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기대가 배신되면 관객은 반드시 실망한다.
김은영 감독,
『더 납작 엎드릴게요 :: Will you please stop, please』입니다.
# 1.
사람은 누구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고 영화를 대하는 관객 역시 다르지 않다. 제목의 개성이든, 시놉시스의 창의성이든, 감독의 스타일이든, 배우의 명성이든, 박스오피스의 성적이든, 작품의 규모든 그 근거가 뭐가 됐든 말이다. 이때의 선입견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예측이고 다른 하나는 기대다. 예를 들어 조커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 가정할 때 '배트맨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것은 예측이고 '겁나 멋진 조커가 나를 가슴 뛰게 하겠구나!'라는 건 기대다. 예측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예측한 대로 배트맨이 나온다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만약 배트맨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오히려 좋다.
반면 기대는 어떤 식으로든 보상되어야 한다. 겁나 멋진 조커가 나를 가슴 뛰게 하겠구나라는 기대가,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보상 없이 배신되면 관객은 반드시 실망한다. <폴 리 아되>(2024)처럼 말이다.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사찰 오피스 드라마를 표방한다. 주인공은 법당 옆 작은 출판사에서 5년째 막내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고, 그녀의 오피스라이프의 개성은 사찰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한다. 관객은 당연하게도 마천루 숲에 자리한 익숙한 직장 대신 '굳이' 사찰에 근무하는 사람을 지목한 것에 걸맞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비슷한 오피스 드라마였던 <좋좋소>나 <막돼먹은 영애 씨>, <미생> 같은 작품들이 각각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녹여낸 현실고증으로 사랑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 2.
영화는 관객의 보편타당한 기대를 조금도 충족하지 못한다. 사찰이라는 테마에서 개성을 거의 뽑아내지 못하고 있기에 주인공이 느낄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스테레오 타입의 직장인 라이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지갑을 스치듯 빠져나가는 카드값, 오락가락하는 상사의 지시, 안 되는 일은 한꺼번에 닥치는 듯한 머피의 법칙, 나만 게을리하는 듯한 자기 계발, 매일이 스트레스인 점심 메뉴 고르기, 진상 고객의 밑도 끝도 없는 패악질 따위 말이다. 기껏해야 콩나물 비빔밥이나 달마도, 보살이라는 호칭 정도가 억지로 찾은 차별점이지만 이 역시 개성이라기보다는 스킨에 가깝다. 두부회사여서 종일 두부만 먹는다로 바꿔도 영화의 내러티브는 하등 달라질 것은 없고, 완구회사여서 10만 원 대신 완구를 쥐어줬다 해도 마찬가지다.
점심 먹고, 커피 먹고, 분식 먹고, 식당 얘기하고. 고작 1시간 남짓한 영화에서 종일 뭘 먹고만 있는 건 감독이 디테일을 보강하지 못하고 있다는 확실한 방증이다. 그 공백을 어색한 시트콤의 톤 앤 메너로 면피하려 한다는 것도 썩 무례하다. 박약한 만듦새를 시트콤스러움으로 퉁치기엔 시트콤은 웃긴 장르지 우스운 장르가 아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제목의 의미는 알 길이 없다. 현실에 체념하라는 건가, 수양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라는 건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무책임하다는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 영화 내내 주인공을 파편적으로 괴롭힌 다음 제목의 말초적인 말맛을 시각적으로 실천하며 끝난다. 안타깝게도. 더 치열하고 더 진중하고 더 구체적이고 더 입체적이고 더 웃픈 자신의 오피스라이프를 살고 있을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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