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숨겨뒀던 책갈피를 꺼내다. 치쿠마 야스토모 감독, 『흐르는 대로 :: の方へ、流れる』입니다. # 1. 오프닝입니다. 흔들리는 버스 손잡이에 간신히 매달린 손은 연약함과 위태로움 따위를 은유합니다. 창밖으로 지나치는 풍경은 거대한 흐름을 의미합니다. 무엇이 지나간 건지 모를 정도의 빠른 속도와, 흘러가는 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던 수동성이죠. 이내 여자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길게 담깁니다. 뒷모습은 숨겨뒀던 솔직한 마음일 수도 혹은 뒤돌아 서있게 만드는 부끄러운 치부일 수도 있을 겁니다. 여자 옆에 한 남자가 섭니다. 여자는 어깨너머로 책을 훔쳐봅니다. 두터운 책의 두께는 사연의 깊이, 몰래 훔쳐보는 것에서는 느슨한 호기심이 발견됩니다. 책갈피입니다. 흘러가던 흐름을 잘라 멈춰 세우는 도구. 삶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