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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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6

나는 아니겠지 _ 아름다운 나라, 이시카와 케이 감독

# 0. " 아무래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 " 아, 그게 말이죠. 여기만 고치면 되는 게 아니라서요. " " 아... 그럼 다시 붙여야겠네, 그치?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마지막 다섯 번째 단편입니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 『아름다운 나라 :: 美しい国』입니다. # 1. 반전주의 작품입니다. 과거 군국주의 시대에 대한 교훈을 잊고, 점차 전쟁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게 된 10년 후 미래를 상정합니다. 사실 상 전쟁 수행이 가능한 정식 군대가 된 자위대가 전쟁을 치르게 되다 못해 젊은이들을 강제로 징집해 전쟁터로 밀어 넣는 세상이죠.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전쟁 그 자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전쟁을 부추기는..

Film/Drama 2021.02.02

먹어서 응원하자? _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후지야마 아키요 감독

# 0.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이번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한편을 꼽아야 한다면 전 이 작품을 고르겠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네 번째 단편입니다. '후지야마 아키요' 감독, 『그 공기는 보이지 않는다 :: その空気は見えない』입니다. # 1.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인해 대기가 오염된 세상입니다. 더 이상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지하로 피신합니다. 엄마 '히토미'와 함께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벙커에서 살게 된 어린아이 '미즈키'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다른 모든 점을 차치하고. 대놓고 원전과 방사능을 거론한 영화를, 그것도 아직 아베 내각이던 시절에, 그것도 그렇게나 보수적인 일본 영화계에서 만들어냈다는 게 조금 놀랍기는 합니다. 타게팅을 외국 영화제 쪽..

Film/Drama 2021.01.30

흐린 기억속의 그대 _ 데이터, 츠노 메구미 감독

# 0.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다른 단편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치열하게 내달리는 작품들이라 한다면, 이 작품은 배우 '스기사키 하나'와 함께 천천히 산책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말인즉 5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의 세 번째 작품으로서 안성맞춤이라는 뜻이죠.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세 번째 단편입니다. '츠노 메구미' 감독, 『데이터 :: DATA』입니다. # 1. 교복을 입은 딸이 도시락을 싸는 동안 아빠는 출근을 준비합니다. 아빠의 후리가케는 가다랑어 맛, 아니 김계란 맛, 아니 다시 가다랑어 맛입니다. 딸은 '모에'라는 사람과 아빠의 저녁 약속을 묻고, 아빠는 딸에게 셋이서 밥을 먹는 게 어떠냐 제안합니다. 종소리. 작게 보이는 여자의 사진에 가벼운 합장을 올린 후..

Film/Drama 2021.01.29

약속된 유토피아 _ 장난꾸러기 동맹,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

# 0. 원래부터 유서깊은 아이템이였습니다만, 갓세돌이 알파고로부터 1승을 따냇던 이후 더더욱 우후죽순 생겨난 AI 시대 절망편을 그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두 번째 단편입니다.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 『장난꾸러기 동맹 :: いたずら同盟』입니다. # 1. 오프닝에서부터 쉽게 알 수 있듯, 감시사회에 대한 영화입니다. 사람의 얼굴을 따라다니며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것뿐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감시하고 교정하는 수준에까지 다다른, 고성능 AI 시스템이군요. 대체로 이와 같은 아이템을 다루는 작품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구성원으로서 번잡한 도시인을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보편적입니다만, '키노시타 유스케' 감독은 그 대상을 학교를 다니는 어린아이들..

Film/Drama 2021.01.28

에피타이저 _ 플랜 75, 하야카와 치에 감독

# 0. 을 보고 난 후 뜬금없이 옴니버스 영화에 뽐이 왔네요. 적당한 영화가 어디 없을까 하며 OTT를 뒤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초청작 중 첫 번째 단편입니다. '하야카와 치에' 감독, 『플랜 75 :: Plan 75』입니다. # 1.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하나에는 [찬성] 다른 하나에는 [반대]라는 글귀가 적혀있군요. 감독은 처음엔 반대의 의자에 앉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 관객을 설득합니다. 그런가 싶어 의자에 앉았더니 다시 찬성의 의자에 앉는 것이 옳지 않겠냐며 설득합니다. 갸우뚱하며 의자를 바꿔 앉았더니 감독은 다시금 반대의 의자에 앉을 것을 권합니다. 관객은 짧은 런타임 안에서 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

Film/Drama 2021.01.24

변호사 사무소의 의자 _ 세 번째 살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0. 통상의 범죄물은 관객을 형사의 발 위에 올려놓습니다. 흉악 범죄 사건을 오프닝에 배치해 물리적 폭력성을 직관적인 긴장감으로 연결한 후 이 포악한 범인과 열혈 형사의 쫓고 쫓기는 다이내믹한 움직임을 징검다리 삼아 서사를 전개해 나가죠. 4885 씬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세 번째 살인 :: 三度目の殺人』입니다. # 1. 범죄 스릴러의 수작 를 예로 들었듯 이 방법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많은 감독들이 비슷한 장르물을 만들며 같은 선택을 하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스릴러는 기본적으로 긴장감을 즐기는 장르고 2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며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서..

Film/Thriller 2020.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