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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유치가 찬란하심 _ 택시, 제라르 삐레 감독

그냥_ 2024. 2.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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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겁나 유치(幼稚)하긴 한데요. 그걸 이렇게 찬란(燦爛)하게 만들면 역으로 먹히기도 합니다.

 

 

 

 

 

 

 

 

제라르 삐레 감독,

『택시 :: Taxi』입니다.

 

 

 

 

 

# 1.

 

혹하는 최신 영화가 잘 없다 보니 연이어 옛날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되는군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글에서, 해당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검색되는 거라곤 죄다 프랑스의 택시라 아쉽다 말씀하신 분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요. 시간이 흘러 이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다소 익숙지 않은 프랑스 영화임에도 의외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작품이긴 합니다만, 글쎄요. 아마 극장에서 보신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 OCN이나 Super Action(현 OCN movies2)과 같은 캐이블 채널을 통해 보시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가족 친지 둘러앉아 명절 특선 영화 같은 걸로 보셨을지도 모르겠군요.

 

코미디 액션 버디무비입니다. <러시아워>나, <맨인블랙>과 같은 시리즈들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죠. 자유분방하고 유능하지만 기회와 권한이 없었던 주인공과, 사명감은 투철하지만 유연성이 떨어지는 절친이 힘을 합쳐 범죄집단 때려잡는 단순한 플롯입니다. 딱히 바꿀 이유가 있나 싶은 괴랄한 핸들을 갈아 끼운 다음 똑딱이 버튼 몇 개 까딱거리면, 마개조한 푸조 406이 슈퍼카로 변신되어 시속 300킬로의 속도로 차량이 즐비한 마르세유 한복판을 막 이리저리 주행하는 데, 왠진 모르겠지만 그 결과 어찌어찌 악당들이 체포되어 행복합니다~ 뭐 그런 시리즈물이죠. 지금은 우주로 가버린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함께 공도 레이싱을 소재로 하는 대표적인 시리즈 물이기도 한데요. 한때 이 공도 레이싱의 간지에 취해 니드포 스피드에 인생을 갈아 넣던 시기가 있었더랬습니다. 새삼 그때의 저는 참 뜨거웠죠. 훗.

 

 

 

 

 

 

# 2.

 

조금 더 성실하게 설명하자면 영화는 프랑스 저소득 저학력 남성층의 말초적 흥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장치들의 합집합으로 설명됩니다.

 

피자 배달하다 택시 운전하는 주인공 다니엘은 주 고객층의 사회 경제적 계급을 대변합니다. 정부와 경찰 권력을 동시에 조롱하는 코믹하고 덜떨어진 묘사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대신 표현합니다. 언제나 우리 집 침대에서 나를 기다리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관능적인, 가끔 튕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헌신적인 마리옹 꼬띠아르는 판타지를 충족합니다. 지금은 까칠하지만 언젠가 진가를 알게 되면 나에게 넘어올 상사 엠마 스요르베르는 야망과 패티시즘을 공급합니다. 활약 끝에 자존감 풀충전시켜 주는 가슴팍 훈장의 망상까지. 일관성 하나만큼은 직진하는 푸조만큼이나 선명한 작품이죠.

 

국가 권력을 향한 불만과 별개로, 민족주의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계층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이웃 국가와의 대립도 성실하게 묘사해 뒀습니다. 범죄 집단은 하필 독일인, 그들은 독일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벤츠를 타고 다닙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일 자동차에 대한 열등감이 반대급부로 프랑스산 자동차 푸조의 위풍당당한 드라이빙으로 표출되노라면, 콩코르드 광장에 모여 삼색기를 휘두르는 프랑스 애국보수 형님들의 눈망울에도 눈물이 한가득 고일 수밖에 없죠.

 

 

 

 

 

 

# 3.

 

독일에 대한 감정이 열등감이라면,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대상도 있을 법한데요. 여기서 개뜬금 우리나라가 끌려 나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을 24시간 돈 벌 궁리만 하는 일벌레로 소비하고 있는 터라 당사자 입장에서 불쾌한 것이 자연스러운데요. 우스꽝스러운 건 약간 착한 인종차별(?)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맹목적으로 일하는 것을 절대적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와, 서구 세계에 대한 콤플렉스가 지배적이었던 낭만의 시대였거든요. 무슨 인종별 평균 아이큐가 유대인에 이어 2위라는 둥 젓가락질과 구구단의 힘이라는 둥 한강의 기적에 이은 금 모으기 운동으로 잔뜩 뽕에 취해있던 시기였던 것이죠. 당시에도 일부에 의해 지적되긴 했습니다만, 이후 시간이 흘러 인식이 성숙함에 따라 진지하게 문제제기되기도 했었는데요. 때문에 부국제에 참석한 제작자 뤽 베송이 그저 코미디였을 뿐이라며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더랬습니다.

 

그래서 지금 볼만한 가치가 있을까. 저는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프랑스 국뽕이나 저소득층 남성 판타지 때문은 아니구요, 영화가 묘사하는 카체이스의 파괴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평가하기 때문이죠.

 

지금 보면 뭐랄까요. 기술의 역설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관객을 효과적으로 교란하는 현대적 편집기술이나 영상연출적 기교는 없어요. 근 30년 전 영화니까요. 그런데 그래서 되려 빠르게 달리는 드라이빙의 물성이 정직하게 담겨있기도 합니다. 비유하자면 그런 거죠. 요즘 특촬물의 그래픽이 엄청 화려한 것에 반해, 옛날 70-80년대 특촬물은 칼에다 진짜 휘발유 감아서 불 붙인 다음 한 모금만 마셔도 암 걸릴 것 같은 시꺼먼 연기 흩뿌리면서 진짜 휘둘러 댄단 말이죠. 그 간지. 어지간한 기술로는 대체하기 힘든 정직한 물성의 간지라는 건 분명 존재하긴 합니다. 괜히 크리스토퍼 놀란이 똥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죠. 제라르 삐레 감독, <택시>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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