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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개표인 실종 _ 반장선거, 박정민 감독

그냥_ 2022. 1.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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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분명 익숙한 냄새인데 말이죠. 이걸 어디서 맡았더라...

 

 

 

 

 

 

 

 

'박정민' 감독,

『반장선거』입니다.

 

 

 

 

 

# 1.

 

생각났습니다! 조일형 감독 작, #살아있다 의 냄새군요!! 감독 개인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스타일과, 장르와 배경의 이종교배 아이디어에 작품의 성패를 올인하고 그 외 모든 것들은 대충 클리셰로 때워내는 바로 그 냄새입니다. 드론과 인방으로 대표되는 힙한 아이템은, 흑인 음악과 캣우먼식 장면 전환에 대응됩니다. 좀비물을 고스란히 가져와 아파트 단지에 풀어보자는 아이디어는, 범죄 누아르를 고스란히 가져와 초등학교 교실에 풀어보자는 아이디어로 대응되죠. 거실 한복판에 차린 무근본 베이스캠프와 클라이밍 하는 소방관 좀비 등의 작위적 설정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유도하는 머리 때리기를 비롯한 과장된 갈등으로 대응됩니다.

 

시리즈의 제목은 Unframed인데요. 정작 첫 번째 에피소드는 매우 Framed 합니다. 눈과 귀를 현혹하는 현란한 묘사를 한 꺼풀 덜어내면 그 아래 숨겨진 식상한 서사와 캐릭터가 가감 없이 노출됩니다. 배역만 어릴 뿐 설정도 표현도 모두 지나치게 상투적입니다. 환경이 바뀌는 데 대한 재해석은 잼민이 말투를 제외하면 사실 상 전무합니다. '인호'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영리한 약자라는 관객의 욕망을 대리 만족시키는 흔한 범죄 영화 주인공의 전형을 따라갑니다. '장원'과 '선영'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 역시 예측 가능한 범주 안에서 주인공의 기능에 복무하고 있죠.

 

 

 

 

 

 

# 2.

 

⑴ 인호와 장원이 벌인 선거 조작의 실체, ⑵ 실제 선거 결과의 반전 이라는 두 포인트로 승부를 부는 작품인데요. 안타깝게도 시나리오의 구성도 편집의 방향도 목적에 전혀 호응하지 못합니다.

 

첫 번째 포인트가 작동하기 위해선 전날의 플래시백이 투표 이후에 돌아가야 합니다. 반장선거를 치르는 데 뜬금없이 인호가 후보에 등록하고,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모두가 흥분하는 가운데 몇몇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관객을 의아하게 만들다가, 개표 결과가 공개되는 순간 하루 전으로 돌아가 사건의 전말이 공개되는 식이여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숨겨진 진실이 회상을 통해 공개되고, 앞서 투표 당일의 복선들을 곱씹게 된다는 식으로 흘러가는 게 정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영화는 인호와 장원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플래시백이 개입해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걸 자백합니다. 학생들이 하나둘 투표하는 동안 인호가 표를 만드는 장면을 인서트 하는 건 영화가 자해하고 있다고 밖엔 달리 말할 수가 없죠. 인호와 선영 사이 관계에 대한 단서라거나, 인호가 반장이 되고 싶어 할 만한 목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당연히 반장은 '장원'일 수밖에 없기에 이후 분량은 동어반복으로 전락합니다. 이 정도의 유추는 논리라기도 뭣한 직관의 영역이죠.

 

두 번째 포인트가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선 실제 투표 결과와 함께 영화가 막을 내려야 합니다. 작전이 성공한 후 장원의 패밀리에 편입된 인호의 흐뭇한 웃음을 보여 준 다음, 텅 빈 교실에 진짜 반장이 될 수 있었던 투표 결과가 대조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는 거죠. 지금의 결말대로라면 스스로 반장이 될 수 있었다는 걸 알고서도 '어쩔 수 없지'라는 시큰둥한 태도로 장원을 찾아가는 호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됩니다. 반장 선거라는 메인 아이템의 권위가 추락하는 건 덤이구요.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가 없는 구조인 셈이죠.

 

 

 

 

 

 

# 3.

 

위의 문제엔 공통된 원인이 있습니다. 플롯 상의 핵심 캐릭터 하나가 빠져있다는 점이죠.

반장 선거 개표인입니다.

 

서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주인공은 '후보자'가 아니라 '개표인'이었어야 합니다. 감독은 어두침침한 창고를 섭외해 공들여 연출하고 있지만, 잠시만 생각해봐도 가짜 표를 만드는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투표 조작에서 진짜 중요한 역할은 투표함을 위조하는 것이 아니라 들키지 않고 위조된 투표함을 바꿔치기하는 것이니까요. 최종적으로 투표함을 만지게 되는 사람, 개표인의 롤이죠.

 

반장이 되고 싶었던 장원이 조용한 아싸 한 명을 섭외해 반장 선거에 출마토록 하고 가짜 선거함을 만든 다음, 반장선거 개표인인 주인공의 손에 쥐어주며 바꿔치기를 제안했어야 합니다. 그랬더라면 초반부터 실체를 공개하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투표함을 바꿔치기하는 순간의 서스펜스를 한결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었겠죠.

 

두 번째 포인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땅한 개표인이 없다 보니 인호가 직접 아무 의미도 없는 투표함을 까고 앉아 있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니까요. 인호가 장원을 만나고 난 후 다시 교실로 돌아가 투표함을 깔 수는 없었을 테니 두 씬의 순서가 뒤바뀐 거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개표인 캐릭터가 별도로 있었더라면 선거 후 인호와 장원이 어울리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 후 텅 빈 교실에 혼자 남은 개표인이 진짜 표를 세면서 영화가 막을 내릴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쪽이 훨씬 합리적이죠.

 

 

 

 

 

 

# 4.

 

플롯이 망가지는 것을 무릅쓰고 주인공을 후보로 설정한 이유는 역시나 실제 투표 결과에 얽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 봐야 할 겁니다. 갈등을 유도하는 시끄러운 소수와 불만을 삼키며 침묵하는 다수. 다수의 기대를 얻은 평범한 누군가와 욕망 앞에 무력한 개인의 배신. 같은 것들 말이죠. 나름 의미 있는 테마라는 것과 판은 나쁘지 않게 깔았다는 것까지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이야기의 구조적 도움을 받지 못하는 메시지는 너무나 연약합니다. 박정민 감독, <반장선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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