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장률' 감독, 『후쿠오카 :: Fukuoka』입니다. # 1. '제문'의 헌책방입니다. 켜켜이 쌓인 헌책은 오랜 시간에 걸친 누적의 산물입니다. 책방은 축적된 기억의 공간이자 관념의 공간입니다. 환청이 들립니다. 이름 모를 남자의 목소리입니다. 모든 정보는 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어 있지만 남자의 목소리만큼은 순간 휘발되어 사라지는 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문이 전화를 걸어 해효의 소식을 묻는 동안 소담은 책방 깊숙한 곳에 숨겨진 하얀색 을 꺼내 듭니다. 등의 형상은 책방에 있는 것이라기엔 이질적입니다. 밝고 선명하며 장식 없이 둥근 모양입니다. 완전하고 원형적이며 순수합니다. 소담은 묻습니다. "아저씨, 이런 거 좋아해요?" 제문과 소담이 20년 넘게 연락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