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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상황은 당신을 정의할 수 없다 _ 새벽배송, 김현철 감독

그냥_ 2021. 3.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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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는 '양균'은 지원을 요청합니다. 추가 인력으로 '수진'이 합류하고, 두 사람은 함께 이른 새벽의 배송을 다닙니다.

 

 

 

 

 

 

 

 

‘김현철’ 감독,

『새벽 배송』입니다.

 

 

 

 

 

# 1.

 

'수진'과 '양균'은 처음 보는 사이입니다. '수진'의 차량 배터리가 다 떨어지자 '양균'은 선배가 됩니다. 정산 비율을 이야기하는 순간엔 많지 않은 수당을 나눠가져야 하는 경쟁자가 됩니다. 물품을 나눠 전달하는 동안에는 파트너가 되구요, '수진'이 A4 용지를 배송하던 때를 말하는 순간엔 고생스러운 택배기사가, '양균'이 전 여자 친구의 집에 배송 가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엔 전 남자 친구가 됩니다.

 

취객이 실수로 잘못 오른 차는 '무례의 공간'이 되지만 다시 돌아온 취객을 태워주는 선택과 함께 '선의의 공간'으로 변화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른 새벽 벨을 누를 수밖에 없었던 '곤란한 상황'은 고객이 자신의 식사를 나눠줌으로 인해 '감사한 상황'으로 새롭게 정의되죠. 남이었던 '양균'과 '수진'은 어느새 같은 김밥을 나눠먹는 사이가 되었다가 마지막엔 먼 훗날 만나게 될지도 모를 <배우와 감독>이 됩니다.

 

정체성에 대한 영화입니다.

 

상황은 그 자체만으론 사람을 정의하지 못합니다. 상황 속에서의 선택이 정체성을 결정합니다. 어쩌면 스스로 비루하다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지금의 상황은 감히 당신을 결정하지 못합니다. 무엇을 위해 그 상황에 들어가 있는가. 그 상황 속에서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가 당신과,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합니다.

 

# 2.

 

대체로 단편 영화에서 '영화' 그 자체를 아이템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요. 취재하기 귀찮아서 적당히 알고 있는 영화판 이야기로 아이템을 때우는 것만 같은 게으름이 엿보이기 때문이죠.

 

다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다릅니다. '김양균', '김수진'이라는 현실 배우들의 이름을 배역에 고스란히 가져옴으로써 이 작품의 아이템이 반드시 <배우와 감독>이어야 함을 효과적으로 설득합니다. 작명과 아이템 덕에 영화의 선량한 메시지는 스크린의 한계를 너머 현실에 대한 위로로 승화됩니다. 근사하죠.

 

# 3.

 

물론 여느 작품과 같이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벽 배송 기사들의 디테일한 현실 묘사보다는 선량한 메시지를 위한 영화라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배우들, 특히 '수진'에게 (그녀가 가진 본질적 밝음과는 별개로) 조금은 더 피로감을 주문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영상 연출에서 보다 깊은 현장감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구요, 서늘함과 외로움과 상쾌함이 미묘하게 뒤엉킨 새벽의 시간을 충분히 그려내었는가라는 질문에도 의문은 있습니다.

 

술 취한 사람을 태워주는 장면이 영화와 분리되어 도드라지는 느낌이 들어 집중이 방해받기도 하구요. 여자 손님이 김밥 두어줄 쥐어주는 것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디저트까지 챙겨주는 건 무리수죠. 조금 더 사소한 것까지 보자면, 회사 직원은 목소리로만 나오는 게 더 나았을 거 같구요. '수진'의 복식 역시 아이템과는 썩 어울리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 4.

 

다만 이런 부분적 아쉬움들은 모두 단편 영화로서 충분히 양해할 수 있을 범주 안의 것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으로 마냥 긍정적으로 힘내라 말하는 것조차 무례해 보일 정도로 지금 젊은이들의 현실은 가혹하기에, 이런 류의 아이템을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가끔은 이렇게 조심스레 건네는 무조건적인 선량함도 필요한 법인 거겠죠. ‘김현철’ 감독, <새벽 배송>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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