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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Historical

조슈아 영웅전 ⅰ _ 우산혁명, 조 피스카텔라 감독

그냥_ 2019. 8. 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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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오프닝부터 분위기를 잡고 들어갑니다. 검은 화면, 쏟아지는 박수소리, 절절한 구호와 이들을 노려보는 경찰들이 연이어 카메라에 담깁니다. 1500여 명의 시민 앞에 어른들은 대체 다 어디 있느냐 일갈하는 깡마른 소년, 우리는 지금 시대의 문제를 다음 세대에까지 넘기지 않겠다 선언하는 소년이 연단에 서 있습니다. 감독은 지금의 시위를 둘러싼 문제가 이해관계 충돌의 정치 쟁점이 아닌 과거와 미래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가치의 문제라 규정합니다.

 

연설이 끝나기 무섭게 광장으로 쏟아지는 시민들에게서 강렬한 현장의 에너지를 전달받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과, 그럼에도 결코 쉬운 길은 아니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합니다. 감독은 오프닝을 통해 소년으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인식과 제작진의 인식이 합치되어 있음을 가감 없이 고백합니다. 나는 이들을 응원하고 있으며 이들의 성공에 기여하고 싶다는 걸 거리낌 없이 드러냅니다.

 

 

 

 

 

 

 

 

'조 피스카텔라' 감독,

『우산혁명 _ Joshua』 입니다.

 

 

 

 

 

# 1.

 

시위가 끝나고 카메라는 어린 아들 '조슈아'의 일상으로 들어갑니다.

 

조촐하고 소박한 가정집 부엌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을 받아 식탁을 차리는 조슈아는 여느 14살 소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곧 끝나간다는 방학과 아직 밀린 숙제, 치러야 하는 시험과 수업에 대한 일상적인 부모 자식 간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엄마의 잔소리를 피할 때의 '조슈아'의 눈은 아직 보호가 필요한 소년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죠. 시위 연단에 올라선 소년과 일상 속에서 엄마와 이야기하는 소년 간의 이 낙폭이 상당히 인상적이군요.

 

어린 학생이 사회운동을 한다는 건 스스로에게도 버거운 일이지만 사회적으로도 버거운 일입니다. 14살짜리 아이가 무난하게 성장해 적당히 밥벌이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압박과, 사고치지 않고 정해진 커리큘럼을 이수하며 '건강한 시민'으로 사회에 기여하기를 독려하는 학교와, 어른들의 문제에 아이들이 끼어드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혹은 아니꼽게 보는 사회적 압력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 2.

 

이 모든 것들이 짐짓 소년이 넘어야 하는 시련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만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모조리 부정적으로만 규정하는 건 역시 폭력이죠. 영화 초반 소년을 둘러싼 여러 성격의 압박감을 묘사하는 대목은, 미성년자의 사회적 활동을 가로막는 세태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라기 보단 이 소년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초반 10여분까지 보는데 벌써 쎄합니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의 공식을 벗어나 있거든요. 감독은 주시하고 질문하고 성찰하는 관찰자라거나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체험형 다큐멘터리의 프로듀서가 아니라, 아예 상황 자체를 규정하고 서사성을 부여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인물과 관객 간의 소통을 유도하는 징검다리로서의 다큐멘터리라기보단, '조슈아'라는 '우투리'를 영웅으로 만드는 전기[傳記]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 3.

 

'조슈아'는 홍콩이 영국 치하에 있던 시기에 나고 자란, 영미 철학에 기반한 리버럴 한 소년입니다.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던 소년의 삶은 사실 날 때부터 97` 홍콩 반환이라는 불행의 씨앗 위에 세워져 있었죠. 중국 당국이 내걸었던 일국 양제에 대한 약속을 배반하고 공산당의 입맛에 맞는 행정장관을 임명하더니, 결국 그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공산당에 정신적으로 복무하도록 훈육하는 '국민 교육'을 강행하면서부터 '조슈아'의 삶은 본래의 평범한 궤도를 이탈하게 됩니다. 평범하게 나고 자란 영웅이 '고행'으로 들어서는 거죠. 왕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고행의 길을 나선 '고타마 싯다르타'나, 제우스에 의해 태어났으나 버려진 고아가 된 '헤라클레스'나, 세계관 최고 부호의 외동아들로 태어났으나 불행히 양친을 모두 잃게 된 '브루스 웨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좋아요'를 모아 행정장관 '렁춘잉'을 만나러 갔던 에피소드는 '조슈아'가 이전의 세대와 차별된 판단력과 행동력을 갖춘 존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그가 아직까지는 미숙하고 비루한 존재임을 다소 희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적어도 이 시점까지의 '조슈아'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많이 모아서 행정장관을 만나기만 한다면, 솔직하게 진심으로 국민 교육이 잘못되었다 설득하기만 한다면 행정장관이 그 부탁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다는 거니까요. 미숙하죠.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조슈아'는 기도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순진하게 진심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적이고 선명한 행동이 다수의 조력자와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는 걸 이해합니다. 방법론이 확장되며 소명의식 역시 강화됩니다. 이상을 펴기 위해 조력자가 필요하다 생각한 조슈아는 동료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학민 사조'의 등장이죠. '조슈아'에게 '학민 사조'는 '아이언 맨'의 '어벤저스'이자, '프로도'의 '반지 원정대'이며, '홍길동'의 '활빈당'입니다.

 

 

 

 

 

 

# 4.

 

'조슈아'는 조직을 갖춘 후 구체적인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합니다.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워나간 끝에 라디오라는 공적 시스템에까지 진출하게 되죠. 영웅이 영웅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열심히 레벨업을 하는 과정입니다. 이전까지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던 대중들이 그에게 귀를 기울이는 만큼, 그의 존재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던 빌런(당국이나 경찰이겠죠.)들 역시 점점 그를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조슈아'는 마치 인생 2회 차를 살아가기라도 하는 듯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비범함과 담대함을 가감 없이 뽐내죠. 여타 영웅들이 산을 뽑아 들고 괴물을 무찌르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동안, '조슈아'는 걸출한 카리스마와 현란한 마이크웍이라는 현대적인 요술을 부립니다. 

 

결국 '조슈아'와 동료들은 청사 앞 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갑니다. 물리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학교를 가야 하는 상황 앞에서 꼭 실패할 것만 같던 그 순간! 기적처럼 시민들이 '학민 사조'의 사회적 운동을 지지하며 광장을 메우죠. 이 장면은 마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에서 열차를 세우고 지쳐 쓰러지는 스파이더 맨을 받아내던 시민들의 모습과 유사합니다.

 

결국 당국의 예상을 벗어난 규모의 시위로 인해 행정장관 '렁춘잉'은 "국민 교육이 의무가 아니며, 각 학교에 교육의 재량권을 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소년으로부터 제국이 한 발짝 물러선 거죠. 영화의 런타임으로 치면 여기가 절반쯤 되는데요. 영웅의 여정이란 플롯을 기준으로 봐도 여기가 절반쯤에 해당됩니다. 영웅이 태어나 시련과 숙명을 받아들이고 고행을 통해 성장한 후 첫 번째 도전으로 중간보스를 쓰러트리고 만세를 부르는 지점. 여기까지 영화를 보신 관객들은 '간달프'와 함께 『반지의 제왕』 속 헬름 협곡에 서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조슈아 영웅전 ⅱ _ 우산혁명, 조 피스카텔라 감독

조슈아 영웅전 ⅰ _ 우산혁명, 조 피스카텔라 감독 # 0. 오프닝부터 분위기를 잡고 들어갑니다. 검은 화면, 쏟아지는 박수소리, 절절한 구호와 이들을 노려보는 경찰들이 연이어 카메라에 담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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