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Horror

언럭키 곡성 _ 데블, 존 에릭 도들 감독

그냥_ 2020. 11. 2. 06:30
728x90

 

 

# 0.

 

오컬트에 기반한 초현실적 세계관 속 인물들이 만드는 독특한 위화감으로 승부를 보는 소위 샤말란스러운 영화입니다. 사건의 해석 전체를 뒤흔드는 강렬한 반전 결말 대신,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적당히 경제적인 낚시성 호러 연출로 승부를 보고자 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존 에릭 도들' 감독,

『데블 :: Devil』입니다.

 

 

 

 

 

# 1.

 

실망스럽습니다. 잘만 버무리면 충분히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법한 각기 다른 세 장르의 매력을 동시에 쫓았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그 어떤 장르의 매력도 효과적으로 살려내지 못합니다.

 

단일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세 공간을 의식적으로 구획한 후 각각 특정한 장르에 귀속시킵니다. 악마에 의해 지배당하게 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섯 명의 승객과 함께 영화를 바라보는 동안은 철저하게 호러를 지향합니다. 악마의 개입을 주장하는 경비인 라미레즈와 함께하는 cctv실은 철저하게 오컬트를 지향하죠. 주인공인 보우덴 형사와 함께 분리된 엘리베이터 밖을 배회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추격할 땐 범죄 수사물이 됩니다.

 

종말론적이고 제의적인 오컬트가 만드는 음습하고 오싹한 세계관. 초현실적 존재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주인공이 나름의 합리성으로 사건을 쫓는 동안의 몰입감. 일련의 사건들이 일반 상식의 인과 구조를 벗어나는 체계로 재해석되는 결말부의 한방과 이를 상징적으로 투영하는 절대적 존재의 박력.

 

이거 무지 잘하면 딱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존 에릭 도들 감독은 각기 다른 세 장르의 시너지를 살리는 데 실패합니다. 아니, 되려 각 장르들이 서로의 발목을 잡아채는 형국에 더 가깝습니다.

 

 

 

 

 

 

# 2.

 

사건의 실마리를 쫓아야 할 형사가 통제된 공간에 전혀 개입하지 못하며 추론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다 보니 결말부 악마의 존재가 기만으로 느껴지고 맙니다. 공들여 공간을 통제해 놓고 카메라를 시종일관 엘리베이터 밖으로 돌리는 탓에 밀실이라는 특별한 공간의 힘 또한 죽고 맙니다. 관객이 감정 이입해 지켜줬으면 싶은 딸 '효진'이 있었던 곡성과 달리 이 영화에는 살리고 싶은 인물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말인즉, 공포감이 작동하려야 할 수가 없는 환경이라는 의미죠.

 

묘사의 대부분을 스릴러와 호러에 빼앗기다 보니 정작 서사를 짊어져야 할 오컬트가 소외되고 맙니다. 오컬트가 작동하기 위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빈곤하다 보니 그 짐은 모조리 경비원 라미레즈 혼자 짊어지게 됩니다. 설명충 라미레즈의 말이 사실상 감독이 직접 하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눈치채는 지점에서, 관객은 이 영화가 도입에서 흘러나온 독백의 재현에 불과하다는 걸 파악하며 오컬트의 초현실적 매력 역시 깔끔하게 사망하고 말죠.

 

충분한 인과도 충분한 묘사도 없는 상황에서 오컬트가 독박을 쓰다 보니 "빵은 반드시 잼을 바른 쪽으로 떨어진다"는 둥의 헛소리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풀어내면 일상에서 악마의 존재를 상상하게 만드는 오싹한 오컬트가 아니라 꼬꼬마 떼쓰기가 됨은 너무도 당연하죠.

 

 

 

 

 

# 3.

 

추리물로서 작품을 따라간 관객은 죽은 사람이 살아나 막타를 치는 장면에서 자기 나름대로 범인을 추론했던 과정 일체가 기만당했다는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공포물로서 작품을 따라간 관객은 고작 검은색 렌즈 낀 아줌마 하나 보자고 내가 이 시간을 들인 건가라는 허탈감을 느끼게 되겠죠. 오컬트를 따라간 관객 역시 다 큰 내가 쌍팔년도식 싼마이 표어 '차카게 살자' 하나를 위해 악마니 뭐니 하는 서사를 따라온 건가 하는 현타에 빠지고 말 겁니다. 즉,

 

어떤 식으로 영화를 보든 무조건 실패하는 영화라 할 수 있겠네요.

 

추리물로서의 퀄리티를 살리고 싶었다면, 현실에 강림한 악마가 이 사건을 평범한 살인사건으로 위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조건을 달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공포물을 만들고 싶었다면, <베리드>처럼 외부 사람들의 대화는 모조리 무전으로 대체하고 영화 내내 카메라를 엘리베이터 안에 밀어 넣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오컬트에 힘을 싣고 싶었다면, 차라리 이 사건 전체를 내려다보며 서로에게 갈등을 불러일으켜 공멸을 유도하는 역할로서 라미레즈나 루스티그를 악마로 설정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글쎄요.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거라지만 적어도 지금의 이 시나리오보단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존 에릭 도들' 감독, 『데블』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