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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급발진 _ 중성화, 김홍기 감독

그냥_ 2022. 12.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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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굳이? 갑자기? 그렇게까지?

 

 

 

 

 

 

 

 

김홍기 감독,

『중성화 :: DESEX』입니다.

 

 

 

 

 

# 1.

 

혜수는 남자 친구와 함께 고양이를 중성화시키러 왔다. 이김에 진절머리 나는 남자 친구와도 끝낼 생각이다. 우연히 담당 수의사가 남자 친구의 옛 애인이었다. 찝찝한 와중에 수술이 끝난 고양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2020년 제19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 2.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확히는 [성욕]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죠.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방식이 '죽이고 싶다'가 아니라 '중성화시켜버리고 싶다'라는 건 구체적 인물과의 갈등이라기보다 성욕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혜수가 스트레스를 느끼는 성욕이란, 발정을 주체 못 하고 온갖 여자들에게 들이대는 상민의 성욕뿐 아니라, 그런 한심한 남자를 단칼에 잘라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성욕 또한 포함합니다. 홧김에 상민에게 헤어지자 말했지만 당장 다른 여자들에게 질투심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은 코믹하지만 자조적이죠.

 

혜수를 가운데 놓고 양쪽 끝에 상민과 수빈을 배치합니다. 상민은 중성화되지 않아 성욕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건가 싶을 정도로 대책 없는 행동을 보이는 건 이 인물이 생각의 전원을 내리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역할을 수행하게끔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반면, 수의사 수빈은 정신적으로 중성화되어 성에 대한 감정적 민감도가 제거된 인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수십 마리의 동물들을 중성화하면서도 무감한 모습이라거나, 자신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남자와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무덤덤하게 라면을 먹는 모습 등은 감독이 이 인물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가 분명히 한다 할 수 있겠죠.

 

따라서 한심한 상민을 중성화시켜버리고 싶다는 식의 단순한 화풀이로 보는 것은 다소 일차원적인 감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의 달콤함과 고통이라는 양가적인 면 사이에 끼여 고통받는 혜수의 피로감을 정서적으로 따라가는 드라마에 기초해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이죠. 적어도 결말 전까지는 말입니다.

 

 

 

 

 

 

# 3.

 

성욕의 양가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나름 오밀조밀하게 풀어나가던 영화는, 상민과 수빈의 과거사가 공개되며 한방에 주저앉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점점 균형을 잃고 수빈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며 내심 설마... 하긴 했지만요.

 

상민이 오만 여자들에게 치근덕거린다거나 혜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까지는 욕망과 이기심에 대한 묘사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빈을 임신시킨 후 군대로 튀었다는 과거는 전혀 다른 문제죠. 이런 식의 전개는 [성욕]과 [윤리]의 경계를 혼탁하게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혜수가 상민을 밀어내 봐야 지긋지긋한 남자에 대한 성욕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비윤리적인 인간에 대한 도덕적 실망해 불과하다는 것이죠.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방식으로 영화가 막을 내리고 나면, 혜수가 저렇게 고통스러워할 정도로 성욕은 참 힘든 거 구나.라는 감상 대신, 수빈처럼 상민을 밀어내고 스스로 중성화를 선택하는 것이 윤리적이다(!)라는 것으로 오해되기 딱 좋다는 점입니다. 

 

 

 

 

 

 

# 4.

 

설마 하니, 남자와 여자는 사랑해선 안된다. 사람들이여, 자궁과 고환을 덜어내고 홀가분하게 살자! 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녔을 텐데요. 정작 영화를 통해 얻어나갈 만한 감정이라곤 비윤리적인 남자에 대한 징벌적 의미로 중성화시켜버려야 한다는 분풀이라거나, 그런 남자들로부터 고통받지 않기 위해 여자들은 스스로 중성화를 선택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괴기한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말의 선택은 패착이라 해야 할 겁니다.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 저마다 머릿속에 하나쯤 품고 있을지도 모를 '그 새끼들'에 대한 분풀이의 정당화 외에 이 영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들리지 않는 마무리였달까요.

 

간호사와 강아지 커플 등을 활용한 나름의 코미디들과 배우진의 분투가 제한적 여건과 소소한 공간에서 기대할 법한 최대치의 페이소스로 승화되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특히 코미디는 코드만 맞다면 제법 쏠쏠하죠. 하지만 그래서 더욱 클라이맥스를 다루는 방식은 아쉽습니다. 굳이 이렇게 파괴적이기만 할 뿐 편의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정돈해야만 했을까요. 김홍기 감독, <중성화>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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