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값비싼 자동차를 몰기 위해 뾰족구두에 못은 박았지만, 그럼에도 모닥불은 피어나 얼어붙은 기타리스트를 깨운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입니다. # 1.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작품입니다.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시네필인 척하고 싶을 때 써먹으면 가성비가 무지 좋은 감독이죠. 나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정도를 거명한 후, 차갑고 건조한 미장센, 비정한 세상에 대한 날 선 조소, 투쟁하는 노동자 계급을 향한 다정함, 무성 영화에 대한 동경 따위를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늘어놓다가, 대화가 끝날 즈음 그의 진가는 작품을 지배하는 서늘한 문제의식보다 그럼에도 결코 잃는 법이 없는 웃음이라는 말과 함께 커피 한 모금 홀짝이며 창밖 멀리를 쳐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