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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호연지기 _ 하드코어 헨리,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

그냥_ 2024. 10.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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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다른 영화들의 고민을 초라하게 만드는 호방한 야심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

『하드코어 헨리 :: Hardcore Henry』입니다.

 

 

 

 

 

# 1.

 

친근한 동네 상영관에서는 모든 영화가 훌륭하지만, 한껏 힘 준 아이맥스에서 봐야 한다면 그래도 <타이타닉>이나 <그래비티>, <덩케르크> 정도는 봐야 돈값한 느낌이 든다. 문턱을 넘는 것만으로도 시네필이 된 것 같은 소극장에선 의무감으로라도 인디 영화를 봐야만 할 것만 같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인 캠핑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왁자지껄함도 품어 줄 넉넉한 코미디가 좋다. 오붓한 연인들의 자동차 극장에서는 <라라랜드>만 한 것이 없다.

 

만만한 우리 집 거실에선 중간 즈음의 <쇼생크 탈출>이나 <타짜>가 방송되어 길 잃은 리모컨을 쉬게 한다. 시골 할머니 집 낡은 브라운관에서는 오래된 홍콩 영화 혹은 <나 홀로 집에>가 제격이다. 무릎 위 랩탑에서는 <곤지암> 같은 파운드 푸티지가 쏠쏠하다. 조촐한 자취방에서 애인과 함께 보는 태블릿엔 소박한 로맨스 영화가 흘러나와 관객의 시간까지 사랑으로 끌어안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퀴즈! 만약 과자 한 봉지 손에 쥔 채 흔들의자에 기대앉아 HMD 뒤집어쓰고 봐야 한다면 어떤 영화가 딱일까.

 

 

 

 

 

 

# 2.

 

정답은 압도적인 스타일의 1인칭 액션 영화 <하드코어 헨리>다. 화면과 객석의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위력이 상승하는 작품은, HMD로 볼 때 문자 그대로 최대치의 자극을 폭격한다. 모처럼만에 거액의 출혈로 산 디바이스의 첫 개시로 이 영화를 고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방금 본 것까지 얼추 서너 번은 봤지만, 사실 글로 이야기하기에 좋은 영화는 절대 못된다. 1인칭 시점에서 96분짜리 총기 스턴트 액션을 냅다 찍어버린 무식한 영화로, 그 무식한 스타일이 주는 압도적인 폭발력과 몰입감과 신선함이 전부다. 감독은 눈곱만큼도 당신을 설득할 생각이 없다. 애먼 배우에게 카메라 달린 헬멧을 씌운 후 앞만 보고 달리게 할 뿐이다. 이야기 없고 주제의식 없고 설정 엉성하고 전환 무식하지만 애초에 그런 것들에 관심을 준 적조차 없다.

 

FPS를 비롯한 온갖 비디오 게임 오마주를 덕지덕지 기워놓았으니 반갑구나 하고 즐기면 된다. 기호에 따라 신선함과 지루함을 널뛰고, 두근거림과 피로함을 널뛰겠지만 어차피 니 사정이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영화'라는 것까지 부정하기 쉽지 않은 건, 다른 영화들이 감히 시도하지 않은 것에 정면돌파하는 감독의 호연지기가 그만큼 호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 3.

 

다만, 다른 영화들이 도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보관이 없다는 점에서 그만큼 무책임한 영화이기도 하다. 다른 감독들이 굳이 1인칭이 아닌 3인칭을 선택한 이유들, 이를 테면 과도한 회전으로 인한 시인성 및 어지러움 문제라거나, 시점의 사각으로 인한 무자비한 정보 누락, 미친 듯이 복리로 늘어나는 시청각적 스트레스 등을 전혀 방어하지 못한다. 특히 굳이 FPS를 게임이 아닌 영화로 즐겨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까지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때문에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신선한 시도와 사랑스러운 헤일리 베넷과의 눈 맞춤에 도파민이 터져 맛탱이가 가지만, 이후론 지독한 액션의 물량에도 불구하고 경험적인 면에서 서서히 추락한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나면 두근거림 보다는 한 가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음... 그냥 콜옵이나 한 판 더 할걸 그랬나?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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