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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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레임드 4

잔인한 거짓말 _ 블루해피니스, 이제훈 감독

# 0. 취업 준비 중인 '찬영'이 우연한 기회로 트레이더 친구를 만나 주식에 빠져들면서 생기는 변화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제훈' 감독, 『블루 해피니스』입니다. # 1. 찬영은 20대 취준생 일반을 대변합니다. 구체적 개인의 특별한 서사라기보다는 세대 및 경제 계층에 대한 코드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따라서 이후 글에선 이름 대신 '남자'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인물이 처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화려한 도시 아래 비어있는 도로는 겉보기엔 화려해 보여도 속은 비어있는 인격의 공허함을 표현합니다. 보닛 너머 훔쳐보는 앵글은 비루한 현실을 은유합니다. 화려한 도시를 지나 비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는 차량을 구태여 정면에서 담는 건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제자리에 멈춰서 있는 처지를 상징..

Film/Drama 2022.01.11

초록빛 하루 _ 반디, 최희서 감독

# 0. 인내 끝에 숨어있음을 깨닫는 초록빛 하루 '최희서' 감독, 『반디』입니다. # 1. 공들여 담아낸 반딧불을 연탄불에 연결합니다. '소영'이 연탄불에 데이는 장면은 반딧불에 데이는 것과도 같습니다. 덴다는 것은 고통이자 두려움입니다. 몸을 사리는 이유는 임신, 지키고자 하는 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사라지는 것에 데이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군요. 사실 영화는 내내 '숨어있음'을 주인공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말하는 반디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것입니다. 시어머니가 말하는 아들도 집 안에 숨어 있습니다. 삭막하기만 한 서울의 아파트 단지 뒤엔 푸르른 녹음이 숨어 있습니다. 딸은 아빠가 아빠의 방 곳곳에 숨어있음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Film/Drama 2022.01.10

관찰과 연구 _ 재방송, 손석구 감독

# 0. 익숙치 않은 듯 불편해 보이는 양복. 물병을 하늘 높이 집어던지는 장난기. 짧게 멘 붉은색 백팩. 무더운 날의 오르막길. 거친 숨소리. 비 오듯 쏟아지는 땀. "저 왔어요. 이모!" '손석구' 감독, 『재방송』입니다. # 1. Unframed입니다. 드라마 물에서 예상할 수 있는 관습적인 클리셰에 얽매이지 않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가 명확히 전달됩니다. 의도적으로 비튼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을 쓰는 사람의 편의보다는, 캐릭터의 진짜 모습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연구했음이 스크린을 넘어 전달된다는 뜻이죠. 말하는 사람의 입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대사들입니다. 만지는 사람의 손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소품들입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몸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공간들입니다. 보는..

Film/Drama 2022.01.06

개표인 실종 _ 반장선거, 박정민 감독

# 0. 분명 익숙한 냄새인데 말이죠. 이걸 어디서 맡았더라... '박정민' 감독, 『반장선거』입니다. # 1. 생각났습니다! 조일형 감독 작, #살아있다 의 냄새군요!! 감독 개인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스타일과, 장르와 배경의 이종교배 아이디어에 작품의 성패를 올인하고 그 외 모든 것들은 대충 클리셰로 때워내는 바로 그 냄새입니다. 드론과 인방으로 대표되는 힙한 아이템은, 흑인 음악과 캣우먼식 장면 전환에 대응됩니다. 좀비물을 고스란히 가져와 아파트 단지에 풀어보자는 아이디어는, 범죄 누아르를 고스란히 가져와 초등학교 교실에 풀어보자는 아이디어로 대응되죠. 거실 한복판에 차린 무근본 베이스캠프와 클라이밍 하는 소방관 좀비 등의 작위적 설정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유도하는 머리 때리기를 비롯한 과장된 갈..

Film/Thriller 202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