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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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4

만용을 도닥이는 온화함, 용기를 발견하는 세심함 _ 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 감독

# 0. 어떤 이야기를 쓰느냐보다 그 이야기에 어떤 인과를 부여하고 감동을 포착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코엔 형제 감독, 『더 브레이브 :: True Grit』입니다. # 1. 서사만 보면 제법 가혹합니다. 삭막하고 잔인합니다. 현상금 걸린 범죄자 쫓는 서부극의 전형을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시작부터 살인 피해자와 사형수와 이미 죽은 시신이 즐비합니다. 죽거나 죽이거나의 이지선다가 매 순간 강요됩니다. 결국 결손까지 겪습니다. 애꾸 보안관 루스터 카그번은 총에 맞습니다. 레인저 라 뷔프는 혀가 찢어지고 턱이 부서져 내내 웅얼거리구요, 아버지를 잃은 소녀 매티 로스는 어린 나이에 팔을 잃습니다. 끔찍하죠. 모두는 개인입니다. 동기는 돈과 복수가 전부죠. 세 주인공의 동행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합니..

Film/Drama 2023.07.02

스페셜리스트 _ 마스크 오브 조로, 마틴 캠밸 감독

# 0. 을씨년스러운 11월이면 포근한 이불속에서 귤 까먹으면서 보는 고전 액션 활극이 땡길 때가 있죠. 마틴 캠벨 감독, 『마스크 오브 조로 :: The Mask of Zorro』입니다. # 1. 낭만에서 시작해 낭만으로 끝납니다. 낭만이 뛰어다니고, 낭만이 칼질하고, 낭만이 키스하고, 낭만이 폭발하는 영화죠. 어떤 것들은 원툴이라 폄하당하고 어떤 것들은 스페셜리스트라 칭송받기도 하는데요. 사실 원툴과 스페셜리스트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잘해서 설득이 되면 스페셜리스트고 안되면 원툴인 것이죠. 그 기준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분명 낭만 밖에 없지만 스페셜리스트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특별할 건 없습니다. 배경만 피식민 계급 캘리포니아인과 식민 지배계급 스페인인의 갈등일 뿐, 실상은 총..

Film/Action 2022.11.20

그냥 겁나 재밌어 _ 헤이트풀 8,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 0. 소소하게 블로그를 굴린 후로 안 좋은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듯 또 평가하듯 보게 되었다는 점이죠.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언젠가부터 정신줄 놓고 보다가 포스팅할 만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리 한켠에 가시처럼 박혀 감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취미 더 재미있게 즐겨보자고 시작한 짓이 되려 방해가 되고 있다니. 멍청한 일이군요. 근래 들어 이렇게 영화를 봐서 뭐하나 하는 현타가 스멀스멀 몰려오던 중 결국 토드 필립스의 를 리뷰하다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에라이! 덮어놓고 막보자! 아무것도 발견 못해도 좋고, 유의미한 견해가 없어도 좋으니 최대한 즐기면서 막보자!'는 생각으로 영화 한 편을 골랐습니다. 그것도 겁나 영화 잘 만드는 ..

Film/Thriller 2019.10.09

HOMAGE _ 카우보이의 노래, 코엔 형제 감독

# 0. 지금 어딘가에 또 한 명의 아이가 있다. 노래와 총질을 배우며 전설이 되길 꿈꾸는 아이 언제가 그는 그 아이를 만날 테고 다르고도 같은 이야기가 또 생겨날 것이다. 코엔 형제 감독, 『카우보이의 노래 :: The Ballad of Buster Scruggs』입니다. # 1. 죽음의 춤판이 벌어집니다. 한껏 멋 부린 총잡이들이 낡은 기타를 둘러메고 흥겨운 노래를 부릅니다. 어차피 한번 살다 가는 인생.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식의 능동적 허무주의가 6개의 옴니버스를 관통합니다. 부유하는 정체성입니다. 대부분의 인물들에겐 이름이 없습니다. 이름 있는 몇몇 카우보이들은 이름으로 불리기보단 어떤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속 '버스트 스크럭스'는 '샌사바의 노래하는 새'로 불리길 원하지..

Film/Comedy 2019.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