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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의 초대 _ 아메리칸 울트라, 니마 누리자데 감독

그냥_ 2025. 3.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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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망가진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

 

 

 

 

 

 

 

 

니마 누리자데 감독,

『아메리칸 울트라 :: American Ultra』입니다.

 

 

 

 

 

# 1.

 

스파이니 울트라니 하는 것들은 본질적이지 않다. Merry me? 로 시작해 Propose 하며 끝나는 영화는, 결혼을 앞둔 커플의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관계 중심적인 보편의 영화들과 달리 남자에게 균형이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 보다 '내가' 결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영화랄까. 따라서 컬트적인 액션 코미디 아래로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흘려보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시 그 아래 숨겨진 성장 영화라 이해해도 무리는 없다.

 

도입에서 수사관은 사진을 몇 장 보여준다. 숟가락, 컵라면[각주:1], 곰인형, 쓰레받기, 프라이팬 따위다. 각각은 엉망진창이 된 남자가 살아남기까지의 과정을 증명하는 것으로, 성장하는 동안 극복해야 했던 난관을 상징한다는 면에서 일종의 이정표와 같다. 본작의 내용이란 각각의 폴라로이드 속 상징에 담긴 에피소드들과 그 의미를 풀어 소개하는 것이다. 파편화된 플래시백이 나열된 것 같아 보이는 플롯의 정체다.

 

B급 액션 영화의 작법에 로맨틱 코미디의 감정선을 더한 성장 영화. 여기까지는 정석적인 이해이지만, 이 글에선 다소 공격적인 해석을 제안해 보려 한다.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 속에서 자란 소년의 어른이 되기 위한 내적 투쟁이라고 말이다. 언제나처럼 미리 단서하건대 지극히 개인적이고 무리한 상상일 수 있으니 이렇게 감상한 사람이 하나쯤 있구나 하면 감사하겠다.

 

 

 

 

 

 

# 2.

 

마을을 마이크의 자아라 가정해 보자. 신혼 여행지인 하와이는 소년이 나아가야 할 미래다. 그가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공황장애가 있기 때문이고 이는 외부에 의해 주입된 것이라는 면에서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라 생각하면 무난하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어떤 식으로도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다. 남자가 마을을 벗어나는 방법은 피비와 이루어지는 것뿐이고, 그래서 굳이 에필로그를 통해 마이크가 마을 밖으로 나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비는 누구인 걸까.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과거를 망각하고 있던 소년을 보살피는 존재이자 감시하는 존재로서 스스로 분화된 자아라 추측된다. 아버지에게 맞으며 잘못했다 말하던 버릇이 생겨버린 마이크의 사과에 애처로워하면서도 지겨워하는 인격이랄까. 따라서 그녀를 사랑하고 결혼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트라우마와 폭력의 과거를 직시한 끝에 투쟁하고 이겨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이크와 피비의 관계가 연인 이상임을 암시하는 것은 자동차와 나무의 은유다. 마이크는 자신이 피비를 멈춰 세운 나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트라우마에 갇힌 나약한 자아의 탓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결말에 이르러 피비는 마이크에게 자신이 나무라 말한다. 소년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트라우마의 탓이 아니라 망각과 격리라는 방식으로 트라우마로부터 도피했기 때문이다.

 

마을을 남자의 내면이라 이해한다면, CIA는 외부의 인물이라 추측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세터와 에이츠다. 라세터는 마이크를 만든 사람이자, 뒤틀린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과거를 해방시킨 사람이자, 직접 들어가 그를 구하는 사람, 특히 중년의 여성이라는 면에서 엄마를 상정하면 무난하다. 자연스럽게 에이츠는 가정 폭력을 자행한 아버지다. 그는 진정한 부모가 아니기에 이는 ‘임시’ 팀장이라는 신분으로 암시된다. 에이츠가 라세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것은 폭력 하던 시점의 아버지가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이다.

 

 

 

 

 

 

# 3.

 

주차장에서 터프가이 두 명을 해치운다. 폭력을 자각한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훈련된 자신의 폭력을 두려워하는 모습 그 자체다. 유치장에서의 액션은 래퍼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기 위한 시퀀스다. 검은 옷을 입은 래퍼는 마이크가 빠져나온 유치장에 다시 갇힌 존재라는 면에서 피비에 의해 통제되던 마이크보다 더 깊은 곳에 갇힌 어두운 자아라 할 수 있다. 바닥에 뉘어진 래퍼가 마이크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장면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폭력 당하던 모습의 재현을, 래퍼의 망가진 이빨은 의치가 빠진 어린 시절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당 씬에서 핵심적인 순간은 마이크가 유치장에 갇힌 래퍼에게 그 안에 총이 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여린 마이크에겐 래퍼라는 자아에게 총을 쥐어줘 다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남아 있고, 이는 마이크를 통제하던 자아 피비에겐 크게 놀라 질책할만한 일이다.

 

로즈와 친구들은 마이크가 타협한 현실이다. 총으로 무장한 그들만의 성에서 친구들과 함께 비디오 게임과 음식과 춤을 즐기는 삶이다. 하지만 그곳조차 안전하진 않다. 스며드는 독가스처럼 폭력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어두운 굴 속으로 파고들다 질식할 위기에 처한 마이크는 피비에 의해 구조된다. 마이크는 망각하고 있던 진실이 떠올리고, 자신을 감시하던 피비에게 배신을 느끼자, 그 자리를 금세 래퍼가 채운다. 래퍼의 불길에 집어삼켜져 죽을 고비에 처한 마이크를 아슬아슬하게 구하는 것은 라세터, 엄마다. 이후 마이크는 라세터와 함께 거칠게 침범하는 불안들을 물리친다. 클라이맥스 액션씬의 호쾌함이다. 모두를 물리치던 마이크는 자신과 거울처럼 같은 자세로 쓰러진 래퍼와 드디어 마주한다. 부정하고 두려워하며 격리하던 마이크는 자신과 대화하고 싶었던 세뇌당한 래퍼를 연민하고 포용함으로써 해방시킨다. 이후 다시는 래퍼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다.

 

 

 

 

 

 

# 4.

 

장르가 스릴러였다면 메인빌런인 에이츠는 마이크에게 처단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감독은 굳이 라세터의 손에 맡기는 데, 하필 전선으로 목을 조르는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끝내 아들을 살해하려던 아버지를 엄마가 등 뒤에서 목 졸라 죽였던 장면은 아마도 실제 있었던 기억일 것이다. 결국 모든 일을 마친 마이크는 피비에게 청혼하고 피비는 받아들인다. 키스하려던 순간 테이저 건을 맞은 마이크가 쓰러지고 피비도 쓰러진다. 몇몇의 관객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는 데, 테이저 건을 정신세계에서 현실세계로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이라 추측한다면 오히려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 상징들 피 묻은 숟가락, 쏟아진 컵라면, 찢어진 곰인형, 부서진 쓰레받기, 찌그러진 프라이팬의 공통점은 학대와 방임의 가정 폭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부터 매일 같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아끼던 곰인형은 찢어발겨지고, 숟가락으로 때리다가 쓰레받기로 때리다가 마지막엔 프라이팬으로 때렸다 생각하면 그 흔적으로서의 폴라로이드는 보기만 해도 다리가 떨릴 만큼 섬뜩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래퍼를 포용하고 피비를 사랑하며 트라우마를 물리친 마이크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과거의 흔적들을 보고서도 피식 웃을 수 있게 된다. 성장이다. 내일의 마이크는 과거의 만화 속 히어로가 되고 이것은 특유의 카툰 연출로 유머러스하게 표현된다. 마지막에 이르러 영화가 뒤집혀 있다는 것을 은근슬쩍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Netflix, Tving, WatchaPlay, CoupangPlay, Appletv,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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