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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Humanism

갈라파고스의 혁명가 _ 나는 스모 선수입니다, 맷 케이 감독

그냥_ 2020. 2.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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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육중하고 단호한 모래산입니다. 화면 너머 한기가 전해질 듯 차갑고 거친 파도입니다. 음울하면서 고압적인 분위기의 짙고 푸른 하늘이 강압적으로 짓누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부서지고 퇴적되었을 보수적인 무언가들과,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붙이는 거센 풍파가 쉬지 않고 휘몰아치지만 여기 한 명의 스모 선수, 여자 스모 선수 '곤 히요리'는 굳건히 다리를 내디딘 채 상대를 노려봅니다. 그녀는 상대 선수뿐 아니라 그 뒤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무언가들까지 모조리 도효 밖으로 밀어내려 합니다.

 

 

 

 

 

 

 

 

'맷 케이' 감독,

『나는 스모 선수입니다 :: Little Miss Sumo』입니다.

 

 

 

 

 

# 1.

 

오프닝 연출이 심적적 측면에서도 문학적 측면에서도 사회학적 측면에서도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운동선수로서의 모습과, 여성 스모의 사회적 입지와, 내면 깊은 곳에 누적된 피로와 고단함과 불안함과 고독감과 이 모든 것들의 숙명적 처연함을 시청각적으로 묘사합니다.

 

거창한 사회운동가를 자처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언가가 하고 싶었을 뿐인 사람일 뿐입니다. 그게 하필 스모すもう였을 뿐이고 그 분야가 하필 보적일 뿐입니다. 그녀는 대단한 인권의 신장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말할 뿐입니다. 가로막는 이유라는 게 고작 '성별'이라는 게 우스꽝스러울 뿐입니다. 직관성과 순수성이 어마어마한 당위와 명분을 부여합니다. 마치 그 어느 어른들의 외침보다 더욱 큰 울림을 주었던 '조슈아 웡'의 연설처럼, 그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스모를 대하는 태도는 대단한 호소력으로 다가옵니다.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마저 응원하고 싶게끔 합니다.

 

일본 특유의 전통적 분야에 대한 강박적 보수성과, 그 보수성에 진보적 가치가 충돌할 때면 여지없이 갈라파고스화에 갇히고 마는 무기력함이 주인공의 순수한 에너지와 강렬한 대조를 보입니다. 정적이고 차갑고 육중한 일본의 풍경과 그 가운데를 박차고 내달리는 '곤 히요리' 선수의 치열한 운동성이 멋들어진 슬로 모션과 함께 대조됩니다. 그녀는 일본이라는 갈라파고스를 날아올라 프로 여성 스모라는 대양을 탐험하려는 혁명가입니다. 멋지죠.

 

 

 

 

 

 

# 2.

 

하지만 다큐멘터리 구성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성 스모의 매력과 존재 가치를 관객에게 어필해야 하는 클라이맥스를 '세계 선수권'으로 받아내는 건 특히 아쉽습니다. 일본 내에 여성 스모가 프로로서 인정받지 못해 국내 대회가 없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자국 내에서의 도전과 파열을 담아내는 것이 주제의식에 보다 부합하는 방식이었을 텐데요. 비록 바위에 계란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 모습이 좌절스럽고 때론 불쌍해 보인다 하더라도. 과감히 부딪혀나가는 모습을 담아내는 게 이것보단 더 나았을 텐데요.

 

세계 대회에서 타국 선수들과 경쟁하는 모습을 담은 후 스모계의 성차별을 해소하고 싶다고 말하다 보니 극복하고자 하는 대상이 애매모호 해 지고 맙니다. 이 대회에서 '곤 히요리'가 우승을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거지?라는 의문과 함께 어딘지 회피하는 뉘앙스로 영화가 마무리되고 만달까요. 선수의 굳건한 모습과 달리 영화가 결말에서 히마리없이 털썩 주저 않는 느낌이랄까요.

 

# 3.

 

한마디로 말하자면, '당위는 좋았다'라 해야겠네요. 도전하고 뛰어넘고 자유로운 무언가는 언제나 깊은 감동을 주죠. 더군다나 그 도전이라는 것이 개인의 한계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거룩한 울림마저 줍니다만 영화가 스모 선수 '곤 히요리'만큼 다리 힘이 좋지는 못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맷 케이' 감독, 『나는 스모 선수입니다』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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