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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나는 아니겠지 _ 아름다운 나라, 이시카와 케이 감독

그냥_ 2021. 2.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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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

" 아, 그게 말이죠. 여기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서요. "

" 아... 그럼 다시 붙여야겠네, 그치?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10년> 중 마지막 다섯 번째 단편입니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

『아름다운 나라 :: 美しい国』입니다.

 

 

 

 

 

# 1.

 

반전주의 작품입니다. 과거 군국주의 시대에 대한 교훈을 잊고, 점차 전쟁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게 된 10년 후 미래를 상정합니다. 사실 상 전쟁 수행이 가능한 정식 군대가 된 자위대가 전쟁을 치르게 되다 못해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해 전쟁터로 밀어 넣는 세상이죠.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에 대한 통렬한 풍자가 바로 그것이죠. 감독은 두 가지의 메시지를 간결한 인물, 간결한 상황 안에 효과적으로 녹여냅니다.

 

# 2.

 

능글맞은 '와타나베'의 태도와는 대조적이게도 그의 마음처럼 되는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나는 아니겠지. 내 주변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라는 나이브한 생각은 영화 내내 보기 좋게 배신당합니다.

 

제법 신경 써 관리 감독을 했지만 포스터는 구겨져 새로 붙여야 합니다. 수개월 간 공을 들인 프로젝트는 방위성의 변덕으로 일그러지고 말죠. 포스터의 메인 디자이너 '아마타츠' 선생에게 시안이 까였다는 걸 전해야 하는 불편한 일을 자기가 하게 될 줄도 모른 채, 그는 바보처럼 스스로를 비웃기 바쁩니다. 곤란한 이야기를 하러 가야 하는 날엔 하필이면 야속하게도 비가 옵니다. '와타나베'를 기다리는 건 지난 몇십 년간 일본이 지켰던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오륜기뿐이죠. 컴퓨터로 그린 줄만 알았던 무늬는 손으로 하나하나 그린 그림이었고. 디자인이 바뀌었다는 말을 전하러 간 자리에서 얘기는커녕 게임하고 밥 먹느라 저녁까지 발이 묶이고 맙니다. 

 

천문학자가 꿈이었다던 '아마타츠' 선생의 아버지는 우주선이 아니라 전투기를 타야 했습니다. 그가 좋아했다던 밤하늘의 무늬는 딸에게 전해지지만 징병제를 막는 데에는 역부족입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즐겁고 따뜻한 평화로운 하루를 그리지만, 그 순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머리 위로는 미사일이 지나고 있죠.

 

 

 

 

 

 

# 3.

 

'와타나베'와 '아마타츠' 선생이 하루 동안 나눈 대화에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풍자가 가득합니다. 감독은 게임을 통해 <전쟁은 놀이가 아니다>, 보다 정확히는 <전쟁은 놀이만 못하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총을 더 잘 쏘는 '아마타츠' 선생은 전쟁을 우려하고, 총을 잘 쏠 줄 모르는 '와타나베'는 전쟁을 홍보하는 아이러니가 자조적인 웃음을 부릅니다. 전쟁을 경험해본 '아마타츠' 선생은 전쟁을 반대하고,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와타나베'는 제 발등을 찍는 줄도 모른 채 군인을 모집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집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총을 빵빵 쏘고 나면 후련해진다 말하는 '아마타츠' 선생의 대사는, 군국주의자들의 주장이라는 것이, 고작 자신들의 마음이 후련해지기 위한 어리광에 불과함을 조롱합니다. 어시스턴트가 남겨둔 게임들은 군국주의자들이 으스대는 수많은 훈장과 전공을 비웃습니다. 생일 때마다 게임을 선물로 준다는 대목은 매해 생일이 돌아오듯 그들의 주장 역시 지긋지긋하게 반복되고 있다는 걸 비꼬는 대목이고. "장기나 재봉틀 대신에요?"라는 '와타나베'의 반문은, 전쟁 타령할 시간 있으면 장기나 두고, 재봉틀이나 두드리지 그래? 라는 감독의 메시지라 할 수 있죠. 의외로 게임이 괜찮나 봐. 실제로 해보면 재미있으니까 라는 대사 역시, 전쟁이 그렇게나 좋으면 게임 속에서나 하라는 비아냥이라 할 수 있습니다.

 

# 4.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게임(총싸움 게임)을 한다는 게 조금 불성실한 기분이 든다 말하는 '와타나베'에게, '아마타츠' 선생은 "불성실한 거 없어. 게임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아"라 답합니다. 총을 들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나라를 위한다는 성실한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 나은 징병제 포스터를 만드는 것 따위보다는, 게임이나 하고 밥이나 잘 챙겨 먹는 편이 훨씬 났습니다. 

 

 

 

 

 

 

# 5.

 

보다 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보내기 위해 포스터를 다시 붙이는 걸 지시하던 '와타나베'. 일그러진 포스터를 찢어내고 다시 붙이던 '나카무라' 군은 자신이 공들여 붙인 포스터에 붙잡혀 전쟁터로 끌려가고 맙니다. 처음 포스터를 붙이는 순간 '와타나베'가 찍는 카메라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아마타츠' 선생의 부친의 사진을 연결함으로써 작금의 이 순간이 영원히 기록될 역사적 분기점일 수 있다는 엄숙한 경고를 더합니다.

 

# 6.

 

'바통을 놓쳤다는 아마타츠' 선생이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정면에서 응시하는 연출과, '나카무라'가 군대로 끌려갔음을 알게 된 후 '와타나베'의 정면샷을 연결 지음으로서, 감독은 지금의 일본이 <바통을 놓치는 중은 아닌가> 반문합니다. "나는 아니겠지." 처음엔 천문학자를 꿈꿨던 '아마타츠' 아버지의 사정이였고, 다음은 감기 걸린 가족을 걱정하던 청년 '나카무라'의 사정이였던 일이 다음번엔 '와타나베'의 일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오륜기의 문양 위로, 반전을 의미하던 밤하늘의 무늬 위로 징병제의 그림자가 덧씌워지고 있는 일본. '아마타츠' 선생의 밤하늘이 찢겨 나간 빈자리와 '나카무라'가 사라진 빈자리에는,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는 군인의 그림으로 채워집니다. 10년 후 일본은 그들의 이웃뿐 아니라,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위해서 바통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10년 후 다시 붙여질 포스터는 과연 어떤 포스터일까요. '이시카와 케이' 감독, <아름다운 나라>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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