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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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리 2

채린이었다면 _ 지옥만세, 임오정 감독

# 0. 차라리 채린이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임오정 감독, 『지옥만세 :: Hail to Hell』입니다. # 1. 영화는 스스로를 모순된 이미지의 충돌로 소개합니다. 오프닝의 생일 축하한다는 말에 담긴 차가운 폭력은 전시적이죠. '지옥'이라는 부정적 어휘와 '만세'라는 긍정적 어휘를 붙여둔 제목은 작품의 방법론을 데뷔작다운 패기로 선언합니다. 모순된 이미지가 충돌하는 동안 다양한 위계의 딜레마들이 성실하게 적층 됩니다. 삶과 죽음, 낙원과 지옥, 복수와 용서, 고립과 연대, 가해와 피해, 맹신과 불신 등의 딜레마들과 그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인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견인해 나가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두 주인공에게 죽음은 절망이라기보다는 동경에 가까워 보입니다. 두 사람의 모습은 뭐랄까요. 지극..

Film/Thriller 2023.12.24

어차피 목적지는 같으니까 _ 골목길, 오수연 감독

# 0. 두려움과 불편함의 갈림길에서 함께 걷는 법을 배운다. 오수연 감독, 『골목길 :: A Blind Alley』입니다. # 1. 늦은 밤 골목길을 걷던 문영이 추행을 당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폭력성과 별개로 흥미로운 것은 치한이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조깅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추행한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뒤에서 와락 덮치는 장면으로 연출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걸 생각할 때, 해당 장면은 의도된 것이라 추측하는 것이 썩 자연스럽겠죠. 오프닝의 치한은 이후 서사에 유의미하게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은채가 치한과 만난다거나, 중간에 치한이 잡혀 서사의 흐름이 바뀐다거나 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즉, 일련의 오프닝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목적지향적인 시퀀스라 할 수 있고, 그렇다면..

Film/Drama 20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