤졸리에' 감독, <시바티에서의 마지막 나날들>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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