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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Animation

진라면 순한맛 _ 러브, 데스, +로봇 시즌 2

그냥_ 2021. 5.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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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이건 다 매운맛 진영의 모함입니다?!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2 :: Love, Death + Robots Vol. 2』입니다.

 

 

 

 

 

# 1.

 

꿀잼! ... 거리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러브, 데스 +로봇>의 두 번째 시즌입니다.

 

새 작품을 보는 김에 이전 리뷰를 다시 읽어봤는데요. 아무리 취향에 맞았기로서니 참 낯간지러운 소리를 많이도 했더군요. 돌이켜보면 한창 감동에 취해 적당히 나이브하고 편의적인 구성도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외면하기도 했었습니다. 칭찬을 위한 칭찬을 찾아 헤맨 티가 나기도 하구요. 아,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훌륭한 앤솔로지였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시간 날 때마다 간간히 다시 보고 있기도 하죠.

 

시리즈의 성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사랑과 죽음 +로봇이죠. 모든 에피소드들에 절대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본적으로 강렬한 SF적 상상력 위에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사랑으로 대표되는 본능과 욕망의 투쟁이 강하게 충돌하는 테마를 공유합니다. 스타일리시한 화풍과 뛰어난 영상미로 빚어낸 다이내믹한 액션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아이템을 과감하게 동원하는 참신한 서사. 그 뒤로 짙은 허무함을 남기는 철학적 주제의식이 매력적인 작품들이'었'죠.

 

 

꿀잼 ⅰ _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 0. 모든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한 편만 보고 자려고 했는데 정주행 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딱히 리뷰 할 생각이 없었지만 리뷰를 안 하곤 못 배기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몇 편만 골라야지 했

morgosound.tistory.com

 

 

 

 

 

# 2.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시즌은

앤솔로지를 지탱하는 세 축이 모두 흔들린 인상입니다.

 

퀄리티 자체는 여전히 강력합니다만 화풍의 스펙트럼은 전 시즌에 비해 확실히 좁습니다. 총편수가 전 시즌에 비해 반토막도 되지 않아 각 편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에 달하는 분량이 디테일을 최대한 부각한 극사실주의적 화풍인 탓에 더더욱 밋밋해진 감이 있죠.

 

15세 관람가 크리를 직격으로 맞은 탓에 전반적으로 칼질을 너무 심하게 한 티가 나기도 합니다. 마냥 코 자르고 귀 자르는 폭력성이 좋다거나 섹스를 보고 싶다!! 는 식의 떼쓰기가 아닙니다. 주제의식에 닿아있는 순간의 표현들마저 잘려나간 인상이 너무 강하다는 거죠. 그 중에서도 <팝 스쿼드> 편에서 회춘 시술에 대한 묘사나 <황야의 스노>에서 '스노'와 '히럴드'의 애정씬, <거인의 죽음>에서 거인이 해체되어 가는 순간에 대한 표현 등이 생략된 건 특히 뼈 아파 보입니다.

 

 

 

 

 

 

# 3.

 

오마주의 활용에도 문제가 느껴집니다.

 

<자동 고객 서비스> 편에서 <월 - E>의 로봇들이 연상된다거나 <집 안에서 생긴 일> 편에서 <에일리언>이나 <판의 미로>의 오마주가 발견되는 것까지야 뭐 시리즈의 전통이자 숨겨진 재미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그걸 넘어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를 빼다 박은 <팝 스쿼드>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높은 풀 속에서>를 아예 통으로 가져온 <풀숲> 등은 너무했다 싶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쯤 되면 오마주라 해야 할지 패러디라 해야 할지 표절이라 해야할지 분간이 안가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노골적인 레퍼런스가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관객의 입장에서 지루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일테니까요.

 

각 편들에서 러브와 데스와 로봇의 교집합에 위치한 주제의식이 매우 선명했던 전 시즌의 에피소드들에 비해 <자동 고객 서비스>나 <얼음>과 같은 경우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도 아쉽구요. <생존의 공간> 같은 경우는 이야기의 부실함을 넘어 아예 이 단편이 왜 <러브, 데스 + 로봇>이어야 하는 것인가 조차 설득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나마 <팝 스쿼드>와 <거인의 죽음> 정도가 스스로의 메시지를 확보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이 두 작품은 또 런타임에 비해 너무 많은 메시지들을 담고 있는 바람에 다른 에피소드들이 더욱 더 빈곤해 보이는 효과를 낳고 맙니다.

 

전반적으로 부족한 편을 고르는 편이 훨씬 수월했던 전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볼만한 편을 고르는 쪽이 훨씬 쉬운 시즌이라는 생각입니다. <황야의 스노>와 <거인의 죽음> 정도가 그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대답이라 할 수 있겠네요.

 

 

 

 

 

 

# 4.

 

이렇듯 전반적으로 너프가 된 시즌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못 봐줄 정도냐 물으신다면 그 정도는 아닙니다. 냉정히 말하자면 전 시즌의 후광 때문에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까이는 감도 없잖아 있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좀 탐탁잖다 싶으시다면 주변의 다른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둘러보고 오시죠.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생각되실 걸요?

 

8편 모두 기껏해야 편당 10여분 남짓의 단편이 이 정도 퀄리티라면 범작과 수작 사이의 어딘가로 평가될만한 근거는 충분합니다. <자동 고객 서비스>와 <집 안에서 생긴 일>의 위트, <얼음>의 고래 연출이나, <팝 스쿼드>가 그려낸 디스토피아, <황야의 스노>에서 아지트에서 드리우는 노을이나, <풀숲>에서 괴물들이 달려드는 동안의 박력, <생존의 공간>에서 그려낸 디테일한 긴장감과, <거인의 죽음>에서 보여준 풍부한 메시지 등 각각의 단편이 제작 단계에서부터 노렸을 장르적 재미는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 5.

 

문득 그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편안한 주제와 안전한 표현을 감싸 안는 극사실주의 기반의 고퀄 애니메이션 앤솔로지라는 <러브, 데스 + 로봇>이라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역할로서 첫 번째 시즌으로 이 작품들이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다음 시즌에서 보다 과격하고 선정적인 표현, 도전적 주제의식이 만개했더라면 두 시즌 모두 사랑받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왜, 디아 좋아하시는 블빠들이 이모탈 발표를 디아4 이후에 했더라면 하는 식의 if 스토리 쓰시는 것처럼요.

 

기존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큰 벽으로 작동합니다만 그럼에도 나름의 완성도와 매력은 분명 있습니다. 기존의 스타일을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밋밋하고 심심하다 느끼시겠지만 대신 '매운맛'이 싫어 거리를 두셧던 분들껜 훌륭한 대체제가 되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잘난 형 아래 태어났다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2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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