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Drama

관찰과 연구 _ 재방송, 손석구 감독

그냥_ 2022. 1. 6. 06:30
728x90

 

 

# 0.

 

익숙치 않은 듯 불편해 보이는 양복. 물병을 하늘 높이 집어던지는 장난기. 짧게 멘 붉은색 백팩. 무더운 날의 오르막길. 거친 숨소리. 비 오듯 쏟아지는 땀.

 

"저 왔어요. 이모!"

 

 

 

 

 

 

 

 

'손석구' 감독,

『재방송입니다.

 

 

 

 

 

# 1.

 

Unframed입니다. 드라마 물에서 예상할 수 있는 관습적인 클리셰에 얽매이지 않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가 명확히 전달됩니다. 의도적으로 비튼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을 쓰는 사람의 편의보다는, 캐릭터의 진짜 모습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연구했음이 스크린을 넘어 전달된다는 뜻이죠.

 

말하는 사람의 입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대사들입니다. 만지는 사람의 손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소품들입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몸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공간들입니다. 보는 사람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정서적 상황을 한눈에 이해하게 만드는 문학적 배치입니다. 충분히 메시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상식적인 전개입니다. 현실감, 디테일, 연기 세 박자를 즐기는 맛이 편안합니다. 초보 감독의 그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드라마군요.

 

 

 

 

 

 

# 2.

 

재방송 안에 살고 있는 이모와,

재방송을 외면하고 싶은 조카입니다.

 

이모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여전히 그대로인 손주의 방과, 언제나처럼 요구르트입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의 전 직장을 찾아가는 집착입니다. 어제 본 듯 생생한 딸이 등장하는 꿈입니다. 이모의 내면은 봤던 드라마의 재방송을 다시 보는 것으로 상징됩니다.

 

조카는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가는 무명 배우입니다. 오디션을 보지만 결과는 마음 같지 않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의 말과 눈빛은 '그래도 되는 사람들'을 향한 익숙한 퉁명스러움이 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향한 투정은 다시 비굴해야 하는 누군가를 향한 공손이 됩니다. 고급진 세단을 타고 나타날 친척들에게 열등감을 느낍니다. 철부지 같은 모습엔 원래부터의 기질과, 현실을 외면하는 비겁함과, 아직 자신에겐 시간이 남아 있노라 위로하는 마음이 뒤엉켜 투영되고 있습니다. 조카의 내면은 다른 사람의 연기를 애써 외면하며 잠에 드는 것으로 상징됩니다.

 

 

 

 

 

 

# 3.

 

여러모로 대조적인 두 사람이지만 과거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만큼은 동일합니다.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 흐름 앞에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 만큼은 동일합니다. 때론 투덜거리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요구르트를 건네 줄 사람은 서로 밖에 없습니다.

 

결혼식을 가는 그날의 하루는

다음 회차의 본방송을 만나러 가는 여정입니다.

 

이런저런 소란과 투닥거림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돌고 돌아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떠나갔음에도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음이 중요합니다. 조카의 마지막 인사를 다름 아닌 "파이팅"으로 장식한 건, 상황에 대한 감독의 뛰어난 이해도와 문학적 감수성을 엿보게 합니다. 인본주의적이고 가족주의적인 메시지를 상처받은 개인에게 대입하는 데 있어 거리를 조심스럽게 유지하는 감각이 일품입니다.

 

 

 

 

 

 

# 4.

 

현실의 병원에서 이모의 꿈으로 연결되었다 빠져나오는 장면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더라면 싶은 기술적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모 캐릭터와의 대조를 위해 너무 모진 짐을 짊어져 버린 엄마 캐릭터의 어색함도 아쉽기는 합니다. 도드라지진 않지만 컷의 전환이 둔탁하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전체적인 시각에서 스퀀스의 성격에 따른 완급이 능숙하다는 인상은 다소 약합니다.

 

다만 모두 애써 찾아낸 단점일 뿐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두 주연배우 '임성재'와 '변중희'의 연기가 몇 안 되는 단점을 넉넉하게 커버합니다. 스스로 작품에 취해 급발진하는 식의 결말이 아니라는 점은 특별히 만족스럽습니다. 맛있는 식사 후에 요구르트 하나 딱 까먹을 것처럼 끝맛이 깔끔한 작품이랄까요. '손석구' 감독, <재방송>이었습니다.

 

# +5. 

 

당장 첨부해 둔 네 장의 스틸컷만 보더라도 감독이 인물을 얼마나 영리하게 배치하고 있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개표인 실종 _ 반장선거, 박정민 감독

# 0. 분명 익숙한 냄새인데 말이죠. 이걸 어디서 맡았더라... '박정민' 감독, 『반장선거』입니다. # 1. 생각났습니다! 조일형 감독 작, #살아있다 의 냄새군요!! 감독 개인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스

morgosound.tistory.com

 

초록빛 하루 _ 반디, 최희서 감독

# 0. 인내 끝에 숨어있음을 깨닫는 초록빛 하루 '최희서' 감독, 『반디』입니다. # 1. 공들여 담아낸 반딧불을 연탄불에 연결합니다. '소영'이 연탄불에 데이는 장면은 반딧불에 데이는 것과도 같

morgosound.tistory.com

 

잔인한 거짓말 _ 블루해피니스, 이제훈 감독

# 0. 취업 준비 중인 '찬영'이 우연한 기회로 트레이더 친구를 만나 주식에 빠져들면서 생기는 변화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제훈' 감독, 『블루 해피니스』입니다. # 1. 찬영은 20대 취준생 일반을

morgosound.tistory.com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