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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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 살라자르 3

담음새 _ 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 딘 플라이셔-캠프 감독

# 0. 평범하고 소소한 아이디어를 비범하고 웅장하게 담아낸다. 딘 플라이셔-캠프 감독, 『마르셀, 신발 신은 조개 :: Marcel the Shell with Shoes On』입니다. # 1.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진 않는데요. 모 유튜브에서 '평론가는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느라 재미는 덜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동진 평론가가 대충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영화에 친숙하지 않은 일반의 관객들은 영화를 두 가지 기준에서 보게 된다. 하나는 스토리, 다른 하나는 연기다. 하지만 영화에는 스토리와 연기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있다. 이를 테면 쇼트나 편집, 구도나 플롯 따위의 흔히 연출이라 이야기하는 것들이다. 때론 스토리나 연기가 특출 나지 않음에도 훌륭한 영화들이 있고 그런 영화들 역시..

Film/SF & Fantasy 2023.04.12

너무 줄인걸까 -2-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이전글 : 너무 줄인걸까 -1-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공산품 캐릭터 자, 이제 아쉬운 점들을 이야기해 볼까요? 솔직히. 주인공 파티의 캐릭터 구성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상투적입니다. 뭔가 '이야기'라는 걸 하라면 으레 갖추어야만 할 것 같은 캐릭터들이 기계적으로 군집해 있는 모양새랄까요. 만능에 가까운 잔다르크 주인공과 수다스럽고 정 많은 여동생, 건강하고 밝고 착하면서 희생정신으로 온데 무장한 스테레오 타입의 백마 탄 왕자님과 차분하고 이성적인 게이 집주인,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백인 중년 마초, 조용하고 지혜로운 할머니와 회의적 허무주의에 빠진 약쟁이, 어설픈 여자 경찰 연수생에, 살찐 오덕 너드, 유약한 임산부까지. 딱히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들이 주..

Film/SF & Fantasy 2019.08.15

너무 줄인걸까 -1- [버드 박스, 수사네 비르 감독]

영화의 제목에서처럼 디스토피아 속 사람들 역시 케이지에 갇힌 새의 신세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해할 수 없고, 파훼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 앞에서의 무력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육중하게 지배합니다. 극단적인 상황 하에 강제로 발가벗겨진 사람들의 본성과, 관계나 외로움과 같은 인성의 근원에 닿아 있는 관념들에 대한 고찰을 흥미롭게 제시합니다. 영화의 장르는 분명 공포, 서스펜스,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진중하고 건조한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분위기가 기저에 흐르는 건 이런 철학적 주제의식과도 연관이 있는 거겠죠. 『진격의 거인』의 그것도 얼핏 연상됩니다만, 빌어먹을 쓰레기 극우 작가 놈 때문에 손절한 만화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으니,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킹덤』을 연상하는 걸로 대신하도록 합시다. '수사..

Film/SF & Fantasy 201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