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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완만한 하강곡선 _ 웰다잉, 오누리 감독

그냥_ 2021. 10.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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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야, 야. 있잖아. 어떤 남자가 자살을 하려는데 딱 죽기 직전 그때! 하필 똑같이 죽으러 온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거야. 어때?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오누리' 감독,

『웰다잉 :: Well dying』입니다.

 

 

 

 

 

# 1.

 

생각해봐. 모든 걸 포기하고 유서까지 써 놓고 낭떠러지를 뛰어내리려는 아슬아슬한 순간에 하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거야. 죽음은 끝이잖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시작이고. 끝과 시작의 중첩. 뭔가 그림 나오지. 벼랑 끝에 선 사람들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거침없는 위로. 미련도 뭣도 없는 순간에 선 사람들의 홀가분한 진심. 그런 진심들이 예기치 않게 쌓아나가는 연약하지만 생동감 있는 생生의 이유들과, 그 순간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동. 뭐 이런 류의 주제의식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거지.

 

웰빙 Well-Being 이라고들 하잖아. 행복하게 잘 사는 거. 하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죽을 것 같은 힘겨운 순간들과 새로운 시작을 연결하며 살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러니까 삶이란 Well-Being을 추구하는 순간들의 집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Well-Dying 하는 과정들의 집합이기도 한 거지. 오~ 좋다. Well-Dying. 제목은 이걸로 가자. 자 이제 살을 붙어야 할 텐데... 뭐가 좋을까?

 

# 2.

 

라는 식으로 만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작품입니다.

 

창의적인 감독이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역설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른 후, 영화화를 위해 등장인물 설정과, 공간 설계와, 유서와, 섹스와, 한강 다리와, 핫도그와, 목포라는 살을 손 닿는 대로 조물조물 덧붙인 듯한 느낌이랄까요. 물론 실제 감독이 어떤 프로세스로 시나리오를 썼을지는 알 수 없는 거겠지만요.

 

 

 

 

 

 

# 3.

 

따라서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초기 설정이라 해야 할 겁니다. 왓챠에 올라온 수많은 단편들 가운데 이 작품에 가장 먼저 손이 간 건 우연은 아닐 테죠. 목숨을 끊으려는 두 남녀가 한 공간에 마주치며 서로 먼저 죽겠다 실랑이를 벌인다. 라는 아이템은 12분짜리 단편을 끌고 가기엔 차고 넘칠 만큼 매력적 입니다.

 

대사의 덜컥거림과 무관하게 연기 역시 썩 나쁘지 않습니다. 배우 '김현섭' 뿐 아니라 감독 본인이 주연으로 등장한 배우 '오누리' 역시 짤막한 단편 영화답지 않게 나름 위력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 4.

 

아쉬운 점은 역으로 초기 설정뿐이라는 거겠죠. 작품의 동력을 설정의 잠재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합니다. 다소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라 할만한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대화라기에 대사는 투박합니다.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의 행동이라기에 표현은 거칠어서 메시지의 설득력 역시 부실합니다. 솔깃한 도입 이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 경험의 퀄리티는 완만한 하강곡선만 그린달까요.

 

자살이라는 육중한 코드의 활용에 있어 섬세함과 이해도가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은, 저예산 단편이라는 이유로도 회피하기 힘들 만큼 큰 단점이라는 생각입니다. 자칫 자살을 희화화하는 것처럼 비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어차피 죽을 거니까 섹스나 할까? 잘해요? 나 잘하거든요? ... 과연 이런 멘탈리티로 관객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까요.

 

좋은 아이템은 좋은 창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지만 그래 봐야 첫걸음에 불과합니다. 이후로도 넘어야 할 산은 수십개가 넘죠. 첫걸음이 아무리 좋아도 다음 걸음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오누리' 감독, <웰다잉>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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