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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날아라 병아리 _ 현지계란, 오가량 감독

그냥_ 2021. 2.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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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엑스트라>, <겨울매미>, <방언>에 이은 네 번째 에피소드인 '주관위' 감독 作 <분신자살자>에 대한 리뷰는 생략합니다. 인터뷰 중심의 페이크 다큐를 베이스로 하는 소위 '내수용' 작품이기 때문이죠. 겉으로 드러나는 메시지 이상의 내용까지 제대로 알기 위해선 홍콩 현지 상황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데, 그런 게 제게 있을 리가 없거든요. '다양한 견해의 충돌을 뛰어넘는 연대의 가치'라는 메시지 정도를 제외하면 억지로나마 글을 풀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이해도가 충족되지 않았다 생각했기에 무의미한 글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그럼 마지막, 제35회 홍콩영화 금상장 작품상 수상작 <10년>의 다섯 번째 단편입니다.

 

 

 

 

 

 

 

 

'오가량' 감독,

『현지 계란 :: Local Egg』입니다.

 

 

 

 

 

# 1.

 

전반적으로 일본판에 비해 진지한 영화일 거라 예상은 했습니다만 예상보다도 훨씬 육중한 작품이었습니다. 고작 100분짜리 영화에 담긴 에피소드 4개를 봤을 뿐인데 너무나도 지치는군요.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작품만큼은 옴니버스의 마무리답게 충분히 희망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하면 훨씬 따뜻한 색감과 다수 등장하는 어린아이들, 책과 음악을 중심으로 한 문화 코드 등이 활용된 따뜻한 단편이죠. 하지만 만만하게 보기만 하면 또 곤란합니다. 대놓고 홍위병 紅衛兵이라는 이름을 갈겨버리는 패기도 있는 작품이거든요.

 

# 2.

 

이 영화는 계란입니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계란에서 시작해 계란으로 마무리됩니다. 홍콩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양계장이 문을 닫는 이야기입니다. 닭장 속 닭이 되어버린 홍콩인의 비극입니다. 더 이상 홍콩의 이름을 쓸 수 없게 된 현지現地인들의 무력함입니다. 자신을 낳은 닭을 속이라 명령 받는 계란들의 이야기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닭대가리가 되어버린 과거 사람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입니다.

 

 

 

 

 

 

# 3.

 

하지만 끊임없이 깨어날 병아리들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머리가 굳어 깨어나지 못한 계란들을 아무리 던져봐야 무너트리지 못할 굳건한 정신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씬은 다른 어떤 장면도 아닌 마지막 앤딩 크레디트입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어린 병아리들의 생명력입니다. 힘껏 지저귀는 홍콩의 병아리들이 자유롭게 날아오르길 응원하는 영화입니다.

 

# 4.

 

친절하고 온건하고 희망적인 은유 사이사이로. 책으로 상징된 문화를 지우는 소년단의 멍청함을 통해 홍위병과 문화 대혁명(이라는 이름은 아무리 들어도 웃긴 이름입니다.)을 조롱한다거나, 중국이 애써 부정하고 있는 '대만'이라는 불편한 이름을 대놓고 거론한다거나, 허가된 책 보다 더 많은 금서들과 그 금서에 '도라에몽'이 포함되어 있음을 비웃는 대목 등에서 숨길 수 없는 저항의식이 발견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건빵 속 별사탕 빼먹듯이 풍자를 찾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죠.

 

 

 

 

 

 

# 5.

 

"절대 익숙해지지 마요.

우리 세대가 그런 일에 익숙해진 바람에 당신들이 이렇게 사는 겁니다."

 

문학적인 서사와 날 선 풍자를 감싸 안는 메시지가 근사한 작품입니다.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침착함도 있는 작품입니다. 냉혹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옴니버스를 정리하는 단편으로 더없이 훌륭합니다. 2025년, 홍콩의 병아리들은 감독의 기대처럼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오가량' 감독, <현지 계란>. 지금까지 <10년>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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