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Comedy

B+ _ 기묘한 가족, 이민재 감독

그냥_ 2020. 6. 23. 06:30
728x90

 

 

# 0.

 

'에드라 라이트' 감독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 '루벤 플레셔' 감독의 『좀비랜드』같은 클리셰를 비트는 호러 코미디에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스러운 캐릭터 구성과 '신정원' 감독의 『시실리 2km』식 코리안 컨츄리 병맛 코미디를 적당히 섞어 만든 영화입니다.

 

호러물의 클리셰를 비트는 부조리 코미디라는 게 특별히 독창적인 장르는 아닙니다만 이리 둘러보고 저리 둘러봐도 범죄 스릴러 아니면 최루성 드라마 천지인 한국의 영화판에서라면 이런 이색적인 시도. 그 자체로 감사할 수 밖에 없죠.

 

 

 

 

 

 

 

 

'이민재' 감독,

『기묘한 가족 :: THE ODD FAMILY : ZOMBIE ON SALE』입니다.

 

 

 

 

 

# 1.

 

줄거리를 적당히 간추린다는 게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만 난이도를 떠나 줄거리를 말씀드리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영화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서사가 클리셰를 비틀기 위한 장치들의 파편적 수집으로 구성되어 있는 덕에 연결이 거의 불가능한 데다 그걸 구구절절 읊으려 드는 순간 112분에 달하는 작품의 모든 걸 지루하게 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서사가 구축되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다는 건 대부분의 영화들에겐 치명적인 단점입니다만 적어도 이런 류의 영화에선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애초에 장면마다 쏟아지는 코미디의 다단 히트를 노리는 영화지 이야기의 구성을 즐기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막말로 하늘에서 갑자기 UFO를 탄 '존 윅'이 나타나 말 타고 등장한 '브루스 윌리스'와 밑도 끝도 없이 펜싱 경기를 하는 걸 좀비가 심판을 본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될 게 없습니다.

 

재미만 있다면 말이죠.

 

 

 

 

 

 

# 2.

 

무섭기는커녕 동네 바보처럼 시종일관 얻어터지는 좀비가 그려집니다. 결정적 순간 넘어지는 여동생의 클리셰는 무자비한 레커차가 호쾌하게 날려버립니다. 뇌 대신 양배추를 씹고 피 대신 케첩을 마시는 좀비가 사람을 죽이기는커녕 회춘시키는 비즈니스로 승화됩니다. 다수의 좀비에 의해 소수의 사람이 갇히는 대신 다수의 사람에 의해 좀비가 사육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는 동안, 시니컬한 며느리는 좀비 대신 시아버지의 뚝배기를 프라이팬으로 날려버리죠.

 

대놓고 때려 박은 『부산행』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좀비 완벽 가이드>와, 틀니 낀 좀비의 코미디는 생각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소변보는 '만덕'의 아랫도리에 걸리는 무지개는 썩 유쾌하죠. 좀비를 납치하는 사람과 그 좀비를 구출해 친절히 담요를 덮어주는 경찰. 좀비와 막내딸 사이의 "나 잡아 봐라~" 하는 꼴값을 한큐에 날려버리는 날아 차기. '준걸'의 입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도망쳐!" 대신 "좆댔어!!" 모두 재미있습니다. 물론 몇몇의 경우엔 <클리셰를 파괴하는 클리셰>이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보자면 썩 나쁘지 않은 B급 감성의 아이템들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거겠죠.

 

 

 

 

 

 

# 3.

 

중반 이후부터 좀비의 숫자를 급격히 늘리는 것으로 상황을 역전시켜 장르성에 힘을 실으면서 동시에 또 다른 국면 속 다양한 클리셰를 발견하기 위한 변주를 시도합니다. 몰려드는 좀비 떼의 액션과, 냄비와 겨울이불과 청테이프로 중무장한 가족들의 모습과, 멜로 영화의 그것마냥 휘날리는 오리털과, 뜬금없는 불꽃놀이 나이트와, '준걸' - '민걸' 형제가 선보이는 좀비 연기의 싼마이 느낌까지 모두 좋습니다. 학원물의 클리셰인 뺨에 반창고 붙인 꽃미남을 짜장면에 처박아 넣는 연출 역시 재기 발랄하죠. 다만,

 

문제는 이 중반부부터 감독이 슬슬 안전하게 보험을 들려는 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불꽃놀이로 주유소에 좀비가 모여드는 순간 이건 주유소 터트려서 좀비 몰아내는 걸로 영화 적당히 마무리하겠다는 광고라 봐야죠. 만삭의 임산부 '남주'의 설정이 클라이맥스에의 출산으로 소비되는 건 지루하고, 그마저도 '해걸'과 관련된 감성 코드로 푸는 건 적당히 안전하게 가겠다는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는 실망스러운 대목입니다. 주유소 나이트 씬에서 혹시나 못 알아볼까 싶어 개업 풍선을 대문짝만 하게 들이미는 건 과잉된 친절이구요. 잘려나간 좀비의 팔에 씌워진 모자이크는 호러물에 어울리지 않는 소심함이죠.

 

 

 

 

 

 

# 4.

 

아무리 되는대로 막 나가는 맛으로 보는 영화라지만 좀비의 설정이 이렇게까지나 일관되지 못하다는 건 조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마지막 '민걸'의 "줄을 서시오"를 좀비들이 알아 쳐 먹어 버리면 굳이 주유소에서의 쌩쑈를 할 이유가 없어져 버리죠. 온 가족이 좌충우돌 우당탕탕 고생은 하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의 모든 짐은 작품 내내 얻어맞고 고생한 '쫑비'에게, 지능과 눈치와 감성이라는 만능 치트키를 몽땅 부여해 내맡겨 버리는 건 무신경합니다. 그러면서도 차마 욕먹을까 싶어 죽이지는 못해 살아 나와 사위가 되었다 라는 식의 억지까지 더해지면 완벽하죠.

 

이야기가 파편적으로 흩날릴 수밖에 없는 작품의 특성상 가족들의 강렬한 캐릭터성은 영화가 비빌 최소한의 기반입니다. 그런 면에서 초반부 기묘하고 괴랄한 이미지로 잘 구축되던 인물들이 중반 넘어가면서부터 무너져 내린다는 건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죠.

 

'정재영'의 '준걸' 캐릭터 정도만 간신히 유지될 뿐 나머지 캐릭터들은 영화 막판 서정적인 드라마 캐릭터로 희석되고 맙니다. 약삭빠르고 무자비하던 '민걸'은 적당히 가족 사랑하는 영리한 둘째로, 무표정에 카리스마 넘치던 '남주'는 자식과 가족을 건사하는 실질적 가장으로, 삽자루와 제초기를 휘두르던 '해걸'은 엄마와의 그리움과 연인과의 사랑을 쫓는 멜로의 주인공으로 전락합니다.

 

 

 

 

 

 

# 5.

 

연출이 영화를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는 인상은 희미합니다. 기술적인 능숙함 이전에 시나리오의 해석에서부터 동의하기 힘들달까요.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소재는 호러로부터 가져오면서 효과는 코미디에서 기대하는 영화인데요. 이런 경우 대부분의 연출자들은 호러 연출을 베이스로 잡는데 반해 이 영화는 코미디 연출을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코미디스러운 연출 덕에 코미디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방해받고 말았다는 점이죠.

 

호러물에 대한 애정과 경험이 보다 많은 B급 작품 전문 감독이 이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를 만들었다면 이것보단 훨씬 더 스타일리시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누가 봐도 비트는 걸로 웃기려는 영화지만 감독 혼자 "나는 정석적인 호러 영화를 만들겠노라" 능청을 떨며 작품 속에 몸소 뛰어들었더라면 되려 코미디가 확 살아났을 텐데요.

 

 

 

 

 

 

# 6.

 

참신한 설정과 유쾌한 아이템을 적절히 풀어놓았으나 마무리에서 좋게 말하면 친절하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해져 버린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자유분방하게 달려가던 영화에서 문득 상업적 성취에 대한 감독의 타협 혹은 두려움이 살짝 비친달까요.

 

장르적으로 봐도 B급 영화라기엔 묘하게 대중적이고 A급 영화라기엔 묘하게 싼마이 합니다. 완성도로 봐도 확실히 잘 만든 A급이라기엔 애매하고 못 봐줄 B급 이하라기엔 너무 가혹합니다. 그러니 별 수 있나요. B+를 줄 수 밖에. '이민재' 감독, 『기묘한 가족』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