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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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영화 4

모닥불 _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0. 값비싼 자동차를 몰기 위해 뾰족구두에 못은 박았지만, 그럼에도 모닥불은 피어나 얼어붙은 기타리스트를 깨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입니다. # 1.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입니다.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시네필인 척하고 싶을 때 써먹으면 가성비가 무지 좋은 감독이죠. 나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정도를 거명한 후, 차갑고 건조한 미장센, 비정한 세상에 대한 날 선 조소, 투쟁하는 노동자 계급을 향한 다정함, 무성 영화에 대한 동경 따위를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늘어놓다가, 대화가 끝날 즈음 그의 진가는 작품을 지배하는 서늘한 문제의식보다 그럼에도 결코 잃는 법이 없는 웃음이라는 말과 함께 커피 한 모금 홀짝이며 창밖 멀리를 쳐다보면..

Film/Comedy 2023.11.06

꽃과 손 _ 부화, 한나 버그홀름 감독

# 0. 그 손에 담긴 마음을 들어 보자꾸나. 한나 버그홀름 감독, 『부화 :: Pahanhautoja』입니다. # 1. 호러라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 몇몇의 제한적인 점프스케어가 사실상 전부라 공포 영화를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죠. 오컬트의 분위기에 살짝 발을 담그는 듯도 하지만 이 역시 크리처의 디자인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될 뿐입니다. 영화는 과보호 환경에서 성장한 사춘기 소녀의 불안을 드라마틱하게 과장한 우화라 보는 것이 차라리 정확합니다. 알레고리는 제법 단편적이고 또 노골적이라 따라가는 것은 편안합니다. 실제 관객이 즐기게 되는 대부분은 미려하고 문학적인 서사 따위가 아닌, 주인공 티니아의 불안과 배우 시이리 솔랄리나의 열연이 차지하고 있죠. 영화는 가족을 '둥지'로 정의합니다...

Film/Horror 2023.09.28

통제와 오차 _ 듀얼 : 나를 죽여라, 라일리 스턴즈 감독

# 0. 통제의 교차로에 갇혀버린 삶 오차를 누린 자의 풍요로운 죽음 라일리 스턴즈 감독, 『듀얼 : 나를 죽여라 :: Dual』입니다. # 1.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자신과 같은 유전자의 클론을 만드는 SF적 세계관입니다. 작품은 클론을 '더블'이라 부르죠.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 주인공 '세라'는 자신을 대신할 더블을 구매하기로 결정합니다. 남은 시간 동안 '세라 더블'에게 자신의 습관과 취향과 성향,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따위를 전달하며 대체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10달이 지나도 죽지를 않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세라는 병원을 찾아가는데 의사로부터 불치병이 나았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자신의 삶을 되찾아야겠다 생각한 세라는 더블을 폐기하기로 하는데요. 이미 너무 많은 ..

Film/SF & Fantasy 2022.09.26

불량 성냥과 계급 우화 _ 성냥공장 소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0.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기억되기 마련입니다. 당장 이 작품만 하더라도 후반부 복수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이죠. 그럼에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퀀스를 하나 꼽으라 한다면 전 '오프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니아분들 중 일부는 간혹 극장 시간이 늦어 오프닝 10여분을 놓치게 될 경우, 아예 관람 자체를 미뤄버리기도 하는데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좋은 감독들은 대게 관객과의 첫 만남이, 이후 영화적 경험에 있어 절대적 지분을 차지하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디 앨런'의 나, '봉준호'의 , '쿠엔틴 타란티노'의 같은 영화들은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티켓값을 넉넉히 돌려주는 작품이죠. 그리고 이 영화 역시 그 리스트에 들 법합니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Film/Drama 2021.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