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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Historical

조슈아 영웅전 ⅱ _ 우산혁명, 조 피스카텔라 감독

그냥_ 2019. 8. 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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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영웅전 ⅰ _ 우산혁명, 조 피스카텔라 감독

# 0. 오프닝부터 분위기를 잡고 들어갑니다. 검은 화면, 쏟아지는 박수소리, 절절한 구호와 이들을 노려보는 경찰들이 연이어 카메라에 담깁니다. 1500여 명의 시민 앞에 어른들은 대체 다 어디 있

morgosound.tistory.com

# 5. 

 

닷새째 되는 날 해 뜰 무렵 동쪽에서 나타난 '간달프'가 몰고 온 로한의 기사들처럼. '조슈아'는 '렁춘잉'의 국민교육이란 군대를 멋지게 물리칩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그는 중간보스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사루만'이 아니라 '사우론'을 물리쳐야 하죠. 누가 뭐래도 이 사단의 끝판왕은 '시진핑'입니다.

 

감독은 '렁춘잉'이 폐퇴하기 무섭게 긴장감을 한껏 조성하는 장중한 음악과 함께 끝판왕을 소개합니다. 늙고 노회하고 욕심이 많고 가진 것도 많고 고압적인 '시진핑'은 어리고 순수하고 원론적이고 가진 것 없고 소탈한 '조슈아'라는 '슈퍼맨'의 '렉스 루터'입니다. 영웅은 자신의 숙명을 완수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 악당을 넘어서야 합니다.

 

애초에 사이즈가 다릅니다. '렁춘잉'은 국민 교육이라는 일개 교육 양식을 앞세워 공격해 왔지만 '시진핑'은 홍콩 정부수반인 행정장관 선출에 있어서의 미인대회식 직접선거라는, 사회 제도와 정치 철학 일반을 타격하는 군대를 몰고 왔거든요. 누적된 중국 공산당에 의한 홍콩 공산화에 대한 반발은 이 허울뿐인 직선제를 도화선으로 폭발합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조슈아'가 이끄는 '학민 사조'도 동참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랑과 평화의 센트럴 점령_讓愛與和平佔領中環'의 대표인 홍콩대학 법학부 교수 '베니 타이'를 만나게 되죠. 네. 감독이 정의한 영웅 서사에서 이 인물의 역할이 무엇인지 눈치채셨나요? '조슈아'의 스승이자 멘토죠. 절묘하군요. 이후 '조슈아'는 '베니 타이'를 만나고 경험하며 자신의 방법론을 다시 한번 확장할 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 6.

 

끝판왕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시진핑'은 중간보스 '렁춘잉'과는 달리 시위대를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펼칩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상황을 수용해 버리면, 비폭력을 지향하는 이 시위대가 밟을 그다음 스텝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죠. 한국에서야 비폭력 시위라고 무시했다간 선거로 정치세력을 갈아치워 버릴 수 있는 데다 여차하면 화염병을 들 도 있겠지만, 홍콩의 시민들이 선거로 '시진핑'을 갈아치울 방법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폭력을 쓰자니 명분이 사라지고 비폭력으로 점유만 하자니 무시당하면 답이 없고. 진퇴양난이죠.

 

사람들은 점점 지쳐갑니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쳐가던 사람들은 점점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영웅은 결국 단식에 돌입합니다. 앙상하게 마른 몸을 휠체어에 싣고도, 깨달음을 얻은 큰스님의 우레와 같은 일갈이 떠오를 법한 눈빛으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어린 영웅의 모습은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빌런을 무찌르기엔 영웅의 능력은 아직 부족합니다. 시위는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5일여에 걸친 단식은 의사의 만류로 중단되고 조슈아는 '학민 사조'를 해체하죠.

 

하지만 영웅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렁춘잉'과 국민교육이라는 성공과 '시진핑'과 우산 혁명이라는 실패를 경험한 그는 새로운 정치집단을 만들어 선거에 참여하는 것으로 다시 한번 방법론을 확장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 7.

 

불교의 종교 설화와 그리스 로마 신화와 마블 코믹스와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반지의 제왕을 예로 들었듯 너무도 유서 깊은 서사구조입니다. 원래 이런 류의 영웅 서사라면 한 번의 큰 성공과 한 번의 큰 실패를 거둔 영웅은 절치부심해 마침내 끝판왕을 이기며 끝나야 합니다만 영화는 결말만 딱 도려낸 듯 마무리되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자연스레 '조슈아'라는 시대를 대변하는 영웅의 탄생과, 이 인물이 다음에 치러질 마지막 싸움에선 필연적으로 이기리라, 아니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익숙한 플롯의 힘이죠. 앞선 글의 서두에서 말씀드린 '감독이 적극적으로 우산 혁명과 조슈아를 응원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바위에 스스로를 내던진 계란들의 이야기를 영웅의 대서사로 편곡하는 솜씨가 능숙합니다. 무모해 보이지만 솔직하고 선명한 존재들이 주는 감동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 정도로 명확한 주제의식을 전달하면서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다큐멘터리를 짜낸 건 어디까지나 감독의 능력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 스스로가 자기 고백을 하고 있다는 건데요사회적 운동을 영웅적 개인의 무용담으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조직보다 개인이 캐릭터화 되는 것이 사회 운동에 더 실효적이라는 인터뷰가 그것입니다. 정작 이 영화가 그 캐릭터화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죠. 전 그 인터뷰를 굳이 감독이 영화에 싣는 장면을 보며, 이 영화가 역시 중립적인 관찰자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향성을 규정하고 있다는 인상이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영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인상도 있지만, 동시에 조슈아가 스스로 그것을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도 받죠. 상부상조랄까요.

 

 

 

 

 

 

# 8.

 

자의든 타의든 영웅은 만들어졌습니다.

 

교육문제로 일어섰던 영웅은 선거제도를 넘어 어느새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짐을 짊어지게 됐습니다. 앞으론 '학민 사조'라는 든든한 동료들도, 미성년자라는 보호막도 사라지게 되겠죠. 현실은 이야기와 달리 해피엔딩이 보장되어 있지도 않고, 소년의 상대는 여전히 너무도 거대한 제국입니다. 그는 과연 스스로 짊어진 숙명을 해치고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독재 국가를 상대로 민주주의를 수호한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조 피스카텔라' 감독, <우산 혁명> 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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