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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모놀로그 _ Departure, 양익준 감독

그냥_ 2022. 9.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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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다쒼 나가튼 사~람 만나쥐 마요~

 

 

 

 

 

 

 

 

양익준 감독,

『Departure』입니다.

 

 

 

 

 

# 1.

 

이별의 상처를 잊기 위해 일본을 향했던 그녀가 3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금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 2.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플래시백을 제외하면 등장인물은 류현경이 연기하는 '그녀', 한 명뿐이죠. 인물의 정체는 물론이거니와 이별의 이유와 일본에서의 생활, 돌아가는 계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제시되지 않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자유롭고 싶고 평화롭다 싶다 말하며 사랑과 헤어졌지만 그것은 도망에 불과했다. 라는 것을 절박하게 자백하는 한 인간의 감수성이면 충분합니다.

 

한마디 대화 없이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데요. 여자가 헤어진 남자에게 전하는 방식을 취하고는 있습니다만 이 역시 형식만 그러할 뿐 본질적으론 독백에 가깝다 봐야 할 겁니다. 관객이 듣게 될 모든 말들은 곧 자기 자신에게 하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중요한 힌트군요.

 

 

 

 

 

 

# 3.

 

일본은 여자의 말대로 자유와 평화의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도망친 곳에 자유와 평화는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의 공간으로 달아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편리하게 이식되지 않았다는 진단은 보다 절망적입니다. 도입에서 여자는 빈 방 끄트머리 역광에 앉은 모습으로 소개되는데요. 공간은 눈부시지만 그 눈부심만큼 여자의 어둠만 강조되어 얼굴마저 가렸다는 것이 은유됩니다. 스스로 자유롭고 평화롭지 못했던 여자의 3년은 무언가가 사라지고 남은 허무한 먼지 자욱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죠.

 

직장을 나서며 회고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얼마나 그들과 친했는지는 몰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어." 충분히 친했던 그들과 헤어지기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그녀가 끝내 일본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고 동화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환송하는 사람들은 속없이 웃고 있습니다. 3년 간의 직장 생활은 짐짓 행복으로 가득한 듯 보였겠지만 그것을 가져 나오는 데에는 실패했음이 반복됩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영화는 남자에 대한 그리움보다 일본과의 작별인사를 훨씬 공들여 묘사합니다. 남자와 이별한 여자라는 설정만 가지고 있을 뿐 정서 역시 헤어진 사람의 것이라기엔 영 어색합니다. 자유와 평화라는 키워드와 사랑과 이별은 이질적인 것이 당연하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자기 고백적 성격의 내레이션 활용이라거나, 작품을 지배하는 두터운 고독감, 불안하게 흔들리는 핸드헬드까지 생각하노라면, 실연한 여자의 이야기 외에 다른 함의가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하기에 충분한 단서들이라 할 수 있겠죠.

 

 

 

 

 

 

 

# 4.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녀'를 '방황하던 양익준의 과거'로 이해합니다.

영화 전체가 고백과 반성과 다짐을 섞은 감독의 독백(Monologue)이라고 말이죠.

 

자유와 평화를 찾아서라는 핑계로 떠났지만 그것은 도망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은 (류현경의 얼굴을 빌린) 겁쟁이 양익준의 내면이, 눈물 젖은 반성과 함께 자신의 얼굴을 찾아 되돌아가는 이야기라고 말입니다. 구태여 헤어진 남자로 감독 자신이 등장한 것도 적당히 설명이 되구요. 떠나는 나를 지켜보던 남자의 얼굴을 궁금해하는 것은,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던 그때의 나의 표정과 감정이 기억나지 않게 되고만 지금의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라 해석하면 그럴싸합니다.

 

중반부에 개입하는 캠코더와 관련된 코드 또한 손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본래의 순수했던 영화인으로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요. 때 마침 3년이라는 쓸데없이 구체적인 시간은 센세이셔널했던 데뷔작 <똥파리>가 개봉한 2008년에서 이 영화가 나온 2011년 사이의 시간과 같습니다. 똥파리라는 작품은 자유와 평화에 대칭되는 억압과 폭력의 끝을 향해 내달린 작품이기도 했구요.

 

세명의 남자는 세편의 작품일 수도, 아무도 모르게 써 내려간 세편의 시나리오일 수도, 아니면 영화 대신 찾았던 세개의 직업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만, 어느 쪽이 되었든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특별한 의미도 없는 탐탁지 않은 기억이라는 기준엔 무난히 부합합니다. 3년 전에 헤어진 '그'는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던 3년 전의 양익준 일 수도, 혹은 영화에 대한 사랑 그 자체일 수도 있을 테죠.

 

이 같은 해석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들었던 감상은, 류현경이 연기한 '그녀'라는 배역을 고스란히 양익준이 직접 연기하는 단편이 있었다면 어떤 느낌으로 전달될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는데요. 진정성은 보다 편리하게 전달되었을 테지만 그만큼 서정성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라는 점에서 류현경의 캐스팅은 현명했다 해야겠군요. 어쩌면 스스로 등장하기에는 부끄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죠. 양익준 감독, <Departure>였습니다.

 

# +5. 제목 Departure는 출발이라는 뜻과 함께 이탈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요. 원래의 공간에서 [이탈]했던 사람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끝나는 영화라는 점에서 중의적인 제목이라 할 수 있겠네요.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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