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Comedy

야한 척 _ 오, 라모나!, 크리스티나 제이콥 감독

그냥_ 2019. 9. 21. 06:30
728x90

 

 

# 0.

 

『몽정기』 같은 영화입니다. 사춘기 언저리의 사랑... 이라는 말로 순화된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청춘들의 영화죠. 이런 류는 기본적으로 유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찌질할 수밖에 없고 민망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아무리 유치하더라도 그보다는 더 귀여워야 합니다. 아무리 찌질하더라도 그보다는 더 순수해야 하고 아무리 민망하더라도 그보다는 더 솔직해야 합니다. 

 

 

 

 

 

 

 

 

'크리스티나 제이콥' 감독,

『오, 라모나! :: Oh, Ramona!』 입니다.

 

 

 

 

 

# 1.

 

누가 봐도 잘생기고 비율 좋은 남자 주인공이 찐따라 우기며 등장합니다. 수다스러운 동성친구와 함께 앉아 있는 테이블 맞은편에는 첫눈에 반한 퀸카가 자리하고 있죠. 결국 영화는 저 퀸카 '라모나'와 어떻게든 한번 자보려는 발버둥... 인가 싶었는데 어라? 그게 아니네요? 첫날에서부터 '라모나'는 동정과 한번 자보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안드레이'에게 잠자리를 유혹합니다만, 주인공이 이런 관계는 싫어! 이딴 개소리를 하며 거절합니다? 

 

아... 망했네요. 이거 교훈극으로 가려나보군요.

 

 

 

 

 

 

# 2.

 

청불은 솔직히 오버입니다. 뇌 대신 성기로 사고하는 영등위 병신들이 무슨 역겨운 상상을 했는지 몰라도 이 영화에 청불은 말도 안 되죠. 애초에 교훈극으로 가려는 영화가 노골적이고 화끈한 표현을 할 리가 없거든요. 이 영화는 15세 정도였어도 충~~분하고 사람에 따라선 12세가 나왔어도 수긍할 수 있었을 겁니다. 

 

'라모나'의 브래지어와 퇴폐적인 보랏빛 조명의 썸네일에 낚이실 분들께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에 수위 이상의 섹슈얼한 표현은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관계를 은유하는 묘사들에 최대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대체되어 있거든요. 느낌을 음식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움직임을 사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다람쥐 다큐멘터리는 나름 재치 있었습니다만, 참신함과 별개로 싱거운 건 어쩔 수 없죠. 다소 유치하기는 하지만 재기 발랄한 일련의 스타일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정체성이면서 동시에 결말에 대한 복선이 되는 건 알겠습니다만, 글쎄요.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을까에 있어선 의문이 남는군요.

 

 

 

 

 

 

# 3.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시발꿈' 입니다.

 

찌질한 너드가 파티장 소파에 걸터앉아 매력적인 '라모나'를 멀리서 지켜보며 싸지른 109분짜리 망상이란 거죠. 영화 내내 보인 섹스에 대한 다소 문학적인 과장된 묘사들은, 이 맥락에서라면 설명이 됩니다. 실제 있었던 섹스가 아니라 동정인 '안드레이'가 혼자 침 질질 흘리며 그린 망상 전개란 거니까요. 사춘기 아이들이 첫 키스를 하면 종소리가 들릴 거라느니 딸기맛이 날 거라느니 하는 기대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노골적인 묘사가 영화에 등장할 수가 없죠. 경험이 없으니까요. 모르니까요.

 

꿀단지에 손가락을 넣는 것 같을 거야. 헤헤헤...

막 엄청 좋아할 거야. 헤헤헤...

내 물건은 엄청 커서 당황할 거야 헤헤헤... 헤헤헤...

 

 

 

 

 

 

# 4.

 

사실, 중반부 즈음 '안드레이'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멋진 인싸로 변신하는 대목에서 살짝 눈치채기는 했습니다. 찐따가 겨우 스타일만 조금 바꾼다고 갑자기 모든 여자들이 눈만 마주쳐도 쓰러지는 인싸가 될 리가 없으니까요. 문제는 이 반전 결말과, 교훈극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 때문에 엉켜버린 시나리오입니다. 그전까지는 각자 독립된 인격들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설명되던 것들이 찐따의 의도된 망상이 되면서 합리성을 잃기 때문이죠.

 

주인공을 교훈극에 복무하는 캐릭터로 만드는 과정에서 일관성이 어그러집니다. 파티 날 '라모나'와의 잠자리는 '진정한 사랑' 타령하면서 거절하던 놈이 엄마와 함께 간 여행지에서 성도 전화번호도 모르는 '아네모네'와는 좋다고 잠자리를 가지는 건 모순됩니다. 정서적 교류가 없기로는 두 여자 모두 매한가지인 데다 심지어 '아네모네'는 남자 친구가 있다며 자신의 고백을 거절하기까지 했음에도 알게 뭐냐는 듯 잘만 자는 놈이, 굳이 '라모나'에게만은 불필요할 정도로 차갑게 대하는 느낌입니다. 야, 니가 먼저 좋아한다며. 뭐 하자는 거야?

 

 

 

 

 

 

# 5.

 

당장 영화의 제목에 등장하는 라모나는 전혀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라모나'는 영화의 히로인이 아니거든요. '안드레이'가 어떻게든 한번 자보려는 존재가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애초에 '라모나'가 아닙니다. 오래도록 짝사랑해 온 사랑인 '라모나'와의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영화라면 '라모나'는 적어도 주인공의 눈에는 완벽에 가까운 환상적인 여자였어야 합니다만, 오히려 영화는 '라모나'를 썅년(...)으로 만들어버리죠.

 

교훈극 때문입니다. 섹슈얼한 '라모나'와 사랑스러운 '아네모네'. 두 여자 친구는 대단히 관념적인 인물이죠. '라모나'에 대한 열망을 본능에 충실한 욕구라 한다면 '아네모네'에 대한 마음은 더 깊이 있는 진정한 사랑, 뭐 그런 거구요. 그 사이에서 성욕이라는 팬케이크 대신 두고두고 먹을 사랑이란 이름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해야 한다. 뭐 그런 교훈극을 하고 싶었겠죠, 감독은.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교훈극이라는 주제의식에 찐따 망상이란 반전이 딱 결합되면서 문제가 터집니다. 결과적으로 '안드레이'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아네모네'를 위해 아직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자신이 반한 짝사랑녀인 '라모나'를, 자신을 폭행하고 비하하고 모함하고 거짓 아웃팅을 하고 음주운전을 한 쓰레기이자 공들여 꼬신 다음 매몰차게 걷어차여버린 실연녀로 만들어 버렸죠. 얘가 진짜 잠시라도 '라모나'를 좋아하기나 한 거라구요? 진짜? 이건 그 나이 때의 맹목적이고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 6.

 

망상 안에서나마 찌질하지 않은 존재가 되려 최선을 다하지만 그럼에도 가려지지 않는 찌질이의 찌질함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두 여자 친구인 '라모나'와 '아네모네'는 관객마저 반하게 만들 만큼 각자의 매력이 확고합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타일리시한 표현도 장점이죠. 하지만 그걸 위해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청불 영화임에도 전반적으로 심심한 구석이 있는 것과 불친절한 가운데 매가리 없이 털썩 끝나는 결말의 느낌도 단점이죠. 역시 넷플릭스는 애매해야 제맛인 걸까요. '크리스티나 제이콥' 감독, 『오, 라모나!』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