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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그냥_ 2019. 4. 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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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정주행 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딱히 리뷰 할 생각이 없었지만 리뷰를 안 하곤 못 배기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몇 편만 골라야지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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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슈트로 무장하고, 프랭크 발슨 감독

 

테란 멀티에 저글링 짤짤이 오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블러드 수준으로 수천 마리가 몰려오더니 급기야 울트라리스크까지 소환되지만, 적절한 터렛과 적절한 골리앗 몇 기를 적절히 리페어해가며 막는 데 성공함으로써 테사기를 입증한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입니다.

 

굳이 스타크래프트를 그것도 아재 판독기에 가까울 김대기 드립까지 곁들여가며 설명한 이유는 전반적으로 90년대 풍의 블리자드의 단편 코믹스와 같은 느낌이 짙게 들기 때문입니다. 특유의 완급조절,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질감, 원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채로운 색감, 잔인한 묘사를 최대한 완화하는 표현, 뜬금없는 만담식 유머 코드 등 모든 면에서 말이죠. 실없어 보이던 인물의 비장미 넘치는 희생이나 치사량의 가족주의와 영웅주의로 대변되는 브루스 윌리스식 영미권 백인 마초 특유의 허세는 덤입니다.

 

 

 

 

 

 

# 8.

 

앤솔로지를 통틀어 가장 심심한 애니메이션임에는 분명합니다. 대신 가장 편안한 에피소드이기도 하죠. 다른 작품들이 서사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나 독창적 표현 같은 것들이 풍부해 따라가기 위한 집중력을 상당히 요구하는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습니다. 앞선 세 개의 도발적인 작품들로 인해 살짝 생기려는 피로감을 씻어내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네요.

 

작품 내 인물들처럼 흔들의자에 기대앉아 병맥주 한 병 끼고 담배 한 대 꼬나물고 생각을 텅텅 비운 채 90년대 특유의 낭만적 감성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잠시 쉬어간다는 감각으로 즐기시면 좋을 듯합니다.

 

 

 

 

 

 

# 9.

 

무덤을 깨우다, 오웬 설리반 감독

 

만화입니다. 만화책 속의 컷들을 자연스레 이어둔 듯한 느낌에 가깝죠. 매 프레임마다 직접 그린듯 펜선이 살아 있는 그림체가 여타의 화려한 기술적 표현과 입체감 있는 현대적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독립적인 가치를 가지게 합니다. 덕분에 오래전 기록된 미스터리의 삽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특유의 낡고 거친 표현과 고대의 성을 탐사하는 박사와 용병들이 흡혈귀를 만나 쫓기게 된다는 주요 이야기 간의 밀착감이 높습니다.

 

스타일의 특성상 디테일이 떨어짐으로 인한 몰입도 저하를 도발적인 구도와 호쾌한 액션 연출, 피사체의 속도감으로 돌파합니다. 던전과 같은 성의 음습한 분위기는 적절한 음영의 활용으로 잡아냅니다. 직접적인 표현보다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대한 관객의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무신경한 듯한 투박한 표현으로 장르, 서사, 분위기, 연출 등 모든 목표를 깔끔히 잡아냅니다. 하나의 선만으로도 멋들어진 강아지를 그려내던 '피카소'처럼 유능한 아티스트에겐 많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군요.

 

다만 여타의 단편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로봇과 함께하는 SF적 요소들보다는 흡혈귀와 함께하는 오컬트적인 작품입니다. 때문에 상당히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유혈 묘사가 있으니 그 점은 미리 고려해서 보시는 걸 권합니다.

 

 

 

 

 

 

# 10.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빅터 말도나도 & 알프레도 토레스 감독

 

앞선 <세 대의 로봇>을 연출했던 빅터 말도라도 감독과 알프레도 토레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 역시 특유의 말랑말랑하고 유쾌한 감성, 그 뒤로 알싸한 풍자와 풍부한 생각할 거리들이 살아 있네요. 우수한 DNA를 발효균에 이식했다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지능을 가지게 된 '요거트'에게 지배받게 된 골 때리는 세상입니다.

 

인간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지성을 가진 존재가 어떤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생물이 아닌 요거트라는 상상이 유쾌합니다. 사실 이 유쾌한 요거트들은 망치와 같습니다. 이 단편은 망치에 부서진 파편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요거트는 잊고 있던 인간들의 속성을 들추고 과장하기 위한 파괴적 장치에 불과합니다. 시리얼로 글을 쓰는 부드럽고 맛있어 보이는 요거트보다 사람들의 바보 같은 대응이 재미있습니다.

 

 

 

 

 

 

# 11.

 

요거트들의 오하이오주를 달라는 요청을 비웃다가도 그들이 중국에 가겠다 하자 깜짝 놀라 요구를 들어주는 장면으로 미국의 패권국으로서의 욕망과 불안을 비웃습니다. 정부부채를 1년 만에 싹 사라지게 할 방안을 알려줬음에도 언제나처럼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정치인에 대한 풍자는 통렬하죠.

 

먹고살게만 해준다면 최고 권력을 요거트에게라도 덜렁 넘겨버릴 수 있다는 데서 현대인이 주창하는 가치들의 덧없음이 엿보이기도 하고, 결국 요거트에 반기를 들지 않게 된 인류가 '행복하고 부유하며 건강해졌다'라는 대목에서는 평화로운 디스토피아라는 모순된 형용이 연상되기도 하는군요. 우주로 떠나는 요거트들을 보며, "요거트가 우리를 두고 다른 별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를 영원히 떠나면 어떻게 될까요?" 라며 걱정하는 내레이션은 과연 의미심장합니다.

 

사실 대상이 요거트라 말랑해 보이는 거지 고성능 A.I.로 치환하면 이 작품은 상당한 무게감의 SF가 됩니다. 특이점을 넘어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아득히 넘어선 존재가 된 세상.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난 세상에서 AI의 성능에 사회의 존속을 절대적으로 기대는 상황. 그런 조건에서 구태여 AI가 '터미네이터'마냥 인류를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그저 인간을 '포기'해버리는 결정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은 A.I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확장시키는군요.

 

아참,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감독은 이 모든 이야기를 단 5분 안에 하고 있다는 겁니다.

 

꿀잼 ⅲ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ⅱ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정주행 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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