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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극한신파 _ 3일의 휴가, 육상효 감독

그냥_ 2024. 1.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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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지금까지 이런 엄마는 없었다. 이것은 모성인가 학대인가. 예에~ 3일의 휴가입니다~

 

 

 

 

 

 

 

 

육상효 감독,

『3일의 휴가 Our Season』입니다.

 

 

 

 

 

# 1.

 

" 한평생 딸을 위해 희생하다 혼자 쓸쓸하게 죽은 엄마가

딸이 정신병 걸린 걸 알고 죽어서까지 힐 넣어주고 사라진다. "

 

영화는 위의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그나마의 전개도 마지막 10여 분에 바짝 몰려 있는 터라, 예정된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지난한 시간들은 감정적 이완과 수축의 반복이라는 단조로운 구성으로 점철되어 있죠. 이때의 수축이라 함은, 엄마는 희생하고 딸은 대못 박는 회상장면들을 통해 관객을 심정적으로 옥죄는 것을 말하구요, 이완은 밥 먹는 장면과 조연들에게 기계적으로 배분된 몇몇의 코미디를 통해 느슨하게 풀어주는 과정을 뜻합니다.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짓거리만을 집요하게 지독하게 표독스럽게 반복합니다.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회상씬에서든 현시점에서든 옆으로 옆으로만 걸어가며 가학적인 에피소드들을 차곡차곡 누적합니다. 영화가 관철하고자 하는 모성의 지고지순한 희생을 위해 복자에겐 억지스러운 학대가 덧대어지고 덧대어지고 덧대어집니다. 이러지 말고 차라리 솔직하게 울어달라 부탁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 2.

 

복자는 홀어머니입니다. 식모살이를 합니다. 자식 보는 앞에서 면박을 당합니다. 미련함을 과시하기 위해 음식은 매번 산처럼 쌓습니다. 점점 초췌해지고 있음을 최대한 과시합니다. 자식과 생이별합니다. 딸이 손을 내밀 때마다 엄마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순간에까지 희생적인 방향으로 달아납니다. 엄마가 손을 내밀 때마다 딸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순간에까지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원래는 공부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희생적인 설정이 추가됩니다. 원래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는 희생적인 설정이 추가됩니다. 엄마의 처지 탓에 파혼당했다는 개 같은 설정까지 추가됩니다. 그 끝에 시골에 홀로 살게 되구요, 딸은 전화받지 않구요, 결국 심장마비로 급사합니다. 누구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결말은 결정타죠.

 

시신이 냉동고에 이틀이나 있었다는 류의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묘사를 지나, "나는 우리 딸에게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라는 개 같은 대사를 복자의 입에 억지로 물려 얻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자식일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죄인으로 만들어 자책하게 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 자기 비하적이고 학대적인 대사와 설정들만을 아득바득 쏟아내다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존재까지 모조리 희생당하고 나면 사람인 이상 당해낼 재간이 없죠. 영화는 그 자체로 인물의 목에 줄을 맨 다음 절벽 끝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딸을 인질 삼아 "우리 딸, 걱정 마. 엄마는 괜찮아." 소리를 억지로 끄집어내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혹시 사이코패스세요?

 

비단 엄마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꼬집히면 세상에 불쌍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겁니다. 특히 가이드 바짓가랑이 붙잡고 제발 딸과 만나게 해 달라 빌다시피 하는 장면은 압권인데요. <7번 방의 선물>에서 용구가 철창에 매달려 울고불고하는 장면의 불쾌감과 크게 겹쳐 보인다 싶었더니, 그 영화 각색한 작가가 이 영화 각본을 썼더군요. 아... 어쩐지 비슷한 냄새가 난다 했다.

 

 

 

 

 

 

# 3.

 

영화는 철저하게 엄마들만을 타게팅합니다. 내러티브에 호응하려면 '내가 희생해 키운 자식'과 '이제야 마음을 알 것 같은 돌아가신 엄마'가 모두 있어야 하는데요. 가정을 이룬 중년 여성층으로 대상이 한정될 수밖에 없죠. 그 외의 관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반성과 참회 밖에 없습니다. 학대당하는 주인공을 보며 자기 엄마의 희생과 부분적으로 겹쳐 보이는 순간들의 죄책감을 최대한 과장해 차곡차곡 수집하는 것이 전부죠. 쉽게 말해 '너네 엄마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니 죄 많은 너는 반성하고 회개하고 속죄하라' 질타하는 영화라는 건데요. 근데 진짜 엄마들이 자식들에게 그런 것을 원할까요?

 

엄마들이 자식에게 반성과 회개를 바랄까, 아니면 사랑과 행복을 바랄까라는 질문에 후자라 답하는 것은 너무나도 쉽고 당연합니다. 영화는 중년 여성층을 타깃으로 하지만, 정작 그들을 위한 영화조차 못 됩니다. 진주와 진주의 경험을 부분적으로 공유할 관객을 공격하고 있는 동안, 정작 복자의 이야기 또한 희생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유입니다. 작가에게 복자는 글감으로 써먹을 '소재'이자 도덕성을 과시하기 위해 휘두를 '무기'일 뿐이지 '사람'은 아닌 것이죠.

 

# 4.

 

어쨌든 타깃이 명확한 만큼 연출도 그 목적에 철저히 복무합니다. 모든 설정과 전개를 대사에 얹어 한마디 한마디 꼭꼭 씹어 전달하는 건 영화를 자주 보기 힘든 주 관객층을 배려하기 위함입니다. <신과 함께>와 <인생은 아름다워>에 <리틀 포레스트>를 이리저리 섞어놓은 영화라는 평이 있는 것처럼 요리도 주요한 코드인데요. 처음엔 식구(食口)라는 말의 의미라거나, 각기 다른 요리를 관통하는 감정선, 이야기 속에서의 가치 같은 것들이 있나 싶었지만 개뿔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엄마들이 무난하게 만들어봤을 음식의 나열이 전부죠.

 

귀신인 복자의 몸을 딸이 통과하는 컷이라거나, 헤드라이트가 몸을 지나치는 컷 등은 고령의 관객들에게 신기한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한 유아적 장치들입니다. 개가 엉덩이를 물어뜯어 팬티를 보여준다거나, 불알 얘기에 옷매무새를 매만진다거나 하는 장면들도 어머님층을 공략하기 위한 코미디입니다. 전반적으로 볼륨이 크게 빈곤함에도 분량을 억지로 늘린 티가 역력한데요. 시간이 너무 짧아 버리면 우리 고객님들께서 돈값 못한다 화내실 수도 있기 때문인 거겠죠. 특히 명량의 호로자식 대사가 떠오를 법한 "선배가 그랬어요. 제일 통제가 안 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라는 대사는 걸작입니다. 극장에서 '옳지~ 옳지~' 하시는 어머님들의 끄덕거림이 스테레오로 펼쳐지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죠.

 

 

 

 

 

 

# 5.

 

연기 얘기로 마무리하자면 캐릭터가 워낙 납작한 탓에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합니다. 특히 복자 역의 김해숙과 배해선은 허접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연기력만으로 티켓값의 상당 부분을 돌려주고 있죠. 딸 진주 역의 신민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조금 있는 듯한데요. 개인적으론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제일 어려운 배역이긴 하거든요.

 

복자를 비롯한 여타 인물들은 캐릭터도 선명한 데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데 반해, 진주만큼은 피해의식과 죄책감이 중첩된 그나마 입체적인 인물인 데다 그 표현을 몇 되지 않는 대사와 건조한 움직임으로 표현해야 했을 테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영화의 초점이 온통 복자에 맞춰져 있다 보니 시나리오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었죠. 일례로 죽은 엄마와의 마지막 하루를 표현하는 신민아의 연기가 처첨한 것도 사실이지만, 당사자에게 아무런 디테일을 주문하고 있지 못한 시나리오부터가 개판이라는 것 역시 감안하긴 해야 합니다.

 

벌써 20년이나 지나버린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를 원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것, 하나. 신민아는 여전히 말도 안 되게 이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둘. 김해숙이 말도 안 되게 연기를 잘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셋이 영화의 의의 전부라는 생각입니다. 네, 보지 마시구요. 이거 볼 시간에 가족 간에 전화나 한통 더 하시고, 티켓값 더해서 오붓한 식사나 한 끼 하시는 게 훨씬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싶군요. 육상효 감독, <3일의 휴가>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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