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늦은 밤 전화를 합니다. 다음날 해가 뜹니다. 약속된 장소에는 행사가 서서히 준비됩니다. 저 멀리 그리운 얼굴들이 보입니다. 누군가는 손을 흔들고, 누군가는 마른 입을 다시고, 누군가는 소리쳐 부르기도 합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찰나와 같은 3분. 그만 돌아가야 한다는 행사 안내가 울립니다. 차마 놓지 못하는 손을 붙잡은 채 팔을 길게 뻗어 보지만, 그래도 돌아가야만 합니다. 행사는 끝났습니다. 해가 진 저녁. 빈 행사장만이 덩그러니 스크린에 남았습니다.
'에베라르도 곤잘레스' 감독,
『3분간의 허그 :: A 3 Minute Hug』 입니다.
# 1.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립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모습과 잠시 동안의 만남과 돌아서는 눈물만을 담았을 뿐입니다. 그 어떤 자막도 인터뷰도 질문도 논평도 연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대감과 설렘과 회한과 아쉬움과 슬픔과 걱정이 한데 뒤엉킨 묵직한 울컥함 만이 있을 뿐입니다. 감독은 끝끝내 아무런 말도 없이 차갑게 식은 국경지대를 보여주며 영화를 마무리 짓습니다.
"여기 이런 일이 있다."
당신이 어떤 견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가 와는 별개로 지금 이건 문제적이다. 라는 인식의 공유면 족합니다. 누군가가 말하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근거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 살아야 한다.'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극복할 정도로 소중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한번 더 공유할 수 있다면 감독은 그걸로 족합니다.
# 2.
물론 가족들의 상황은 훨씬 복잡합니다. 우리 이산가족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죠. 한국의 이산가족들은 절대적 정당성을 가지는 명백한 역사의 피해자입니다만, 멕시코와 미국 국경 사이에 갈라진 사람들의 처지는 조금 더 복잡한 이해관계와 책임소재에 얽혀 있습니다. 망명 신청 거부자 문제나, 이민 수용 논란, 불법 체류자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단편적인 감정 호소의 발아래 무작정 무릎 꿇리는 건 그건 그것대로 폭력적이죠.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훌륭합니다. 이들이 만나는 것이 선이다. 이들을 가로막는 것은 악이다. 라거나, 이들은 모두 미국에서 행복하게 살아야만 한다. 라거나 하는 식의 철부지 떼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 훌륭합니다. 감독은 그저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며, 해결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는 당위만을 제시할 뿐입니다. 감독도 사람인 이상 나름의 개인적 견해는 가지고 있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끝까지 드러내 놓지 않습니다. 대단히 겸손한 사람이군요.
... 그래요. 떨어져 있으면 슬픕니다. 손잡지 못하면 슬프고, 안아보지 못하면 슬픕니다. 슬픔이 쌓이면 한이 되고, 기왕이면 가급적 사람들이 한을 가슴에 품고 살지는 않아야 합니다. 그게 옳습니다. 전 그렇게 믿습니다. '에베라르도 곤잘레스' 감독, 『3분간의 허그』 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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