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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아비뇽의 남녀들 _ X&Y, 안나 오델 감독

그냥_ 2022. 3.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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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 저는 정체성이 뭔지, 인간다움이란 뭔지 알아보려 합니다. 저는 예술가로서 배우 미카엘 페르스브란트와 세트에서 일정 기간 함께 살 겁니다. 실험에만 집중하고 외부 요인을 통제하기 위해서죠. 우리는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를 알아볼 겁니다.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의 이면으로 다가가 진정한 나를 찾는 게 이 실험의 목적입니다.

 

세트장에는 취조실이 하나 있는데 절대적 진실을 밝히는 장소로 사용됩니다. 미카엘과 저의 또 다른 자아들을 다른 배우들이 각각 맡아서 저희의 다양한 면을 연기할 겁니다. 또 다른 자아를 보면서 우리가 그동안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모습과 원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세트장에는 상담실이 두 개입니다. 이곳에서 미카엘과 저는 각자의 심리학자를 만나서 세트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논의할 겁니다.

 

이 실험은 장편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세트장에서 이뤄지는 실험을 기반으로 영화의 대본을 점차 구체화할 생각입니다. 세트장 합숙이 끝나면 제가 집필할 겁니다. 이 실험의 묘미는 프로젝트의 외부인은 뭐가 현실이고 허구인지 절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

 

- en film av Anna Odell -

 

 

 

 

 

 

 

 

'안나 오델' 감독,

『X&Y입니다.

 

 

 

 

 

# 1.

 

독특합니다. 장르 이전에 이 '영상'을 뭐라 해야 할지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극이라기엔 현실적이구요. 사회 실험이라기엔 조작적입니다. 페이크 다큐라기엔 그 경계가 모호하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어디까지가 연기된 자아이고 어디까지가 해석된 자아인지. 어디까지가 배역의 자아이고 어디까지가 배우의 자아인지. 어디까지가 실험이고 어디까지가 각본인지. 안나와 미카엘에 대한 탐구인지 그들의 자아를 부분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까지 포함한 탐구인지 제작자와 상담사를 통할한 모두에 대한 탐구인지 그들 모두를 통제하는 상황을 집필한 감독 개인에 대한 탐구인지. 세트장까지가 세트인지 취조실과 상담실까지가 세트인지 술집까지 모조리 세트인지 구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우에다 신이치로의 방법론을 훨씬 더 과격하고 원론적인 형태로 풀어낸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뱀과 사다리 _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 0. 자칫 간과하곤 합니다만 이해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정 범위, 규모, 시행을 넘어서는 정보에 대해선 취합해 정리하는 것은커녕 아예 이해를 포기하게 되죠. 백조 천조가 넘어가는 돈의

morgosound.tistory.com

 

 

 

 

 

# 2.

 

프로젝트를 따라가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서두에도 옮겨둔 친절한 개요와 함께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죠. 프로젝트의 제안자 겸 감독 겸 주인공 '안나 오델'과 스타 배우 '미카엘 페르스브란트'는 각자의 다각적 자아를 해체해 세명의 배우로 하여금 매서드 연기를 주문합니다. 두 주인공은 런타임 내내 주변을 배회하는 해체된 자아들을 통해 숨겨진 혹은 가려진 자신과 상대의 자아를 발견하고 관찰하고 충돌합니다.

 

중반 지나 상대의 특정 자아에 대한 불만을 넘어 각 자아를 연기하는 상대에 대한 평가를 지나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태도까지 나아가며 실험은 과격하게 확장됩니다. 하나의 통합된 인격 안에서 내재된 각기 다른 자아들 사이에 다투기도 하고 섹스하는 순간들을 지나, 자기 자신의 자아와 섹스하는 대목과 특정한 자아를 선택적으로 임신시키는 전개는 고유한 함의와 상당한 에너지를 분출합니다.

 

 

 

 

 

 

# 3.

 

인격 경계의 늪에 빠져 한껏 몰입하던 관객을 기만하기라도 하듯 극화된 형태로 마무리 짓는 공격적 결말은 작품의 정체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히 합니다. 선명하고 단편적인 표현들이 거침없이 충돌하다가 전혀 다른 자아와 순식 간에 교체되는 동안 여러 범주의 중간 어딘가에서 혼란을 강요받는 감각은 독특합니다.

 

감독 스스로의 선언처럼 과연 작품의 묘미는 프로젝트의 외부인인 관객의 입장에서 인격 경계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론과, 이를 통해 다각적 자아를 하나의 표면에 동시에 관찰하는 순간의 보다 높은 차원의 입체성에 있습니다. 특유의 미술적인 세트장과 더불어 작품 내내 피카소 등으로 대표되는 큐비즘의 냄새가 솔솔 나는 이유라 할 수 있겠죠.

 

 

 

 

 

 

# 4.

 

다만 더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정체성에 대한 탐구라는 목적보다 실험의 방법론이 더 흥미를 끈다는 평이 꼭 칭찬인 것은 아니죠. 정체성의 해석을 모조리 성적인 형식으로 소집하고 있다는 점 역시 한계라 해야 할 겁니다. 감독조차 자신의 프로젝트를 온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은 희미합니다. 대체 이 프로젝트의 의미가 무엇이냐 묻는 배우들의 질문이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프로젝트에 다소 도취된 듯한 인상도 있구요. 방화라는 결말은 나태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감독이 극 안으로 들어가야 했던 이유조차 충분히 설득되고 있지 못하죠.

 

물론 방법론에 함몰되는 것은 실험작의 숙명과도 같긴 합니다. 때론 의의를 압도하는 방법론이라는 것이 있기도 하구요.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영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자아에 대한 확장된 탐구라는 결론보다는 방법론 그 자체를 즐긴다는 감각으로 보신다면 흥미로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안나 오델' 감독, <X&Y>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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