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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Horror

첫 단추의 중요성 _ 도시괴담, 홍원기 감독

그냥_ 2020. 8.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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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살짝 번아웃이 와서 이글까지만 쓰고 보름 정도 짧게 블로그질을 쉴 생각입니다. 원래는 가스파 노에 감독의 『러브』까지만 쓰고 쉬려고 했는데 짧은 런타임에 혹해서 본 국산 호러물에 마음이 동해 한편을 더 남기게 됐네요.

 

 

 

 

 

 

 

 

'홍원기' 감독,

『도시괴담 :: Goedam』입니다.

 

 

 

 

 

# 1.

 

기대 이하의 노잼입니다.

만, 사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잠시만 생각해보면 이건 감독의 역량과 무관하게 기획단계에서부터 망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거든요.

 

# 2.

 

마지막화 <생일>을 제외하면 모든 에피소드들이 짧으면 7분 길면 8분입니다. 그마저도 마지막 2분은 엔딩 크레디트이죠. 말인즉 호러물이 성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뼈대 1. 기본적인 배경과 주인공 소개 2. 위화감을 형성하는 오싹한 분위기 조성 3. 웅장한 음악과 함께 귀신 혹은 괴물 등장 4. 끔살을 채우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10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긴밀하게 연계되며 배경 소개나 분위기 형성 단계를 생략하게라도 하지 않는 한 감독이 제 아무리 용을 써 봐야 저 네 단계의 밋밋한 진행을 물리적으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죠. 그리고 역시나 예상 그래도 흘러갑니다. 소개 - 분위기 - 귀신 - 끔살 - 끝. 소개 - 분위기 - 귀신 - 끔살 - 끝. 소개 - 분위기 - 귀신 - 끔살 - 끝.

 

풀롯이 결정되어 있다는 말은 괴담으로서의 퀄리티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실제 기껏해야 네 번째 에피소드인 <장난> 정도까지면 모를까 다섯 번째 에피소드 즈음부터 배우와 CG 연출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급격히 지루해집니다. 몇몇 에피소드들에서 학교와 아파트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음을 어필하려 하지만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는 떡밥은 언제나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이죠.

 

 

 

 

 

 

# 3.

 

도시 + 괴담에서 괴담이 죽었다면 남은 건 도시 뿐입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도시의 공간으로부터 그 안에 숨은 오싹함을 얼마나 잘 찾아낼 수 있는 가가 시리즈에 남은 유일한 동력이라는 의미죠.

 

문제는 서사의 도움 없이 공간만으로 익숙함과 참신함을 동시에 잡는다는 게 너무도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의 공포와 관련된 아이템들은 이미 대부분 선점되어 있거든요. 학교 화장실의 틈, 야밤의 택시, 혼자 사는 자취방에서의 인방, 허리가 잘려나간 귀신, 허공을 잡는 셀카 어플, 엘리베이터 시공간 여행, 오컬트 부적 따위는 모두 하나같이 우려먹을 데로 우려먹은 식상한 아이템, 식상한 클리셰들입니다. 그렇다고 냅다 독창성만 쫓았다간 도시괴담이라는 테마가 통째로 사라지고 말겠죠. 마지막화 <생일>처럼요.

 

# 4.

 

물론 예정된 폭망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이 프로젝트에서도 나름의 최선은 인정해줄 법합니다. 보통의 괴담들이 쉽게 쉽게 가는 방법들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만하죠. 캐릭터성 따윈 내팽개친 채 무작정 최대한 지저분하고 징그럽게만 만든 귀신 연출은 없습니다. 냅다 눈 앞에 무언가를 가까이 들이밀거나 무작정 큰 소리를 질러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도 없습니다. 에피소드마다의 주인공과 귀신 역 배우의 연기는 풍부하면서도 작품 의도에 맞게 통제되어 있습니다. 일상적 공간 안에서 불안감을 만드는 구도나 배치를 연출하는 데도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적어도 연출자가 게으르지는 않았다는 이야기겠죠.

 

 

 

 

 

 

# 5.

 

하지만 이런 장점들은 그나마도 7화까지만 유효합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생일>은 이전까지의 톤과 아예 벗어나는 토속신앙의 제의적이고 영적인 아이템들을 다루는데요. 솔직히 이건 정말 별로네요. 도시 괴담이라는 테마와도 무관한 데다 전혀 일상적이지도 직관적이지도 괴기하지도 않습니다. 상징성이 강하게 포함된 그로테스크하고 오컬트 한 연출이 쳐덕쳐덕 발라져 있는 데 정작 관객에게 전달되는 바는 희미합니다. 장독대를 좋아하는 용한 무당이 뜻밖의 출산 후 흑미로 산후조리하는 이야기 는 아무리 무섭다 한들 관객의 일상에 스며들 수 없음이 당연합니다. 부실한 전달력과 호소력을 커버하기 위해 무속인 역의 주인공이 홀로 똥꼬 쑈를 펼치며 안간힘을 쓰지만 그럼에도 역부족이죠.

 

# 6.

 

분명 배우들은 고생한 만큼의 연기를 합니다. 연출도 나름 최선을 다합니다. CG 역시 프로젝트의 규모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뽑아내는 데 성공하고, 편집과 음향 모두 딱히 모난 데 없이 준수한 결과물을 만듭니다. 하지만 기획단계라는 첫 단추가 어그러지면 이후의 노력이 이렇게나 빛을 바래버리기도 합니다. 홍원기 감독, 『도시괴담』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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