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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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말코비치 4

나란 무엇인가 _ 존 말코비치 되기, 스파이크 존즈 감독

# 0. 당신은 어째서 자신이 존 말코비치가 아니라 확신하는 거지? 스파이크 존즈 감독, 『존 말코비치 되기 :: Being John Malkovich』입니다. # 1. "자아의 성질과 영혼의 실존 말이야. 내가 과연 나일까? 말코비치가 말코비치일까?... 이 관문이 얼마나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인지 모르겠어." 영화의 착점을 상징하는 대사이자, 크레이그의 입을 빌린 감독 스스로의 선언과도 같은 대사입니다.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를 다루려는 피곤한 작품이라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스파이크 존즈가 가장 잘 알고 있죠. 몇몇의 변태 같은 관객을 제외한 대부분은 '골치 아픈 형이상학적 문제'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합니다. 영화 따위 두어 시간 동안의 오락거리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죠. 테마..

Film/SF & Fantasy 2022.08.22

너무 줄인걸까 -2-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이전글 : 너무 줄인걸까 -1-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공산품 캐릭터 자, 이제 아쉬운 점들을 이야기해 볼까요? 솔직히. 주인공 파티의 캐릭터 구성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상투적입니다. 뭔가 '이야기'라는 걸 하라면 으레 갖추어야만 할 것 같은 캐릭터들이 기계적으로 군집해 있는 모양새랄까요. 만능에 가까운 잔다르크 주인공과 수다스럽고 정 많은 여동생, 건강하고 밝고 착하면서 희생정신으로 온데 무장한 스테레오 타입의 백마 탄 왕자님과 차분하고 이성적인 게이 집주인,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백인 중년 마초, 조용하고 지혜로운 할머니와 회의적 허무주의에 빠진 약쟁이, 어설픈 여자 경찰 연수생에, 살찐 오덕 너드, 유약한 임산부까지. 딱히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들이 주..

Film/SF & Fantasy 2019.08.15

너무 줄인걸까 -1-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영화의 제목에서처럼 디스토피아 속 사람들 역시 케이지에 갇힌 새의 신세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고, 파훼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 앞에서의 무력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육중하게 지배합니다. 극단적인 상황 하에 강제로 발가벗겨진 사람들의 본성과, 관계나 외로움과 같은 인성의 근원에 닿아 있는 관념들에 대한 고찰을 흥미롭게 제시합니다. 영화의 장르는 분명 공포, 서스펜스,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진중하고 건조한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분위기가 기저에 흐르는 건 이런 철학적 주제의식과도 연관이 있는 거겠죠. 『진격의 거인』의 그것도 얼핏 연상됩니다만, 빌어먹을 쓰레기 극우 작가 놈 때문에 손절한 만화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으니,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킹덤』을 연상하는 걸로 대신하도록 합시다. '수사..

Film/SF & Fantasy 2019.08.13

셀프 디스 _ 벨벳 버즈소, 댄 길로이 감독

# 0. 미리 말씀드리건대 공포물 아닙니다. 넷플릭스에서는 스스로 스릴러라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개뿔. 웃기지도 않는 소리죠. 포스터 위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핏자국 글귀는 훼이크입니다. 예고편에서의 묘하게 섬뜩한 제이크 질렌할의 눈빛도 훼이크죠. 화가의 피에 대한 이야기도, 정신병원에 대한 썰도, 악령과 움직이는 그림에 대한 떡밥도 몽땅 훼이크입니다. 공포물이란 기준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 내는 긴장감은 0에 수렴합니다. 차라리 신서유기 인물퀴즈가 더 쫄깃쫄깃할 정도죠. 뭔가 등골 서늘한 공포물을 기대하셨다면 이 영화는 어지간해선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봐도 좋을까라 물으신다면 글쎄요.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시죠. 댄 길로이 감독, 『벨벳 버즈소 :: Velvet Buzzsaw』입..

Film/Thriller 2019.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