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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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개봉 6

만용을 도닥이는 온화함, 용기를 발견하는 세심함 _ 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 감독

# 0. 어떤 이야기를 쓰느냐보다 그 이야기에 어떤 인과를 부여하고 감동을 포착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코엔 형제 감독, 『더 브레이브 :: True Grit』입니다. # 1. 서사만 보면 제법 가혹합니다. 삭막하고 잔인합니다. 현상금 걸린 범죄자 쫓는 서부극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시작부터 살인 피해자와 사형수와 이미 죽은 시신이 즐비합니다. 죽거나 죽이거나의 이지선다가 매 순간 강요됩니다. 결국 결손까지 겪습니다. 애꾸 보안관 루스터 카그번은 총에 맞습니다. 레인저 라 뷔프는 혀가 찢어지고 턱이 부서져 내내 웅얼거리구요, 아버지를 잃은 소녀 매티 로스는 어린 나이에 팔을 잃습니다. 끔찍하죠. 모두는 개인입니다. 동기는 돈과 복수가 전부죠. 세 주인공의 동행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합니..

Film/Drama 2023.07.02

인형의 집은 정답이 아냐 _ 마루 밑 아리에티,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 0. 토토로 받고! 아리에티 더!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마루 밑 아리에티 :: 借りぐらしの アリエッティ』입니다. # 1. 며칠 전 를 리뷰하며 에 관한 영화라 말씀드렸습니다. 유년기에 경험할 수 있는 '무서운 경험들'을 소집한 후, 그 무서움을 한 발짝 넘어서게 만들었던 '용기'의 구체화로서 '토토로'와 교감하는 영화라고 말이죠. 같은 기준에서라면 이 영화는 에 대한 영화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새삼 지브리의 작품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구체적이고 편안한 정서를 하나 딱 짚어 풍부한 상상력으로 감싸 안는 이야기를 참 맛깔나게 잘 만든다는 생각입니다. 작중 인물들은 모두 파편화되어 있는 소위 '외로운 존재들'입니다. 부모가 일찍 이혼한 탓에 아버지는 거의 본 적도 없고 엄마마저 바빠 보기..

Film/Animation 2021.04.20

언럭키 곡성 _ 데블, 존 에릭 도들 감독

# 0. 오컬트에 기반한 초현실적 세계관 속 인물들이 만드는 독특한 위화감으로 승부를 보는 소위 샤말란스러운 영화입니다. 사건의 해석 전체를 뒤흔드는 강렬한 반전 결말 대신,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적당히 경제적인 낚시성 호러 연출로 승부를 보고자 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존 에릭 도들' 감독, 『데블 :: Devil』입니다. # 1. 실망스럽습니다. 잘만 버무리면 충분히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법한 각기 다른 세 장르의 매력을 동시에 쫓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그 어떤 장르의 매력도 효과적으로 살려내지 못합니다. 단일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세 공간을 의식적으로 구획한 후 각각 특정한 장르에 귀속시킵니다. 악마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섯 명의 승객과 함께 영화를 바라보는 동안은 철저..

Film/Horror 2020.11.02

빈센트 반... 셜록?! _ 반 고흐, 앤드류 휴튼 감독

# 0.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나라여서 그런 걸까요. 영국은 다큐멘터리를 하나 만들어도 이렇게나 '드라마틱하게' 뽑아냅니다. '앤드류 휴튼' 감독, BBC 다큐멘터리, 『반 고흐 :: Van Gogh _ Painted with words』입니다. # 1.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전기 다큐멘터리입니다. 만,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다큐라기보다는 내레이터의 해설을 곁들인 재연물에 훨씬 가까운 작품입니다. 주인공 '반 고흐'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감성적인 표현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을 넘어 심지어 지 마음대로 '제4의 벽'을 넘나들며 관객과 소통까지 하죠. 연대를 나열하는 건조한 편년체 형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최대한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두는 여타 다큐멘터리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

Documentary/Art 2020.05.12

실신 주의 _ 베리드,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 0. 압도적 콘셉트의 영화입니다. 파격적 발상의 영화입니다. 그 어느 작품보다 도발적입니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발견한 후 그 안에서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는 동안의 집중력이 어마어마합니다. 감독은 배우 한 명 섭외해 관짝에 냅다 집어넣는 걸로 무려 95분을 멋들어지게 비벼내는 데 성공합니다. 심지어 개봉 직후 선댄스와 토론토까지 훔칠 뻔했다죠. 꺼무 위키에 따르면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는 과호흡으로 7번이나 실신했다고 하는데요. 겨우 7번 밖에 실신하지 않은 배우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로드리고 코르테스' 감독, 『베리드 :: Buried』입니다. # 1. 노골적인 공간에 주인공과 관객을 한데 구겨 넣어 대단히 직관적인 몰입감을 유도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 발자국은커녕 몸..

Film/Thriller 2020.05.04

5센치처럼 보이는 3센치 _ 맨 프럼 어스, 리처드 쉥크만 감독

# 0. 혹시 그럴 때 없으신가요? 우리 모두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 삶의 시계가 죽기 10분 전, 5분 전, 1분 전, 1초 전에 반드시 도달하리라는 절망감. 그 순간에도 지금처럼 살아있어야만 하는구나 라는 공포감. 이따금 그런 생각이 엄습할 때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식은땀을 닦게 되는 게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때문에 한 번쯤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상상도 하실 겁니다. 100년, 1000년, 10000년.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없어지면 힘들 거라고? 웃기고 있네. 넌 뭐 살아봤냐? 라는 식의 철없는 망상이랄까요. 이런 범용적이고 간편한 상상이 영화에 쓰이지 않을 리가 없죠. 오늘은 14000년이나 살아온 크로마뇽인을 이야기해 ..

Film/SF & Fantasy 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