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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가장 날 것의 주성치 _ 당백호점추향, 이력지 감독

그냥_ 2023. 7.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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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이력지 감독,

『당백호점추향 :: 唐伯虎點秋香』입니다.

 

 

 

 

 

# 1.

 

희극지왕 주성치입니다. 성룡과 함께 본인 그 자체로 장르라 인정받는 단 두 명의 배우 중 하나죠. 통상 그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유덕화나 주윤발, 양조위조차 자기 작품에서 그 정도의 지배력은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의심의 여지없는 대배우이긴 합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생을 사는 건가 싶을 정도로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주성치의 이름을 들은 보통의 관객들은 아무래도 소림축구나 쿵푸 허슬을 떠올릴 겁니다. 그 소리를 들은 골수팬들은 두 작품도 충분히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주성치는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으로 이어지는 서유기 시리즈라며 팔짝 뛰는 게 십수 년간 반복된 패턴이죠. 그 사이에 약간 힙(?) 하신 분들은 자체 슬로 모션 짤을 들이밀며 도신 시리즈를 이야기하는 정도랄까요. 그 외에도 패러디의 신답게 온갖 말도 안 되는 B급 코미디 영화들이 필모에 가득한데요. 녹정기나 무장원 소걸아, 구품지마관, 007 북경특급, 홍콩 마스크, 홍콩 레옹, 희극지왕, 파괴지왕 같은 작품들까지 꿰고 계신다면 어디 가서 주성치에 대해 적당히 거들먹거려도 좋을 필요조건은 충족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도 주성치 최고의 영화는 선리기연이라는 데 이견은 없습니다. 굳이 하나 더 꼽는다면 쿵푸 허슬이라는 데에도 불만은 없죠. 다만 영화를 보다 보면 작품성과 무관하게 애정을 느끼는 작품이라는 것들도 생기기 마련인데요. 제겐 이 작품이 그런 작품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당백호점추향. 당백호(唐伯虎)가 추향(秋香)을 점(點) 찍었다. 라는 심플한 제목의 작품이죠. 제목만 들으면 그건 또 뭔 영화야 싶으실 텐데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짧게나마 본 적 있으실 겁니다. 한때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짤이 이 영화에서 나온 거거든요.

 

 

 

 

 

 

# 2.

 

아무리 개막장 B급 찐따 코미디의 대가 주성치라 하더라도, 그래도 작품마다 최소한의 테마라는 것은 있기 마련입니다. 날아갈 듯 가벼운 코미디의 균형을 잡아줄 주제의식 또한 하나씩은 꼭 들어있기 마련이고, 일련의 테마와 주제의식은 작품이 펼쳐 놓는 창의성에 일정한 방향타가 되어주고 있죠. 서유기의 알싸한 페이소스라거나, 소림 축구의 흘러간 것들에 대한 노스탤지어, 쿵푸 허슬을 관통하는 인생관과 영화 철학까지 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다 못해 북경특급이나 심사관, 구품지마관 같은 작품들도 최소한의 권선징악 정도는 담고 있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주성치의 영화를 이야기한다는 건 몇몇의 인상적인 코미디를 짚은 후 작품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주제의식과 촉촉한 감정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 작품은 그게 없어요. 주제의식 없구요, 페이소스 없습니다. 촬영 당시 주성치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공리와, 그런 공리를 거만하다 생각한 주성치의 사이가 무척 나빴다는 비하인드는 제법 유명한데요. 그래선지 몰라도 공리를 엿먹여보자(...)라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 작정하고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작품이 바로 당백호점추향이라는 것이죠. 네가 망가지는 게 그렇게 싫다면 너를 제외한 주변의 모든 것을 제멋대로 망가트린 영화를 만들어 뻘쭘하게 만들어 버리겠어! 라는 악에 받친 장난기가 영화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짱구 눈썹 만들어 놓고 여장 남자 배우를 둘러놓는다거나, 탈명서생의 발길질에 부어 오른 추향을 주먹질로 난타하는 장면들은 분명 장난꾸러기의 고약한 심보라고 밖엔 달리 말할 수 없는 것일 테니까요.

 

 

 

 

 

 

# 3.

 

핸들이 고장 난 에잇 톤 트럭처럼 통제력이랄 것이 없는 작품인 탓에 필모그래피의 여타 작품들과 비교한다 하더라도 특히 막 나가는 작품이 탄생하고 맙니다. 코미디와 무협 액션 외에 뮤지컬 나오구요, 맥박을 다단히트로 눌러 EDM 만들구요, 드럼 솔로와 폭풍 랩배틀도 나옵니다. CG로 장풍 쏩니다. 시어머니와 여덟 마누라가 동시에 목을 매달아 대롱대롱 매달려 춤을 추구요, 애완 바퀴벌레 나오고, 뜬금 홈쇼핑 나오고, SM플레이와 NTR이 난무합니다. 개소리하지 말라구요? 진짠데요. 이 모든 것들을 뻔뻔하게 소화하는 개인기 퍼레이드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와중에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코미디가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역시나 놀랍다 해야 하는 거겠죠.

 

통상의 글에서는 나름의 감상과 해석에 대해 이야기 나누길 즐깁니다만 이 작품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의 목적은 '해석'이 아닌 '소개'라 하는 것으로 대충 정리해야겠군요. 굳이 평을 남겨야 한다면 가장 날 것의 주성치, 혹은 본편의 대사를 패러디한다면 언제 봐도 선녀 같다! 정도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이력지 감독, <당백호점추향>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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