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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영상물 _ 걸프렌드 데이, 마이클 폴 스티븐슨 감독

그냥_ 2019. 9.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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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Daum Movie는 영화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불운한 기념일 카드 작가가 불행을 당하는 영상물.

 

정확합니다. 저 문장이 전부입니다. 주인공은 불운하게 실직한 이혼남이구요. 기념일용 카드 문구를 만드는 작가였구요. 이야기 내내 불행하구요. 결과물은 영화가 아닌 '영상물'이죠.

 

 

 

 

 

 

 

 

'마이클 폴 스티븐슨' 감독,

걸프렌드 데이 :: Girlfriend's Day』 입니다.

 

 

 

 

 

# 1.

 

고전적 화면비의 기념품 카드 광고. 시도 때도 없이 대문짝만 하게 들이미는 주인공의 얼굴. 과감하다면 과감하고 과격하다면 과격한 설정들. 정적인 구도에서 갑자기 벗어나는 핸드헬드 카메라. 미친놈인가 싶은 부엉인지 올빼민지 모를 닭둘기와 섹스하는 전 마누라에, 월세 대신 맡겨진 짐덩어리 꼬맹이가 제각각 따로 놉니다. 재밌자고 보는 영화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아니 미친놈아 짤린 회사 사무실엔 왜 쳐 들어가냐고. 엄한 화분엔 왜 또 오줌을 싸 갈기냐고. 아니 술집엔 꿀 발라 놨나 왜 그렇게 들락날락 거려. 뭐? KKK가 어째? 뭐? 누가 누구의 조카라고? 뭐? 인간은 평등하니까 총을 쏴 갈겨?!?!

 

인간적으로 너무 조잡합니다. 아이템들은 너무 많습니다. 대사는 하나같이 도치되어 있거나 비유적이라 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온갖 아이템이 개판을 치는데 정작 영화는 스스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데 철저히 실패합니다.

 

 

 

 

 

 

# 2.

 

기념일 카드가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세상.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일의 경중이 역전된 세상을 이야기하는 영화들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요. 근데 만들 땐 만들더라도 설득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감독님아?

 

스파이크 존즈는 <그녀>를 통해 이 작품과도 유사한 '편지 대필하는 작가'라는 직업과 그런 직업이 성행하는 세상을 제안하며 최선을 다해 설득합니다. 반면 이 영화에는 그런 지점이 전혀 발견되지 않죠. 영화를 보다 보면 감독의 세계관에 동화되고 있다는 감각이 전무합니다. 영화가 혼자 내달리는 동안 아무리 널을 뛰더라도 시큰둥하게 보게 될 뿐이죠.

 

 

 

 

 

 

# 3.

 

차라리 기념일 카드 쓰는 대회가 있고 그 대회가 올림픽이나 월드컵마냥 온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우승하는 사람은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얻게 되는 세상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챔피언의 카드 문구는 무궁무진하게 상업적 재생산이 되며 챔피언의 한 구절은 누구도 쉽게 대체할 수 없음이 당연한 세상 말이죠. 아니면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문학적으로 묘사하는 가'가 대인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 평행우주를 상정할 수도 있겠죠. 참신한 문구로 서로를 지칭하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며 이를 위해 그런 기념품 카드의 문학적 문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람들이 각광받는 세상 말이죠. 그것도 아니면 막 온 세상이 카드로 말을 하고 카드가 세상 전부고 카드를 제일 잘 쓰는 사람이 최고의 셀러브리티라는 정신 나간 세상을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뭐가 되든 좋습니다. 소위 마이너 감성 B급 영화라는 게 다 그렇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랍스터』에서 애인을 만들지 못하면 짐승이 되는 세상을 만듭니다. 기념품 카드가 중요한 세상이라고 없으란 법 있나요.

 

다만 뭐가 됐든 설명은 해야 합니다. 설득은 해야 합니다. 기념품 카드와 문구가 왜 중요한지, 왜 저런 걸 사람을 고용해가며 쓰고 있는지, 왜 '기념품 카드 문구 작성'에서 밀려난 사람이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건지 감독은 자신이 만든 세계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 4.

 

어둠의 경로라는 둥 베일에 싸인 부자 형제라는 둥의 거창한 이야기와, 사람들이 고작 카드 쪼가리를 위해 죽어나가고 있다는 걸 아무리 자극적으로 이야기해 봤자 감동은 없습니다. 쓸 데 없이 어두운 화면은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합니다. 온갖 파편적인 이야기들이 죄다 사족 같아 보입니다. 인물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모조리 허세로만 보입니다. 제 아무리 액션이 난무해도 시원하거나 쿨한 맛은 전혀 없습니다.

 

상황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무슨 짓을 한들 모든 인물들은 머저리처럼만 보입니다.

 

"병신들아. 그깟 카드 문구 니들이 그냥 쓰면 안 되냐? 구태여 멋들어진 문학적인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눈 마주 보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걸론 안될 이유는 뭐야? 정 안되면 꽃을 사주거나 선물을 해도 좋잖아. 안아줘도 되고. 대체 왜 카드 쪼가리에 목을 매는 거냐고!"

 

라는 사소하고 직관적인 질문 앞에 영화는 손쉽게 무너져 내립니다.

 

 

 

 

 

 

# 5.

 

관객은 아무것도 느끼지도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영화 혼자 미친놈처럼 내달립니다. 격앙된 음악을 배경으로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한다는 짓이 타자기 앞에 앉아 걸프랜드로 시작되는 기념일 카드 한 줄 쓰기인 걸 보는 순간 심한 모욕감이 느껴집니다. 형사란 놈은 갑자기 나타나 사람 배에 구멍을 내고 주인공의 뚝배기를 갈기는 데 이 모든 게 살인죄의 누명을 벗겨주는 대가로 무려 '기념일 카드'를 써달라는 거랍니다. 이걸 관객더러 무슨 수로 받아들이라는 건가요.

 

지루해 미쳐버릴 뻔했습니다. 한번 보기 시작한 영화는 최대한 호의를 가지고 끝까지 보자는 주의만 아니었다면 중간에 집어치워도 진즉 집어치웠을 겁니다. 고작 1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거의 10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척추의 뒤틀림을 느꼈습니다. 솔직한 감정의 소중함 같은 초딩들도 유치하다 할 교훈극의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개 같습니다. 어지간하면 단언은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이건 보지마세요. '마이클 폴 스티븐슨' 감독, <걸프렌드 데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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